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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의 공적과 기여
[정문순 칼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알려준 기득권의 본색
 
정문순   기사입력  2019/09/07 [17:15]

한때 사교육 입시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뉘우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조카가 고3 때 자기소개서를 봐달라고 한 적이 있다. 빈약한 자기소개서 속의 아이는 3년 동안 교내외 활동을 거의 한 적이 없었다. 아이를 방치해 놓은 부모가 한심스러워졌다.

 

조국 사태를 접하고 보니, 교과 외 활동을 한 것이 없어서 빈 공간을 채우느라 애를 먹었을 조카가 떠오른다. 그 아이의 상황은 어른이 전혀 가공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만의 힘으로 만든 것이었다. 특별한 재주가 없는 대개의 아이들, 아니 자신의 재능이나 적성이 무엇인지 알 기회도 없이 입시에 인생이 저당 잡힌 채 학교와 학원과 집을 오가는 동선이 하루의 전부인 이 나라 청소년들은 자기소개서에 딱히 쓸 말이 없다. 그런 원시림에 부모의 관심과 돈, 능력이 투입되면 내용 없는 자기소개서의 주인공은, 학업뿐 아니라 전공할 과목을 미리 파고들 정도로 학문적 역량이 출중하고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도 정성으로 돌보아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할 준비가 된 동량으로 둔갑한다.

  

혼자 입시를 감당하도록 내버려두었으면 내 조카 같았을 아이의 자기소개서를 근사한 것으로 만드는 부모들의 역량과 수법은 층위가 다양하다. 편법과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한 인권변호사 출신은 외고에 다니는 딸이 적응하지 못하자 시골 학교에 전학 시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을 노리도록 했다는 말을 들었다. ‘지균이라고 약칭되는 이 제도는 교육에서 소외된 지역의 학생들을 배려한 제도다. 지금은 새치기가 어렵도록 제도를 보완한 것 같지만 지균은 한때 상류층 자제들의 명문대 쉽게 보내기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재외국민 특례 입학제도도 취지가 훼손된 입시 제도로서 역사가 장구하다. 국내의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배려한답시고 만들었을 이 제도는 공부 못하는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일부러 해외 거주 기간을 늘려 기준을 채우거나 일없이 자식과 함께 나라 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양산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식을 위해 입시에서 불법이나 편법은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물론 불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편법에서도 놓여날 수 있을까. 자신은 가만히 있었지만 상류층이 쉽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제도가 있어서 단순히 활용만 했다고 보는 사람들과 달리, 논란이 되는 딸의 학술논문 제1저자 등재는 조 후보자 정도의 기득권층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아는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온갖 애를 써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가 일류 대학 교수가 아니었으면 조 후보자 딸에게 그런 기회는 올 수도 없었다. 그런 기회는 평범한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어지간한 기득권에게도 열려있지 않거니와 초특급 기득권이라도 가만히 앉아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 후보자 딸이 한 모든 일은 철저히 수시입학이라는 하나의 목표에 맞추어졌으며 그 기획은 조 후보자 부부의 손에서 나온 것이다.

 

조 후보자는 극히 폐쇄적이고 자신 같은 사람만 접할 수 있는 진학 수단을 찾아내어 기어이 혜택을 보았다는 의심을 면할 수 없다. 나는, 조 후보자가 남들은 엄두도 못낼 제도를 적극적으로 찾아 이용함으로써 공정하게 치러야 할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고 본다. 조 후보자는 딸 의혹에 대한 해명의 정리본으로 제도를 탓하는 데 안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심스럽게 처신할 것과 겸허한 마음과 낮은 자세를 다짐하는 것은 자신이 비판 받는 지점을 오해한 것 같아 안타깝다.

 

나는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바라지 않는다. 여우를 피한다고 호랑이 만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조 후보자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이 나라 기득권의 실체가 어느 정도이며, 조 후보자 정도면 기득권 계급에서 상대적으로 일탈의 수위가 낮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는 측면에서 그는 일등공신이다.   

 

* <경남도민일보>에 게재된 칼럼을 손본 글입니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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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9/07 [17: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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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위산 2019/09/08 [21:37] 수정 | 삭제
  • 참 세상은 경이롭다 남의 수고와 노력은 애시당초 들여다볼 의사도 없으면서 자신의 허구인지 꾸밈인지도 모를 내용을 멋진 단어를 배열하는 솜씨는 가히 두자리도 거뜬할것같다 기자란 보이는 사물 또는 들리는 소리를 진실되게 전하는게 책무이다 어줍잖은 솜씨와 편향된 사고를 접목하여 전문가 행세를 하는건 한마디로 犬이나 다름없다 어디에도 쓸모가없는 스레기란 뜻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하게 생각 않는게 인간의 첫째 덕목이다 소질도 능력도 없음 최선을 다하며 사는게 인간 다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