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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합창이 총선-대선 결판낸다
[김영호 칼럼] 1970년대에 박제된 화석인간들은 참여민주주의 본질 몰라
 
김영호   기사입력  2011/11/03 [20:57]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연 나타난 무명정치인 박원순이 집권당의 중견정치인 나경원을53.4%:46.2%로 누르고 낙승했다. 이 선거는 서울시장이 대통령 다음 중요한 선출직이기도 하지만 MB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녀 그 의미가 중대하다.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의 결과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가진 것이다. 한나라당의 패인은 20~40대의 반란과 중산층의 이반이다. 강남3구를 한나라당의 철옹성처럼 말하나 송파구의 표차는 2.6%에 불과하다. 전체적 표차도 작년 6․2 지방선거보다 2.7~5.6%포인트 줄었다. 이것은 경제난국, 언론장악, 측근비리, 불통정치, 강압통치에 대한 중산층-청년층의 분노한 심판이다.

분노의 물결이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타고 지구를 엄습했다. 독재, 독점, 불의, 부정, 부패, 비리, 실업에 항거하는 연대가 기성의 지배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창출할 기세다. 지난 1월 튀니지에서 한 젊은 행상이 분신으로 분노를 말할 때 아무도 몰랐다. 그것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아랍권에 민중항쟁의 불씨를 지피리라고….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철권통치를 종식시킨데 이어 예멘, 시리아에서도 독재의 종언을 재촉하고 있다. 분노의 물결은 5월 유럽을 휩쓸며 금융자본의 탐욕과 정치체제의 모순을 질타하더니 10월에는 월가 점령을 기점으로 지구적 격랑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8년 5월 거대한 촛불의 물결이 국민의 분노를 태웠다. 장대비에도 서울의 심장부를 점령하고 밤을 밝혔다. 포털사이트 토론방에서 소통하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이 인터넷 생중계, 1인 미디어를 불렀다. 거리만이 아니었다. 무수한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며 사이버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청와대롤 향한 분노의 함성은 광우병 반대를 넘어 MB정권의 독주와 독단을 질타하며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승화하고 있었다. 경찰곤봉의 폭력성-야만성 앞에 잠시 잠복했을 뿐이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참패, 민주당 압승이었다. 한나라당은 본거지인 경남도, 전통적 여당지역인 강원도, 인천시에서도 패배했다. 만약 민주당이 서울시, 경기도 후보를 유권자가 참여하는 정책검증과 경선과정을 거쳐 선출했더라면 결과를 달라졌을 것이다. 영리한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행위는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에 대한 견제장치로서 기초단체장, 지방의회는 민주당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선거결과는 여론조사와는 판이했다. 언론은 숨은 표라고 호들갑을 떨지만 원인분석이 없었다. 탄압 받은 촛불과 네티즌들이 극도로 자제하던 정치적 의사를 표로 표현했던 것이다.

4․27 재보선은 내년 총선, 대선의 예고편이었다. 대통령보다 인지도가 높다는 엄기영을 최문순이 뒤집었다. 천당 아래 분당이라는 한나라당의 본거지에서 손학규가 승리를 쟁취했다. 정권에 포획된 관제방송-족벌신문이 왜곡-편파보도를 일삼는 사이 트위터는 거주지를 떠나 열심히 투표상황을 중계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국지전이 아닌 전국전 양상을 띤 이 선거의 결과는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의 경고였다. 하지만 그 뜻을 거역하여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를 자초했다.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박원순 득표율이 20대 69.3%, 30대 75.8%, 40대 66.8%였다. 이것은 청년층이 부모의 출신지역을 떠나 정보를 공유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고 있음을 말한다. 50대의 득표율이 43.1%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747공약의 허구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은 MB정권에 경제발전을 기대했다. 그런데 MB는 4대강, 오세훈은 디자인서울이라는 기념비적 상징물 만들기에 헛돈을 퍼부으며 몰두했다. 물가앙등, 대량실업, 비정규직,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전세폭등 등을 외면한 채 말이다. 대학졸업은 희망 아닌 절망, 출산의 기쁨은 육아의 슬픔, 맞벌이 부부가 감당 못하는 전세폭등의 고통, 동일노동에 임금은 절반인 비정규직의 절규가 SNS를 통해 형성된 공동체에서 소통하고 연대하고 있다. 집권세력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알바’들을 풀더니 종북좌파 척결을 부르짖으며 검찰, 경찰, 선관위, 방통심위를 동원해 단속에 나섰다. 온라인에 곤봉세례와 물대포를 퍼붓겠다다니 허망한 발상이다.

의식구조가 1970년대에 박제된 화석인간들이야 이동성-휴대성이 진화한 스마트폰을 통한 SNS의 공동체가 존중하는 자발성-참여성을 이해할 리 없다. 그들은 지금 세계가 분노를 합창하고 연대하며 참여민주주의를 말한다는 사실을 알리도 없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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