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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러고도 개혁정당인가?
[논단] 투기근절 없는공직자윤리법 제정, 여당은 개혁말할 자격이 없어
 
이태경   기사입력  2005/04/22 [21:17]
이기준, 이헌재, 최영도, 강동석! 이 네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이들은 모두 부동산 불법, 편법 투기의혹으로 낙마한 참여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이다. 아마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공통점을 금방 간파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인한 고위공직자들의 잇따른 중도하차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부동산 신탁제'이다. 부동산 신탁제는 위법 없이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경우, 그로 인해 사회에 진 '도덕적 부채'를 탕감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부동산 신탁제를 조금 더 설명해보자! 이 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재산등록을 할 때 소유 부동산이 실수요임을 해명하도록 하고, 해명을 하지 않거나 해명이 미흡할 경우, 이런 부동산에 대해서는, 신탁당시가 아니라 취득당시 가격의 원리금만을 퇴직 때 돌려주도록 하는 조치를 뼈대로 하고 있다.
 
또한 이전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 신탁제가 보다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신탁을 해야 할 대상자의 범위를 본인과 부인 그리고 직계존비속까지 확대해야 함은 물론이다.
 
물론 한국사회의 고질(痼疾)이 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로는 토지 보유세율의 현실화가 최선이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는 부동산 신탁제가 단기적으로 유효한 처방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루어질 것으로 예측되었던 부동산 신탁제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아예 포함되지도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21일자 <프레시안>의 기사를 보자!
 
반부패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배경으로 4월 임시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공직자윤리법과 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설치법 논의 진행이 미적지근하다.
 
… 주식백지신탁제 도입을 골간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21일 행자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나, 부동산 신탁제와 재산형성과정 소명사항이 빠졌다. … 과 고위 공직자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보유주식을 제3기관에 맡겨 처분토록 하는 주식 백지신탁제는 여야간 큰 마찰 없이 행자위를 통과,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게 됐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부동산 신탁제와 고위공직자의 재산형성과정 소명 사항은 여야간 이견 차이로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해 이번 개정안은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얻고있다.

 
이날 회의에서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보면 주식보다는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증식한 사례가 많고, 참여정부 들어와서도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 4~5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낙마한 상황"이라며 "부동산 거래 제한이 빠지고 주식의 백지신탁만 들어간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야간 이견이라고 표현되었지만 한나라당 서병수 의원의 발언을 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부동산 신탁제 자체에 대한 한나당의 반대가 그리 극렬했을 성 싶지는 않다. 그렇다면 이번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부동산 신탁제 등이 배제된 데는 여당의 책임이 단연 크다 할 것이다.
 
개혁과 민생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여당이 고작 부동산 신탁제의 도입에도 실패하는 것을 보면서 여당이 입버릇처럼 외치는 개혁과 민생의 정체가 무언지 정말 궁금해진다. 분명히 말하거니와 부동산 신탁제 도입의 좌절은 여당에 힘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개혁에 대한 비젼과 의지가 부재하기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다.
 
되돌이켜 보면 헌정 사상 최초로 개혁세력이 원내 과반 정당이 되었다고 떠들썩했던 작년 4월 이후 여당이 제대로 해낸 개혁은 전혀 없었다. 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한국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로 돌리는데 필요한 개혁입법의 관철조차 번번히 실패했다. 그런 여당에게 경제 부면 등에 대한 근본적 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라는 요구는 그야말로 언감생심이었다.
 
힘이 없어서 개혁을 못하니 힘을 달라고 절규하던 여당은 정작 힘이 생긴 이후에는 개혁에 대한 의지도, 목표도 다 잃어버린 듯 하다. 아니 그보다는 애초부터 여당에게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청사진이나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할 듯 하다.
 
기실 조·중·동 등의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정당이 보여온 극악함(?)과 거듭된 실수가 아니었다면 -물론 그 정점은 대통령 탄핵사태였다- 여당이 원내과반수 정당이 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사정은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아서 여당의 가장 큰 우군은 역설적이게도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라고 표현해도 그리 부당한 평가는 아닐 듯 하다.
 
이는 거꾸로 말해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 진정으로 회개한 후 건강한 민주사회의 일원이 된다면 여당은 그 설자리를 급속히 잃어버리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그간 여당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이라는 수구정당의 대립항으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아온 셈이니 말이다.
 
최근 여당에서는 4. 30 보선을 앞두고 원내 과반 탈환을 위해서 사력을 다 하고 있다. 혹여 이런 여당의 노력이 주효해서 원내 과반 탈환에 성공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건 여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비전과 청사진을 얻을 수 있느냐이다.
    
만약 여당이 지금처럼 개혁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 없이 정치공학에 의존해서 정치를 해 나간다면 여당이 꿈꾸는 백년정당의 건설은 한낱 물거품처럼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당의 목적은 집권이지만, 집권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한뼘이라도 늘리는데 있음을 여당은 한시라도 잊어서는 않될 것이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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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4/22 [21: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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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랭이 2005/04/23 [11:11] 수정 | 삭제
  • 아니 어찌보면 정신을 차리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닐거다. 문희상이나 염동연이류를 보면 그들은 제정신으로 그러는걸지도 뭐 그들에게 개혁이 의미나 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