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노회찬의 시대를 꼭 한번 보고 싶다' 노회찬의 대표 시대가 끝이 났다. 대선 때까지는 그냥 가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예상을 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일찍 끝이 났다.
지는 게 그렇게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노회찬과 같이 있으면 지는 일만 있고 당분간 그럴 것 같다.
얼마 전 남재희 장관과 술 한 잔 마실 일이 있었는데, 아 이 양반이...몇 년 만에 처음으로 "이제 노회찬하고 그만 놀고, 한나라당 싫으면 민주당 근처에서라도 좀 놀라"고 한다.
몇 년 전에는 "심상정 열심히 돕기 바란다, 그 후에는 노회찬이 잘 돼야 한다" 그랬던 양반이다.
솔까말 진보신당 근처에 있으면 즐거운 일은 별로 없고, 힘 빠지는 일은 아주 많다.
내 주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손학규한테 줄 대라', '정동영한테 줄 대라', 아니면 '천정배와는 그만 놀아라'...이렇게들 얘기한다.
현실적인 얘기이지만, 세상을 늘 현실대로만 살 수가 있나.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리자면 도구적 합리성이라는 게 있고, 가치적 합리성이라는 게 있는데, 가치에 따라 움직인다고 해서 덜 합리적라고 할 수는 없다는 일이다.
사람은 늘 합리적으로만 살 수는 없고, 늘 현실을 따를 수만은 없다.
지난 몇 년 동안 노회찬 대표 근처에서 그가 부탁하는 일은 대부분 들어주었던 것 같고, 내가 꺼낼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꺼냈던 것 같다. 하여간 몇 년 동안 그에게 그건 못하겠다고 말한 기억은 없다.
모진 놈 옆에 있으면 같이 돌 맞는다고 했나?
하여간 지난 지방선거를 즈음하여 진짜 평생 먹었던 욕만큼을 먹었던 것 같다. 뭐, 모르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거야 '맘대로 생각하세요' 그렇게 하겠지만, 진짜 오랫동안 환경운동 같이 하던 후배들한테 욕 먹을 때는 '아놔, 죽겠네' 싶었다.
별로 신경 쓰는 일은 아니지만, 대충 그즈음 하여 블로그 카운트도 딱 절반으로 줄었고 등등. 별로 상업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만약 상업 사이트였다면 좀 타격이 되었을 듯 싶다. '그가 묻기 전에 그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나게 하는 정치인
그래도 노회찬과 함께 꿈꿀 수 있는 세상에 대해서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기억이었다.
딱 한번 눈물이 난 적이 있었다. 해적방송 할 때였는데, 노회찬 후보가 지방선거 TV 토론회에 나갈 수가 없어서 진중권과 함께 TV 틀어놓고 칼러TV 방송할 때였다. 세상에 뭐 이런 드러븐 일이 다 있나 싶었는데, 진짜 눈물이 다 찔끔 났다.
그가 묻기 전에 내가 그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나 먼저 생각하는 관계, 나도 그렇게 오지랖 넓은 편은 아니지만, 노회찬을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나기는 한다.
오늘 진보신당 부탁으로 인하대학교에서 강연을 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참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났다.
이제 진보신당의 사령탑이 노회찬 대표에서 조승수 대표로 바뀌었다.
노회찬으로서는 지난 15년 동안에 뭔가 직책을 맡지 않은 첫 순간이란다.
조승수도 참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회찬도 어렵기로는 만만치 않다.
이런 눈을 들어 잠시 생각해보니, 내가 지지하거나 지원하는 사람이나 단체 중에 요즘 어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도 즐거움과 명랑을 잃지는 않으려고 한다만...
살아서, 노회찬의 시대가 오는 걸 꼭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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