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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반복, 시리아의 민주화와 5.18의 광주
[국제동향] 아랍 민주주의, 또다른 5.18 막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
 
한상진   기사입력  2012/05/18 [17:28]
지난 3월에 터키의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했었다. 이미 이라크 난민, 아프간 난민들을 맞이한 경험이 있는 터키는, 시리아 사태가 터지자 재빠르게 난민 캠프를 설치하고 정부 담당관을 현지에 파견하며, 기본적 생필품을 비축하였다 제공하는 등 발빠르게 체계적인 준비를 하며 난민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랍의 민주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나, 필자가 보기에 지금까지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 나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분노한 민중이 봉기를 하였지만, 결과는 기존의 지배층이 얼굴 마담만 바꾼 채 지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양상이다. 튀니지는 벤 알리 전 대통령 퇴진 후 민주화 진척상황이 국제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고, 이집트는 무바라크 퇴진 이후 민주화의 진전을 요구하는 민중을 군부가 폭력진압 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리비아는 유력 세력 간의 권력싸움이었을 뿐, 민주화 투쟁이라고 말할 여지가 전혀 없다. 어이가 없는 것은 권력 쟁탈을 위한 내전을 ‘민주화 투쟁’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나토가 개입하여 특정 세력의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토는 리비아의 늪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시리아의 경우는 지금까지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시위와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민중과 대통령이 정면충돌을 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물러났을 때 이를 대체할 다른 지배세력이 없다. 그래서 시리아 민중봉기가 성공한다면 명실상부한 민중 혁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의 시위대는 대단히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5월의 광주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시리아 정권의 혹독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민중은 그간 비록 그 규모는 작지만 여러 차례 봉기를 해 온 역사가 있다. 물론 지금까지 시리아 정부는 이를 효과적으로 진압해온 경험이 있어서 아직까지는 버티고 있지만, 비폭력을 유지하고 있는 시리아 민중 앞에서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필자가 터키의 시리아 난민촌에서 인상 깊게 본 것은 군인용 난민 캠프였다. 시리아 정부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무력으로 진압하라는 명령을 이행할 수 없어서 탈영하여 터키로 탈출한 시리아 군인들만을 수용한 캠프였다. 그 숫자가 독자적인 캠프가 필요할 정도로 많았으며 그 구성도 점점 상급 지휘관으로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시리아군 최 고위층 마저도 망명을 감행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슬람 사회주의사회 건설을 지향한 시리아는 사회복지에서는 다른 아랍국보다 훨씬 나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은 없었고, 또한 여성의 권리도 다른 아랍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나은 편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지지계층을 확보하고 있고 그것이 지금 아사드가 비무장의 시위대를 학살하면서까지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아랍 전문가들도 시리아를 높게 평가하면서 주목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사드는 이들을 실망시켰다. 아사드의 지지자들도 더 이상 아사드를 맹목적으로 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시리아 민중봉기 초기에 아사드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거나 등을 돌리고 있다.

시리아 문제의 해법은 아사드 정권의 퇴진 밖에 없어 보이지만, 아사드 정권이 쉽게 퇴진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제사회가 시리아에 대한 경제 재제를 가하고 있지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중들이 주로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은 딜레마이다.

그렇다고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이 해법이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현실적으로도 아프간과 리비아에서 이미 파병을 하고 있는 나토와 미국은 시리아에 개입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시리아는 아직 한국과 수교를 하지 않고 있는 나라이기에, 하다못해 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조차 할 수 없는 우리가 시민사회 차원에서 시리아의 민주화화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터키나 레바논 그리고 요르단 등 시리아의 난민들이 찾는 나라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짬을 내서 시리아 난민 캠프를 방문해 볼 것을 권한다. 그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이들에게는 커다란 위안이 된다.

시리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촛불을 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시리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UN관련 기구들 앞에서 시리아 문제 해결에 UN이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단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벌써 1만 여명이 죽었고 지금도 하루 수십명 씩 죽어가고 있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시리아 민중 일부는 어쩔 수 없이 총을 들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비폭력을 고수하고 있다.

80년 광주의 아픔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우리에게 이런 역사의 반복을 막는 것은 의무일 것이다. 상상할 수 있는, 실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 그것이 세계 여러 곳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또 다른 5.18을 막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가 아닐까?

* 본문은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에도 실렷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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