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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사고, 어린이집 도대체 왜 이러나
[주장] '꿀꿀이죽' 에다 이제는 차량 질식사까지...
 
예외석   기사입력  2005/06/25 [17:05]
며칠 전 아침에 신문을 펼쳐 들다가 가슴이 턱 막히는 기사를 보았다. 정말이지 너무나 어이 없는 사고로 진주에서 한 어린 생명이 세상을 떠난 사고였다. 그 부모와 아이의 나이가 필자와 비슷하여 마치 나의 일처럼 가슴이 아리고 아침부터 막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아마도 그 사고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가 막히고 어이 없는 사고였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기에 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아이를 차량속에 하루 온종일 방치하여 질식사하게 만들다니.
 
그런데 후속기사를 보면서 더욱 의문이 드는 것은 대부분의 어린이집 차량은 노란색으로 어린이들이 타고 다니는 차량이란 것을 표시하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문제의 그 차량은 그냥 일반 승합차였는데 그것도 규정에 어긋난 것이 아닌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린이집 관계자라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데 원장이나 인솔교사 그리고 승합차 기사도 한결같이 아이들을 짐짝처럼 귀찮은 존재로 여기고 그저 하루 하루를 보내니 저런 기가 막히고 어이 없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날이 갈수록 어린이집·유치원·학원 등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들을 실어 나르는 ‘어린이 통학차량’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돼 가고 있다. 운전면허만 있으면 아무나 운전할 수 있는 데다 운전자와 인솔교사의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의 그 어린이집도 비용 때문에 전담 운전자를 고용하기 힘들어 아무나 면허 있는 사람이 그때그때 운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도로교통법에 보면 어린이 통학버스는 어린이 신체에 알맞게 승강구 보조발판 설치, 표시등·안전띠 장착 등 구조 변경을 한 후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 운행하게 돼 있다. 그러나 많은 어린이집들은 차량 구조 변경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미국과 영국에는 연령에 따른 벨트 기준이 마련돼 있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때 경고 표지가 튀어나오도록 하는 등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어린이 차량으로 운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 통학버스의 운전자가 지정돼 있고, 정기적으로 운전자와 인솔교사가 일정 시간의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당수가 영세한 규모인 학원이나 어린이집 등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별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거나 외주업체를 쓰고 있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여러 곳을 겹치기로 운행하는 차량들도 있어 항상 시간에 쫓겨 안전 규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학부모들은 늘 불안해 한다. 필자도 작년에 둘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일부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걸어서 다니게 한 적이 있었다. 차량을 이용하여 보내면 인솔교사가 동행하고는 있지만 마구잡이로 태우고 내리게 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도로를 다니다 보면 어린이를 태우고 가는 노란색 유치원 차량이나 학원 차량을 자주 본다. 차량이 노란색인 이유 중 하나는 차량에 아이들이 타고 있으니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와 양보를 부탁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노란색 차량을 보면 마치 자신들의 자녀들을 대하는 것처럼 흐뭇한 마음에 기꺼이 양보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일부 노란색차량 운전 기사들이 어린이들을 태우고 다닌다는 이유로 각종 교통법규 위반을 해도 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자주 목격한다. 정지선 위반 및 신호 위반은 보통이고 교통량이 많은 곳에서도 정차를 하여 아이들을 내려주는 등 위험천만한 장면을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차량의 좌석 부족 등을 이유로 승차인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늘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 구분할 것 없이 모든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사고가 난 문제의 승합차 기사란 사람도 아이들을 짐짝 부리듯이 내팽개쳐 놓고는 하루 온종일 차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어린이집 교사나 차량 기사라면 당연히 뭔가 뒤를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 아닌가. 너무나 어이가 없다. 어린아이를 차량속에 하루 온종일 방치하여 질식사하게 만들다니.
 
얼마 전에 일명 어린이집 ‘꿀꿀이죽 사건’이 있었다. 서울 수유동 ‘고려어린이집’ 에서 아침 간식으로 영양죽이 나왔는데 전날 점심 간식으로 나왔던 음식의 잔반과 한달에 두번 있는 현장학습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보내는 도시락의 잔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교사들의 제보로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었다. 어린이집에서 계속 사건 사고가 불거져 나온다는 것은 분명 여러가지 개선해야 될 문제점이 많다는 결론이 나온다.
 
우리의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곳은 정녕 이 사회에 한 곳도 없을까. 아이들이 하루 종일 뛰어 놀고 먹으며 공부하는 곳이 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전락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사회를 집 밖에 한 발자국이라도 내딛으면 위험천만한 곳이 아닌 아름다운 공동체로 만들려면 너 나 할 것 없이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어린이집 관계자나 학부모 및 지역 어른들 모두 다 이제 정신들 좀 똑바로 차리자. 
 
* 필자는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 필자는 경남 진주시 거주하며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자, 시인/수필가,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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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25 [17: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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