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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중 이대로 둘 수 없다
[김영호 칼럼] 국제중은 위화감 조성, 망국적 사교육 열풍만 부채질해
 
김영호   기사입력  2013/04/01 [21:02]

다 아는 이야기지만 출산율 저하와 만혼풍조는 주택난과 사교육 탓이 크다. 결혼하여 부모한테서 독립하려면 집을 마련해야 한다. 보통 봉급생활자는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낸다. 전세 값도 해마다 올라 더 싼 셋집을 찾아 연례행사처럼 보따리를 싼다. 결혼을 미루고 출산도 미루다 뒤늦게 자녀를 두게 되면 육아비, 교육비를 감당하기가 너무 벅차다. 맞벌이를 해봤자 애 뒷바라지에 거의 다 들어간다. 둘째 자녀는 그냥 꿈속에서만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국제중학교를 만들음으로써 초등생들도 입시경쟁으로 내몰아 과외광풍이 날로 드세진다.

중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다. 의무교육은 보편적 교육을 의미한다. 민주시민으로서 역량과 자질을 함양할 수 있도록 모든 국민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을 등에 업은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이 2008년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에도 2개의 국제중학교를 인가했다. 당시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교육의 양극화와 망국적인 사교육을 이유로 반대했다. 공정택이 내세웠던 궁색한 명분은 글로벌 인재양성과 조기유학을 줄인다는 것이었다. 교육도 산업이라는 상업논리가 공공교육의 근간을 파괴하는 길을 연 것이다.

국제중학교는 입시경쟁을 통해 소수의 학생을 선발하니 ‘일류중학’으로 자리매김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일류중학’의 병폐는 반세기 전에 이미 입증된 바 있다. 1968년 7월 박정희는 1969년부터 중학교 입학시험을 폐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그 조치의 일환으로 서울에 소재한 경기-서울-경복중과 경기-이화여중 등 세칭 일류 중학교 5개교를 폐교했다. 당시에는 ‘입시지옥’이란 말이 나올 만큼 중학교 입시경쟁이 대학교 입시경쟁 못지않게 치열했다. 일류중 합격자 명단이 신문의 호외로 발행될 정도였다. 세칭 일류중학에 입학하면 동일계 고교진학에 거쳐 서울대로 가는 징검다리가 수월하게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국제중은 국어, 국사를 빼고 나머지 과목은 영어로 수업한다. 입학한 이후에도 수업을 따라가려면 능통한 영어 구사력이 필수적이다. 수학도 중3이 되면 고등수학을 가르친다. 입학인원은 인가시점에 서울시내 초등학교 6학년생 11만8,979명의 0.15%에 불과하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리만치 입시문이 좁다. 국제중이 영어광풍을 더욱 부채질하여 초등학교부터 시작하면 늦다며 유치원에도 그 열기가 날로 더 뜨거워진다. 입학하기 전에 영어-수학 선행교육을 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우니 과외학원들이 살판났다.

학비가 너무 비싸 보통 봉급생활자는 자녀를 국제중에 보낼 처지가 못 된다. ‘귀족학교’니 ‘특권학교’하는 말이 나올 만하다. 대학생보다 학비가 훨씬 많이 든다. 입학금 80만~100만원. 교육비 분기당 150~170만원으로 연간 600만~680만원. 통학 버스요금 월 25만원으로 연간 250만원. 방과후 수업료 월 20만원. 학년마다 실시하는 해외연수비 200만~300만원. 교복비도 일반 중학교에 비해 훨씬 비싸다. 여기에다 얼마를 내는지 당사자들만이 아는 학교발전기금이라는 게 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위원의 말을 빌면 2,000만~5,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인가 당시에 부자학교라는 논란이 크자 경제적-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명목으로 정원의 20%를 경제적-사회적 약자를 뽑도록 했다. 부자학교가 아니라 저소득층 자녀들도 다닌다는 명분을 내세우려는 꼼수였다. 해외유학, 학업부진 등의 이유로 중도에 자진퇴학하는 경우가 생긴다. 학업부진은 주로 배려 대상자에서 생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의 영훈국제중 입학이 뒤늦게 말썽이 났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중에 한 부모 가정에 해당하여 입학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단 이 경우뿐이겠느냐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부패구조를 미뤄보면 일반전형을 포함하여 입학선발-결원보충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개입할 소지가 적지 않다.

보도에 따르면 경제적 배려대상자, 즉 저소득층 학생한테도 매달 50만원씩 받았다. 입학 추천서를 잘 써달라고 100만원을 줬다. 입학대기자인데 2,000만원을 달래서 주고 입학했다. 등록금 감면비율에 따라 ‘50%’, ‘70%’, 기부금 액수에 따라 ‘5,000만’, ‘1억’이란 별명이 딱지처럼 붙어 다녀 ‘왕따’를 당한다. 국제중은 과중한 학비부담으로 인해 부자가 아니면 다니기 어렵다. 그런데 저소득층의 입학을 할당했으니 불청객 취급을 당한다. 그들도 동류의식을 느끼지 못해 심리적 격리지대에서 힘겹게 지낼 것이다.

의무교육의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국제중학교는 존속할 이유도 가치도 없다. 많은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좌절감을 안겨주며 망국적 사교육 열풍만 부채질할뿐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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