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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반DJ대통령으론 미래없다
'노무현, 반DJ신드롬을 넘어서' 장신기씨 직격인터뷰ba.info/css.html'
 
이준희   기사입력  2002/10/31 [00:03]
{IMAGE1_LEFT}젊은 아마추어 정치논객 장신기씨(29)가 다시 일을 벌였다. 지난 2월 초 민주당 국민경선이 시작되기 직전,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는 폭탄 주장이 담긴 책을 펴내 노풍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던 장씨가 이번에는 '노무현, 반DJ 신드롬을 넘어서"라는 책을 들고 다시 나타난 것이다.

지난 2월에 나왔던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노무현 필승론)’는 노무현 후보 진영을 크게 고무시켰고, '이인제냐 노무현이냐'를 놓고 고민하던 민주당 당내외 인사들에게 정치적 선택기준을 제공했다.

민주당을 출입하던 정치부 기자들은 이 책의 파장을 예상치 못했으나 이인제 후보 캠프는 바짝 긴장했다. 캠프 내부에서 '법적 대응 방침'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이 책은 불과 1~2주만에 대형서점 정치 부문 1위에 올랐고, 일간지와 방송에서 화제의 책으로 다루면서 노풍(盧風)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책이 나온지 두달 후, 노풍은 이인제 후보를 중도 사퇴하게 했고, 노무현 후보는 4월 28일 민주당 국민 경선에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후 상황을 보면 노풍은 백일몽인 것처럼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 비리, 이른바 홍삼 비리가 터지면서 노무현 후보의 지지도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6.13 지방선거는 그 정점이었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교체론이 제기됐고,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노무현 후보에 대해 재신임을 묻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민주당은 큰 풍파를 겪었다.  

반면 지지도가 급락했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서서히 지지도를 회복, 10월말 현재 33~35%의 고정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이 와중에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무기로 등장한 정몽준 의원은 이회창 후보를 능가하는 지지도를 얻다가, 10월 들어 지지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한편 노무현 후보는 10월 들어 지지도 하락이 멈추고, 조금씩 상승세에 접어들고 있다. 때를 맞춰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등 열렬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소액 후원금 모금 운동인 '희망돼지 분양' 등 노풍 재점화를 위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2002년 12월 19일 대선은 어느때보다 예측불허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얘기다. 대선을 50여일 앞둔 10월 30일, '노무현  반DJ 신드롬을 넘어서'를 펴낸 장신기씨(인터넷신문 대자보 http://www.jabo.co.kr 정치팀장)를 만났다.

그가 바라보는 대선 구도와 노풍 재점화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다음은 장신기씨와의 일문일답.  

http://jabo.co.kr/zboard/
젊은 인터넷 정치논객 장신기씨.
그는 "이번 대선은 맹목적인 반DJ 대통령을 뽑는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세력'은 수구질서 세력에 대항하는 핵심동력
반DJ 정서 가장 큰 수혜자 이회창씨


·사이버 논객으로 짧은 시기에 벌써 노무현씨에 관한 책을 두 권 냈다. 왜 이런 글 쓰기를 하는가?  

=  '왜' 보다 '어떻게'란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사이버라는 공간이 사회·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췄다. 이 통로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그간 인터넷신문 「대자보」 활동을 통해 각종 의견을 피력해 왔다. 노무현 관련 얘기는 어차피 정치적 문제가 중요하다.  지금 시기가 중요하다. 작은 생각이나마 내 생각을 사회적으로 알리고 싶은 의도가 있었다.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거의 열광적으로 보이겠지만, 그들이 '희망돼지 분양' 등 열정을 쏟고, 소액의 돈을 내는 이런 참여의 흐름은 분명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첫 저서가 '이인제는 이회창을 이길 수 없다'(거름)이다. 당시는 민주당 경선을 앞둔 시기였는데 부담감은 없었는가?

= 부담감이 컸다.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로 한번 부딪쳐보자고 생각했다. 민주당 지지자로 당시 돌아가는 상황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이인제씨에 반감은 없었지만, '이인제 대세론'은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개혁적 지지자들이 이인제 지지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식인들도 말을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도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같은 순수한 아마추어밖에 없다는 생각이었다.  

·경선에서 이인제씨가 노무현씨를 이겼다면 어떠했겠는가?

= 상당히 실망스러웠을 거다. '이인제 대세론'은 지역통합을 우회하는 배제전술이었다. 영남의 개혁세력에 대한 불신전략과, 될 수 있는 표만 먹겠다는 전략은 불신의 정치철학의 산물이었다. 민주당 내부 사태에서 드러나듯 이인제씨를 지지한 사람은 민주당의 보수세력이었다. 이인제씨가 승리했다면 민주당은 성격이 확고한 중도우파로 고착화되는 계기가 됐을 거다.

·민주당을 지지하는가? 노무현에 대한 입장은?

= 민주당을 지지한다. 최근엔 개혁적 국민정당에 관심이 있다. 그렇지만 노무현만 할 수 있는 게 있다. 최근 2∼3년 간 한국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갈등이 있다. DJ(김대중)는 우리 사회 개혁과정에서 과도기적 역할을 했다. 그걸 뒷받침하고 수습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노무현 세력(민주당 개혁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시민사회인들의 흐름과 에너지를 지칭)'이라고 본다. 이들 세력의 역량이 수구적 질서와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핵심적 동력이라고 본다.

반면 이회창씨나 한나라당 수구세력이 가진 퇴행성은 심각하다. 구 민정계 세력이 아직도 당에 남아있는 한 한나라당엔 희망이 없다.

·오히려 개혁적 색깔로 보면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더 색깔이 확실한 정치인 아닌가?

= 정치이념 면에서 민주노동당이 제시하는 이념을 지지하지 않는다. 좌측으로 간다고 개혁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개혁적 의도를 갖고 시행한다고, 반드시 개혁적 효과를 낳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개혁적이라고 무조건 지지할 수 없다.

권영길 후보 개혁성 인정

·권영길 후보가 미군철수, 호주제 폐지, 군복무 대폭 단축 등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공약정책을 많이 제시하지 않는가?

= 그 부분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민노당은 서구식 노동자 정당을 지향하는 것 같은데 그것만이 한국에서 개혁적 정치세력이 성장하는 지름길이라고 보진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 광범위한 시민들이 노동자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외 상당히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반DJ 정서, 폭로, 흠집내기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제대로 치러지겠는가?

= 잘 안 될 것이다. 분위기를 일단 보자. 반DJ 정서, 민주당 내분, 정몽준 변수 등으로 누구보다 노무현이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한 예로 충청권 공약 행정수도 이전과 남북관계에서 경의선·동해선 연결 등 관계를 전진시키려는 노력들은 의미가 큰데 이런 것들은 전혀 부각이 되지 않고 있다.

반면 정몽준 주가조작, 한나라당의 DJ 노벨상 시비 등 이번 대선이 무엇 하는 선거인지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만드는 불투명한 저질 정치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때문에 노무현이 피해를 보고 있다. '노무현이 무엇하는 사람이고, 무엇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인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선에서 혁명적 공약이 나오긴 어렵고, 교육정책 등 세밀한 정책에 대한 논쟁과 검증이 안 이뤄진 채 선거가 진행될 것이다.

·반DJ 정서가 이번 대선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반DJ 정서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고질적인 전통적 반DJ 정서는 어쩔 수 없다. 둘째 DJ에 실망한 사람들이 DJ의 개혁적 가치에 대해 실망을 하면서 '증오의 정치학'이 팽배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반DJ'가 아니라, '탈DJ'이다.

그런데 이회창은 반DJ이다. 노무현은 탈DJ를 추구하고 있다. 개혁피로를 느끼는 보수세력쪽에서 DJ의 개혁 실패를 반DJ정서로 몰아갔고 대선 분위기가 이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결국 이회창씨가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솔직히 이번 대선은 '반DJ 대통령을 뽑는 선거'나 다름없다.

노무현씨도 탈DJ 정책이 별로 안 보이는데?

= 노무현씨가 '과거와의 단절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했다. 그가 실천중인 정치문화 개혁 등 이런 것들이 탈DJ 정책의 일환이다. 전임 대통령의 공과(功過)가 있는데 과는 극복하고 공은 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노태우씨가 전두환씨를 밟은 것, 김영삼씨가 노태우씨를 깔아뭉갠 것, 지난 대선 때 이회창씨가 김영삼씨한테 한 행동들은 잘못됐다. 노무현씨는 그렇게 하지 않고 새로운 정치적 시도를 하기 때문에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다.

노무현, 이회창과 강력한 대립각 세워야

·새 저서 '노무현, 반DJ신드롬을 넘어서(시대의 창)'에서 반DJ 정서에 편승한 수구세력의 집권 음모를 저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이 반DJ 정서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가?

= '감동의 정치'를 끌어내야 한다. 반DJ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정서적 접근과 반DJ 정서에 기생하는 수구세력의 퇴행성에 노무현만의 새로운 정치비전, 부드러운 정책을 대비시켜 국민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나아가 '정치를 확 바꾸겠다'는 격정, 감동, 분위기,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지금처럼 약한 개혁프로그램을 가동하면 안 된다. 이회창과 강력한 대립 각을 세우는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한나라당에서는 'DJ 정부가 로비로 노벨상 탔다'고 막말을 하고, '북한에 돈을 퍼 줘 나라를 팔아먹었다'고 하는데, 노무현 후보는 '이회창씨가 집권하면 전쟁 위기와 개혁이 퇴보한다'는 식으로 강한 대응을 할수 있다고 본다.  

·일부 국민이 노무현씨에 대해 불안해하는데, 50일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역전이 가능하겠는가?

= 그건 불안감이 아니라 '노무현은 대통령 감이 아니다'는 정서인데, 그건 사람들의 소극성과 보수성에 기인한다. 그걸 설득할 일이 아니라 부딪쳐야 한다. 노무현은 선택을 해야 한다. 과감한 정책을 내걸고, 선정적으로 포장을 해 치열하게 부딪치는 대선 판을 벌여야 한다. 한나라당의 퇴행성과 대비되는 정책을 통해 사람들의 가치판단을 이끌어야 한다. 쇼맨십도 보여줘야 한다. 민주당 경선이 성공한 요인은 '주말경선 드라마'로 대변되는 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치적 포장 기술이 지금 노무현에게 필요하다.

정몽준 사퇴, 이회창-노무현 양강 구도로

·정몽준씨 변수가 어떻게 진행되리라 생각하는가?

= 지지율이 급락중이다. '정풍(鄭風)'이 곧 사멸하지 않겠는가? 그가 사퇴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2등 하려고 대선에 나올 것 같지 않다. 결국 대선은 이회창과 노무현이 '맞장뜨는' 구도로 갈 것으로 본다.  

·최근 김민석씨의 정몽준씨 캠프 합류에 대해 '어리석은 기회주의이다'며 인터넷신문 대자보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김민석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관련기사]장신기, 김민석, 그 입 다물라, 대자보 92호

= 김민석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어리석은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했다. 선택의 결과는 김민석의 정치적 생명에 대한 사형선고로 나타날 것이다. 더 이상 회복불능이다. 정풍 분위기에 도취되어 그런 행동을 했다고 본다.  

·한 사람의 유권자이기도 한데 이번 대선에서 투표 할 것인가?

= 그렇다. 이번이 두 번째 맞는 대통령 선거이다.

·공부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텐데 책도 내고 인터넷에서 논쟁도 벌이고 활발한 사회적 활동을 펴는데, 주위에서 동년배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  

= 부지런하게 사는 것 같다고 한다. 정신 없이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잘 모르겠다. 정치나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이 있고, 좋아서 하는 일이다.

* 본 기사는 시민의 신문 http://ngotimes.net 에서 제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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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2/10/31 [00: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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