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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오바마 뜻대로 될 것인가?
[한상진의 중동통신] 서구식 민주주의 아닌 이슬람식 민주주의 주목해야
 
한상진   기사입력  2011/02/09 [18:52]
이집트에서 이슬람권 국가로는 드물게 민주화 시위가 발생하여 2주를 끌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차기 대통령으로 밀기위해 물밑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머나먼 나라이지만 한국도 더이상 이집트의 민주화 시위를 그저 나와 관계없는 일로만 볼 수는 없는 처지입니다. 각설하고 이집트예 꼭 서구식의 민주주의를 이식해야만 하는지에 관해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이슬람 정치에는 1500년 이상된 대의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하멧이 죽고 그의 후계자를 부족장이 모인 협의체에서 선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통은 아직까지도 이슬람 문화에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고 사담 정권이 무너진 후 이라크의 상황이 안정되지 않자, 미국은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의 도움을 얻어 각 부족의 부족장들을 소집하여 부족장 회의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아프간에서도 아프간에서도 지르가라는 부족장의 협의체가 의회의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아랍에미레이트(UAE)는 국명에서 나라의 정체를 부족간의 연방 국가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나라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결혼동맹의 일환으로 왕이 수십명의 왕비를 두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토록 부족주의 전통이 강한 이들 지역에서 부족장의 협의체는 최고 의사 결정기구이고, 또한 부족장은 풀뿌리 기조단체장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이슬람 국가에서는 부족장 협의체의 의결 사항이 놀랄만큼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집행이 이뤄집니다.

풀뿌리 대의 민주주의 기구로서 부족장 협의회의 기능에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성의 권리가 무시되는 등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이들 지역의 부족장은 부족민에 대해 가부장적 독재자라기 보다는 가부장적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강력한 부족주의 전통의 영향으로 다행히 이슬람권 나라 주민들은 자본주의에도 비교적 덜 물들어 있습니다. 서구식 자본 민주주의가 아닌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이슬람식 민주주의가 이집트에 정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슬람권 나라 중 이집트 이전에 민중의 힘으로 정치 혁명을 이뤄냈던 나라가 있습니다.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악마라고 선전하고 있는 이란입니다.

흔히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호메이니의 혁명이라고 하지만, 실은 민중의 혁명이었습니다. 민중의 대다수가 시아파 무슬림이었기에 이란이 시아파 이슬람 공화국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미국에게는 민중의 뜻을 받든 나라는 아마도 '악의 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국이란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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