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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발 투기광풍, 알면서도 왜 못잡나
[논단] 부동산 투기근절 위해서는 개발부담금제와 보유세 현실화가 해법
 
이태경   기사입력  2005/06/08 [13:47]
지금 판교는 투기중

정부의 5.4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분당, 용인 등에 위치한 아파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폭등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가격 폭주를 거듭하고 있는 이유는 단연 '판교신도시' 때문이다.

판교에 들어설 중대형 평형 아파트들의 가격이 평당 2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가 올 11월로 예정된 판교분양이 가까워옴에 따라 판교 신도시 인근인 강남, 분당, 용인 등에 소재한 아파트 가격이 무섭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기반 시설과 사회적 인프라가 비교적 잘 구축된 강남과 분당 소재 아파트 가격이 앙등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변변한 도로망조차 구축되지 않은 용인 소재 아파트 가격마저 현기증나게 오르는 것을 보면 투기적 가수요가 얼마나 이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지 여실히 알 수 있다 하겠다.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판교신도시사업으로 분당, 용인등 판교의 직접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총 11조원의 아파트값이 폭등했고, 23조원이나 오른 강남의 아파트값도 상당부분 판교신도시의 영향을 받아 상승했다고 한다.

애초 정부는 강남 등의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한 방화벽의 기능을 판교신도시 건설을 통해 기대했지만, 이러한 정부의 구상은 철저히 실패했음이 명백해지고 있다.

강남 수요 대체와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판교신도시 건설이 이렇듯 엄청난 폐해를 낳고 있는 근본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청와대와 관료들은 판교 사태를 통해서 무슨 교훈을 얻어야 할까?

첫째. 이른바 판교사태는 정부가 그 동안 간단없이 추진해온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정책이 파산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다. 지난 90년대 초에 추진되었던 1기 신도시 건설이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정책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기 신도시-분당, 평촌, 중동, 일산, 산본-가 건설된 이후 몇 년간 전국의 주택가격이 안정되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주류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이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정책을 집값 안정의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주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기 신도시 건설 이후 집값 안정이 이루어졌다는 주류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의 주장이 진실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철저한 학술적 검증이 필요하다. 1기 신도시 건설이후 집값이 안정되었다는 현상적 통계만을 가지고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정책과 땅값, 집값 간의 상호인과관계를 공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1기 신도시 건설로 인해 주택공급이 늘어났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이 안정되었다는 주류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의 주장은 당시 국내외 경제 여건과 각종 거시지표들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연후에야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기 신도시 건설이 발표된 연후에도 집값이 진정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 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주택을 공급하면 할수록, 신도시를 개발하면 할수록 땅값과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일부 건설업체와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만 살찌우는 현상이 보편화 된 현실 앞에서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 정책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 간다.

판교신도시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사태는 이미 공급위주의 토지, 주택 정책에 조종이 울렸음을 온몸으로 방증한다고 말하면 지나친 것일까?

둘째, 판교신도시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사태는 그간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과 시장 참여자들이 여전히 참여정부의 부동산대책을 불신하고 있는 현실의 정직한 반영이라 할 것이다.

판교 주변 집값 급등에는 여러 원인이 얽혀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떠도는 풍부한 부동자금과 판교 신도시 개발에 따른 기대이익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또한 주택 소유자들이 양도소득세에 대한 부담 때문에 팔려고 하지 않아 매물이 부족한 것도 다른 이유로 들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풍부한 부동자금이야 저금리에서 기인한 것이니 그렇다하더라도 이를 생산적 투자로 향하도록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물론 참여정부는 역대 어떤 정권 보다 부동산 가격 안정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이를 정책으로 현실화하기도 했다.

특히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높게 평가할 부분은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라는 방향을 설정한 것과 보유세율 현실화에 대한 시간표를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過)도 적지 않다.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자면 기업도시 건설, 농지법 개악 시도 등으로 상징되는 건설경기 부양 정책과 지나치게 완만한 보유세 현실화율, 그리고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지 않는 인식의 한계 등이다.

결국 참여정부는 한편으로는 부동산가격 안정화를 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투기세력들의 놀이터를 만들어 준 셈이다.

가뜩이나 낮은 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은 부동산 불패에 대한 믿음에 더해 정부의 실책이 겹쳐지면서 한사코 부동산으로만 몰려들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며, 최근 판교발 투기 광풍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개발부담금제와 보유세 현실화가 유일한 대안

그렇다면 판교발 투기 광풍을 잠재울 수 있는 묘방은 정녕 없는가? 기왕에 드러난 것처럼 대증적인 처방이나 냉온탕을 오가는 부동산 정책을 가지고는 부동산 투기를 잡을 도리가 없다.

‘이윤 있는 곳에 자본 있다’라는 격언처럼 부동산을 소유해서 얼마든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현재의 구조가 온존하는 한 토지와 주택의 가격은 경향적으로 상승할 것이고, 이는 국민경제에 이루 헤아리기 힘들만큼의 타격을 입힐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정부가 겨냥해야 할 부동산 관련 대책은 무엇보다 부동산 소유를 통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의 본디 원인은 토지가치의 독점에 있는 만큼 정부는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서 토지에만 과세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5.4부동산대책에서 밝힌 것처럼 2017년 보유세 실효세율 1%달성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효율세 3%를 목표로 해야 하고, 가능하면 과세시기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

한국 보다 보유세율이 훨씬 높은 미국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점,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보유세 실효세율 3%달성과 과세기간의 단축은 부동산 투기 근절과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또한 정부는 판교발 투기 열풍을 진정시키기 위한 단기처방으로 개발부담금제 재도입 추진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개발부담금제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8년 동안 총 1조6397억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했는데, 이것은 한해 평균 2천억원 정도로서 너무나 미미한 액수였다.

2001-2003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자본이득은 212조원에 달하고 연평균 약 70조원의 토지 자본이득이 발생한 점, 2002년에는 명목 GDP의 20%에 육박하는 자본이득이 발생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개발부담금제의 도입은 판교발 부동산 광풍을 잠재우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단기적으로는 개발부담금제를, 중장기적으로는 보유세율 현실화를 흔들림없이 추진해 나간다면 판교발 부동산 광풍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풍으로 변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참여자들에게 분명한 신호를 주어 급속히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이며, 시중에 흘러넘치는 부동자금의 발길을 생산적 투자와 건강한 소비로 돌리게 할 것이다.

판교발 투기열풍을 어떻게 진정시키느냐에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더 나아가 경제정책의 성패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청와대와 관료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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