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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우리 마음속에 무덤을 만든 공병우 박사 7주기 추모글
 
이대로   기사입력  2002/03/08 [12:26]
{IMAGE1_LEFT}지난 3월 7일은 한글 기계화의 선구자요 컴퓨터통신 글쓰기 선배이신 공 병우 박사님이 돌아가신 지 일곱 해 째가 되는 날입니다. 살아 계실 때 시간을 아끼시고 봉사활동 을 많이 하신 공 박사님은 유언에서 당신이 죽은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장사도 지내지 말 것이며 시신 중 쓸만한 장기는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의과 대학생들 실험용으로 쓰라고 하셨고 후손이 실천했기 때문에 이 땅에 무덤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분을 받들고 따르는 이들이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 누리집(홈페이지)에 돌아가신 날 제사상 대신 추모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무덤을 쓰지 않는 인터넷 시대에 새로운 추모식 모범이 되기에 그 때 올린 축문 셋을 소개하면서 공 박사님의 거룩한 삶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관련기사]
이대로, 공병우식 삶을 배우고 본받자! 대자보 38호
이대로, 공병우 박사를 회고하며, 대자보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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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문 1] 하늘나라에 계신 공 병우 박사님

세월이 흘러 님이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7년이 되었습니다. 오늘 3월 7일 님이 돌아가신 날을 맞이하니 님의 한글사랑 겨레사랑 정신을 이어가는 우리들은 님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참배할 님의 무덤도 없고, 떠들썩한 추모식도 원하지 않은 님의 뜻을 아는 우리는 올해엔 님이 좋아하던 인터넷 통신상에서 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서, 몸을 위한 음식 제사상과 술 대신 마음을 위한 글을 차려놓고 님께 바칩니다.

우리의 사랑과 고마움이 담긴 마음의 술잔인 우리 글을 하늘에서 굽어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땅에 남아있는 우리가 님의 한글사랑, 겨레사랑 정신을 잘 이어가고 있으니 더욱 잘 하도록 우리에게 큰 지혜와 용기를 주십시오. 그리고 하늘나라에선 이 땅의 한글기계화, 국어정보화는 걱정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마음속에 향과 촛불을 밝히고 큰 절 두 번 올립니다.

2002년 3월 7일 돌아가신 7돌날   마지막 제자 이 대로


[축문 2] 뵙고 싶은 공 병우 박사님께

공 병우 박사님!

저는 박사님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고 있고 생전에 한 번도 당신을 만나뵙지 못한 대학생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업적을 알고부터, 당신께서 우리에게 남긴 큰 가르침을 깨닫고부터 감격을 이기지 못해, 당신이 가신 지 일곱 해가 지난 지금에서야 당신을 추모하는 글을 이렇게 올립니다. 당신은 우리 겨레의 참된 스승이며 은인입니다. 당신이 계셨기에 우리에게 희망이 있고, 어려움이 있을 때 정신적 지주가 있습니다.

공 병우 박사님!

{IMAGE2_RIGHT}당신께서 그토록 널리 펴기를 원하셨던 세벌식 자판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박사님은 한글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한글의 단점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모아쓰는 한글에 절망하고 대부분의 한글 연구가들이 풀어쓰기를 주장하던 때에도(하지만 풀어쓰기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신은 세벌식 글자판과 세벌식 글꼴로써 세계에서 으뜸가는 문자 기계화를 실현하셨습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우리는 잘못된 표준 자판과 비능률적인 문자로 시간과 건강을 낭비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어찌나 다행스런 일인지요!

아무리 세벌식의 가치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진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조선어학회는 큰사전을 만들어 우리말을 빛내고, 우리말을 영원히 소멸할 수 없는 언어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세벌식에 맞는 컴퓨터용 한글 입력기를 만들고, 세벌식 전용 타자연습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자가 적다고 대부분의 타자연습 프로그램에서 제대로 배려를 받지 못하는 세벌식의 지위를 한층 끌어올렸습니다. 세벌식 사랑 모임 웹사이트와 제 홈페이지에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제 프로그램을 쓰면서, 생각을 고치고 당신의 뜻을 따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봅니다. 제가 일찍 태어나지 못해 박사님께 직접 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박사님이 돌아가신 날을 맞춰 이 프로그램의 새 버전을 완성하려고 합니다. 하늘나라에서라도 지켜보시고 격려 많이 해 주십시오.

지금은 마우스 한 번만 누르면 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입니다. 당신께서 원하셨던 한글 전용, 한글 전용 가로짜기 신문은 자연스럽게, 하지만 너무나 늦게 실현되었습니다. 또, 한글 시대가 오는 가 싶더니 이제는 영어의 홍수에 우리 말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자기 언어를 인터넷을 주도하는 언어로 만들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우리의 대응은 미미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입니다. 아직도 제 나라 말글 소중한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고, 반면 뜻 있는 사람은 언제나 적고 힘이 약합니다. 박사님이시여, 그들 마음의 중심을 당신의 뜻과 업적으로 바로잡아 주시옵소서.

구시대 썩은 정치인과 친일파들이 가고 진정 올곧은 한글세대가 이 나라를 다스리는 날이 오면 시대가 바뀔 것입니다. 제게는 비전이 있습니다. 김 동길 교수는, 그 날이 오면 전 세계의 뜻이 있는 젊은이들이--지금 젊은이들이 영어를 배우듯--한글과 우리말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셨습니다. 그 예언을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이뤄 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것, 알아야 할 것, 만들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여러 사람의 뜻도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어려움도 많이 겪을 것입니다. 그 때마다 저희를 돕고 지혜를 주십시오.

젊은 사람보다 훨씬 젊게 살고 가셨던 박사님, 만나 뵙고 싶습니다. 아무리 어려도 배울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선생'이라고 높여 부르고, 아무 미련 없이, 거침없이 내 식대로 살다 가신 공 병우 박사님! 당신의 뜻을 따르려고 다짐하는 후배를 어여삐 보시고, 지켜 봐 주세요. 저도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을 본받아 시간을 아끼며 인생을 뜻있게 살겠습니다.

2002년 3월 7일    

한국과기술원 학사과정 2년차 김 용묵 올림


[축문 3] 안녕하세요, 공 박사님

지금 울면서 이 글을 씁니다. 제가 첫 번째로 존경하는 분이기 때문에 이 글을 정성들여 씁니다. 제가 공 박사님을 처음 안 것은 돌아가신 후 2년 뒤여서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한테는 반평생 동안 알아온 분입니다. 저는 박사님을 통해 시간을 아끼는 것을 알았고, 한글 사랑을 알았고, 한글 기계화를 알았고, 내 식대로 사는 방법을 알았습니다. 박사님의 자서전과 박사님을 거쳐 간 분을 알면서, 저는 이런 것이 진정한 삶이란걸 깨달았습니다.

이제 공 박사님이 돌아 가신지도 7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정치인들은 정신을 못 차리고 한자혼용을 하면서, 두벌식을 표준으로 해놓고 있습니다. 이게 얼마나 통곡할 일이겠습니까..! 우리는 과학적인 한글을 쓸 자격과, 세벌식 글자판을 쓸 자격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제한된 환경에서 세벌식을 표준으로 하라고 주장하고 그러면서 세벌식을 쓰고 있습니다.

공 박사님은 이 극로 님 한테서 한글 사랑을 배우셨다죠. 저는 공 박사님을 통해 한글 사랑을 배웠습니다. 평소에 쓰던 채팅 말과 한자를 버리고, 한글만을 쓰게 되었습니다. 두벌식도 버리고 세벌식 최종을 쓰고 있지요. 꼭 몸 편히 쉬는 때가 오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제가 죽고 나서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중학교 1년 최 재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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