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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 쓰는 사람, 갖는 사람
영리보험사 주주 이권 위해 보험가입자 희생 요구, 단호하게 거부해야
 
김미숙   기사입력  2010/09/14 [02:39]
공공의료보장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계약 당사자는 ‘보험료를 내는 사람, 보험료를 쓰는 사람, 보험료를 보험금(의료비)으로 갖는 사람’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세금을 내는 국민이고, 보험료를 쓰는 사람은 의료기관 이용자이며, 보험료를 보험금(의료비)으로 갖는 사람은 보건의료계 종사자와 투자자이다.

2008년 기준 국민건강보험료를 낸 사람은 전체 의료보장적용인구(국민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 5천여만명 중 1천9백675천여 명(총 의료보장적용인구 기준 39.3%)이고, 총 보험료 약 25조 원 중 15조 원 정도를 직장과 지역가입자가 낸 것이다. 또한 의료급여수급권자가 쓸 의료비를 국민이 세금으로 낸 것은 4조3천578억 원이다.

전 국민의 88.5%는 기왕의 병력을 가진 환자?

이 중에서 의료기관을 이용하여 보험료를 쓴 가입자와 피부양자는 국민건강보험 4천4백6만4천여 명, 의료급여수급권자 184만여 명, 총 4천4백248천여 명으로 의료보장적용인구 5천여만 명 기준 88.5%를 차지한다. 공공의료보장 통계만 보면 전 국민의 88.5%는 ‘이미 환자’인 ‘기왕의 병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 의료기관 이용자에게 받을 의료비 중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에 청구해 가진 보험금(의료비)은 25조8천73억 원(심사결정기준지급액으로 의료기관종별 지급현황은 입원 8조8천270억 원/34.2%, 외래 10조1천150억 원/39.2%, 약국6조8천654억 원/26.6%로 나눠 지급함)과 의료급여 보험금(의료비) 4조3천578억 원(의료급여실적기준으로 의료기관종별 지급현황은 입원 2조1천67억 원/48.3%, 외래 1조3천223억 원/30.3%, 약국 9천288억 원/21.3%)으로 총 30조1천651억 원(입원 10조9천337억 원/36.2%, 외래 11조4천373억 원/37.9%, 약국 7조7천942억 원/25.8%)이다. 

▲     © 김미숙

환자가 혼자서 낸 의료비 통계는 없다!

의료기관은 국민이 국민건강보험료와 세금으로 낸 보험료로 만든 보험금(의료비)만 갖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의료기관에 직접 낸 ‘법정본인부담의료비와 비급여대상의료비’도 갖는데,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통계로는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비급여대상의료비는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정하고 국가에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은 이에 더해 국민건강보험이 아닌 다른 보험자(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고 사고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영리보험사 등)가 주는 보험금(의료비)과 환자 본인부담의료비를 추가로 가진다. 이 또한 얼마나 되는지는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기에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8년도에 국민건강보험에서 지급한 의료비 중 가장 높은 의료비를 받은 환자는 30대 혈우병 환자로 23억 7천231만 원의 보험금(의료비)을 쓰고, 의료기관은 23억7천231만원의 의료비에 환자가 직접 낸 의료비를 더해 가졌다고 하는데, 총 의료비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는다.

만약 이 환자에게 국민건강보험이 없었다면 거액의 의료비를 혼자 내야 하기 때문에 치료를 받기보다 차라리 죽음을 선택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이란 도대체 뭔지를 생각해 보자.

‘무보험’과 ‘유보험’의 차이  

‘보험의 본질’은 ‘내가 내야 할 뭔가를 남이 내게 하는 것’이다. 한 예로 1억 원을 주고 산 차를 잃어버렸을 때, ‘보험’이 없다면 차를 잃어버린 운전자가 1억 원을 내고 사야 차를 다시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보험’이 있다면, 1억 원을 모아 주기로 한 보험가입자(내가 아닌 다른 사람)가 낸 보험료로 1억 원을 내게 하고 차를 잃어버린 운전자가 차를 다시 가질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1인당 내게 한 보험료는 보험가입자가 1만 명이면 1만원, 10만 명이면 1천 원씩 내면 차를 잃어버린 1인에게 보험금으로 1억 원을 줄 수 있다.  

▲     © 김미숙
 
보험 계약 당사자, 영리보험 VS 국민건강보험

영리보험사의 보험가입자는 보험료를 내는 자(①보험계약자라고 하며, 개인인 경우도 있고, 회사 등 단체인 경우도 있다), 보험금을 받을 사고가 있는 대상인 ②피보험자(사람이거나 재물이 된다), ③보험수익자(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청구하여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자로, 피보험자가 생존시와 사망시 수익자로 나뉜다. 보험수익자는 보험가입자 중에 있을 수도 있고, 보험가입자가 아닌 제3자일 수도 있다. 보험가입자는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를 모두 말한다)로 구분한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가입자는 보험료를 내고 보험료를 쓰는 환자는 보험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 구분한다. 보험가입자는 국민건강보험료를 내도록 강제되어 있는 가입자이고, 피부양자는 보험료를 낼 의무는 없어도 보험금 받을 권리는 있는 가입자이다.

보험수익자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의료행위를 한 ‘의료기관(법에는 요양기관이라고 한다. 병․의원과 약국 등을 포괄한다)’이다.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익 도우미만 골라 가입,
국민건강보험, 국민 누구나 무조건 의무 가입


영리보험사는 영리보험사 주주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보험가입자를 심사하여 선별 가입시키고 보험료를 내게 한다. 보험가입자가 보험료 낼 돈이 있고 보험계약을 하겠다고 하더라도 영리보험사가 가입 거부를 하면 이 사람은 국민건강보험의 보험 기능만 이용할 수 있고, 부족한 의료비는 개인이 혼자서 내야하는 무보험자가 된다.

영리보험사가 보험가입자와 보험계약을 할 것인지를 심사할 때는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받지 않을 가입자 고르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보험가입자를 고르지는 않는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민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보험가입자의 ‘권리’를 갖게 한다. 다만 ‘국민건강보험의 기능(1억 원의 보험금을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에게 내게 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는 ‘환자’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환자’로 제한해 놓은 것은 국민건강보험의 치명적인 결함이다. 또한, 총 의료비를 지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지급하는 것으로 보험료를 계산해 내게 하는 것도 완벽한 국민의료보장제도로써의 역할을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영리보험사의 보험료는 언제 내나?

그렇다면, 1억 원의 보험금을 주기 위해 1만 보험가입자가 낼 보험료 1만원은 언제 내야 할까? 차를 잃어버린 가입자가 있을 때, 1억 원의 보험금을 모아서 주면 딱 좋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억 원에 맞게 보험가입자가 1만원 씩 내면 될 일이다. ‘보험금’을 언제 받는가에 따라서 ‘보험금의 화폐 가치 하락’으로 동일한 차종을 1억 원이 아닌 2억 원을 주고 사야 한다면, ‘보험금’으로 1억 원을 받더라도 차주가 1억 원을 혼자서 추가로 내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1억 원의 보험금은 1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받을 수 있는 유보험인데, 나머지 1억 원은 혼자서 내야 하는 무보험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사고가 일어났을 때 1억 원을 주자며 보험료 1만원씩 내라면 낼 가입자가 몇 명이나 될 것인가이다. 사고자가 내야 할 보험료 1만 원만 내고 사고가 났다며 1억 원의 보험금을 몰아 달라고 한다면, 이에 응할 보험가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험계약은 사고가 없을 때 미리 ‘보험금의 크기’를 정해 자기가 내야 할 보험료의 크기를 정한 후, 복불복 하듯이 ‘사고 났는가, 안 났는가’를 따져 보험료를 내는 사람, 보험금을 갖는 사람으로 나누는 것이다.

보험료 받고 보험금 주는 보험자는?

그런데 보험료를 내기로 한 1만 명에게 일일이 1만 원씩 걷어서 1억 원을 만들어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만 가입자에게 누군가 차를 잃어버렸다며 연락도 해야 하고, 보험가입자는 어떤 방식으로 1만 원을 낼 것인가 등의 연락을 취하는 등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 일이다. 그 희생을 대신하는 단체가 ‘보험자’이다.

‘보험자’는 1만 원씩 내는 보험가입자에게 보험료를 받아 관리하고 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가입자가 생기면 관리하던 보험료를 줘야 한다. ‘보험료를 내는 보험가입자와 보험금을 받을 보험가입자 사이의 관리’는 ‘보험가입자 중 누군가가 할 수도 있고,  보험가입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자가 할 수도 있다. 영리보험사 주주가 보험가입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자이기도 하다.

현재 보험자의 형태는 국가가 운영하는 경우와 영리를 목적으로 한 법인이 될 수도 있고, 영리를 배제한 법인이 될 수도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가가 운영하는 대표적 보험자이고,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는 주식회사 형태의 영리법인 보험자이다. 보험료를 내는 보험가입자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상호회사 형태의 비영리법인 보험자는 설립 근거는 보험업법에 제정되어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상호회사 형태의 보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보험료를 낸다는 것, 보험금 받을 권리 준다?

보험료를 낸다는 것은 ‘보험금을 받을 권리’를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권리를 행사해 보험금을 받으려면 보험금을 받을 조건에 맞아야 한다. 똑 같이 차를 잃어버리더라도 보험료를 내다가 잃어버리는지,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잃어버리는지에 따라서 전자는 자신이 낸 1만원의 보험료로 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있지만, 후자는 자신이 낸 1만원의 보험료가 없어서 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없다.

물론 ‘1억 원을 받을 권리’는 보험가입자가 보험료를 내지 않다가 차를 잃어버리더라도 밀린 보험료만 내면 1억 원의 보험금을 주기로 한다는 ‘약속’을 하면 후자의 경우에도 1억 원의 보험금을 받을 권리는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후자의 조건으로 보험금을 받을 기회를 주는데, 영리보험사는 보험료를 내지 않는 기간에 보험금을 받을 일이 생기면 가차 없이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안 주고, 영리보험사 주주에게 줘 버린다.

즉 보험가입자 1만 명이 1인당 보험료로 1만 원씩 1억 원을 만들었는데, 1만 가입자 중에 차를 잃어버린 가입자가 없다면, 1만 원씩 낸 보험료로 모아진 보험금 1억 원은 영리보험사 주주가 갖는다. 또한 차를 잃어버린 사고가 있어도 보험료를 내지 않은 가입자에게 일어난 사고라면, 보험금 1억 원은 사고자가 아니라 보험사 주주에게 주는 조건을 정한 것이다.

영리보험사 주주 이권을 위한 국민의 희생은 이제 그만!

보험료 내는 시기, 보험료 방법, 보험금을 받을 조건 등은 영리보험사 일방으로 정한다. 보험가입자가 맘에 들지 않은 조건이 있어도 ‘싫으면 계약하지 마’라고 할까봐 군소리 없이 보험계약을 하곤 한다. 왜냐하면, 국민건강보험에서 제외시킨 ‘보험의 본질’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썬 영리보험사에 매달리는 방법 밖에는 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리보험사에 매달리지 않고 보험의 순기능을 이용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영리보험사와 뜻(?)을 같이한 불순한 소수 국민(정치인도 있겠죠?)들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으로 의료비를 전액 받는 것이 제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영리보험사 주주의 이권을 위한 국민의 희생은 이제 그만두게 해야 한다. 보험료를 내는 보험가입자가 단호하게 영리보험사를 거부하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환자의 의료비를 지급하게 하자고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키워드가이드에(http://bit.ly/cDoqIj)에도 올립니다.


* 글쓴이는 보험소비자협회 대표
http://cafe.daum.net/bosohub 운영자이며,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웅진윙스)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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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9/14 [02: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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