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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연구소는 일본식 한자혼용파가 만든 국가기관
[한글 살리고 빛내기39] 문화부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한 학술원 국어연구소
 
리대로   기사입력  2021/09/08 [00:36]

일본 강점기에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을 기본으로 미국 군정 때부터 교과서도 만들고 국어정책을 세우고 시행했다. 문교부 국어정책은 우리말을 한글로만 적는 말글살이를 목표로 한 것이기에 일본 식민지 때에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적는 일본식 한자혼용에 길든 일본 식민지 세대 지식인들은 한글전용법과 그 정책을 싫어하고 매우 불편해했다. 그래서 광복 뒤에 공문서라도 한글로 적으려는 한글전용법 제정도 반대를 했고, 터박이말을 찾아서 쓰자는 것도 가로막았고, 5.16 군사정변 뒤에는 교과서를 한자혼용으로 만들게 했다. 그러다가 국민이 저항하니 정부는 한글전용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니 이들은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이희승)을 만들어 한글전용을 막으려고 했고 그 정책을 어느 정도 못하게 했다. 그리고 정부에 건의해 일본처럼 국어연구소를 만들게 했는데 이들이 정부에 낸 건의문과 이희승 교수 후임으로 한국어문교육연구회 회장이 된 남광우 교수가 쓴 국립국어원이 글을 보면 첫째 해야 할 일이 (1) 國字問題: 한글문제, 表記法問題, 漢字問題(常用漢字, 敎育漢字, 略字, 漢字語), 國字(한글,漢字)電算化라고 했다. 이 글에 국어원 설립 이유와 목적이 한자혼용임이 잘 나타나있다. 한자를 한글과 함께 나라글자(國字)라면서 한자를 어떻게 가르치고 쓸 것이며 한자를 전산기로 쓸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서 국립국어연구원을 만들자고 1983년에 정부에 건의했고 1984년에 문교부 산하 학술원 부설로 국어연구소를 만들었다.

 

▲ 남광우 교수가 쓴 국립국어연구원 설치 이유(왼쪽)와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자는 단체들이 정부에 낸 건의서(오른쪽)를 보면 글부터 한자혼용이고 한글전용을 막으려는 속셈이 들어있다.     © 리대로

 

이렇게 설립한 국어연구소는 한글 맞춤법 개정안 심의 위원회를 꾸리고 위원장에 김형규(국어연구소 소장), 위원에 김민수(고려대 교수), 강신항(성균관대 교수), 이승욱(서강대 교수), 이용주(서울대 교수), 유목상(중앙대 교수) 6명으로 정했다. 표준어 개정안 심의 위원회는 위원장에 이숭녕(백제 문화 개발 연구원 원장), 위원에 김형규(국어 연구소 소장), 남광우(인하대 명예 교수), 이응백(서울대 교수), 이익섭(서울대 교수), 이병근(서울대 교수), 박갑수(서울대 교수)들로 꾸리고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개정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두 위원회 김형규, 이숭녕 위원장부터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경성제대 조선어과 출신이고 위원들도 거의 경성제대 출신 이희승 교수와 그들 제자나 후배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든 한글맞춤법과 표준어 개정안을 가지고 학계, 교육계, 출판계 언론계 사람들 12명과 두 위원회 위원 12명을 포함해 24명으로 검토위원회를 조직하고 여러 번 회의를 했다. 그런데 이 검토위원에 한글전용자인 한글학회 허웅 회장과 이현복 부회장, 그리고 언론계에 박갑천 서울신문 논설위원 들이 들어갔지만 구색을 맞춘 것이지 거의 모두 한자혼용 자들이어서 개정안은 통과 되어 1987년에 공포한다. 오랫동안 검토 회의를 했다고 하지만 민주절차 형식을 밟기 위함이었다. 이 두 개정으로 한글학회가 수십 억 원을 들여서 만든 우리말 큰사전이 휴지 조각이 되었고 일제 강점기 목숨까지 바치며 한글을 갈고 닦은 조선어학회 노력과 공적에 먹칠을 한 성과를 얻었다.

 

▲ 국립국어연구원 설립을 건의한 단체(왼쪽)들과 한국어문교육연구회가 낸 한자혼용 학술지.     © 리대로

 

1960년대 문법 용어를 한자말로 통일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글맞춤법을 손댈 때도 한글단체 인사 몇 사람을 들러리로 세워서 그들 뜻대로 했다. 그러나 학술원 산하 국어연구소로는 그들 뜻대로 한자혼용 정책으로 바꾸기 쉽지 않으니 국어연구소를 1990년에 문화부 소속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시킨다. 그리고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국회에서는 한글전용법을 폐기하고 한자혼용법으로 만들자고 나선다. 국립국어연구원이란 국가기관이 한글과 한글학회를 못살게 굴고 조선일보와 언론이 저들을 거든다. 한글은 연산군 때 다음으로 큰 위기를 맞았고 한글단체는 1987년에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을 만들고 이들에 맞서서 싸운다.

 

그런데 이렇게 일제 때 조선어학회가 만든 한글맞춤법을 손대서 조선어학회 공적에 먹칠한 김형규 국어연구소 소장이 567돌 한글날에 한글발전공로로 금성문화훈장을 추서 받는다. 그리고 이 일에 힘쓴 다른 이들도 학술원상을 받거나 한글날에 표장장과 세종문화상을 받는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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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9/08 [00: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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