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위기의 가정, 소설 통해 가정해체를 막는다
김외숙의 <유쾌한 결혼식>...이혼, 영어 열풍 등 성찰 속 대안 제시
 
김철관   기사입력  2010/07/25 [12:01]
▲ 표지     ©나눔사
현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혼. 가정해체의 요인이 되는 이혼은 사회 위험수위에 있다. 또 영어만이 최고라는 사회풍속도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부모, 여기에서 탄생하는 기러기 아빠도 가정해체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가장을 잃은 가정도 문제다. 이런 갈등을 차분하고 잔잔한 글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 가는 소설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낸 한 시인이 전화를 걸어 뜬금없이 소설책을 붙였다는 것이었다. 그 시인이 신간 서적을 내는 줄 알고, 고맙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받은 책은 그가 지은 책이 아니었다. 그가 평소 알고 지낸 소설가의 책이었다. 캐나다 교포 김외숙 소설가가 세상에 선보인 <유쾌한 결혼식>(나눔사, 2009년 12월)이라는 장편소설이었다.

바로 글을 시작하면서 제기했던 이혼, 영어 열풍 등 가정해체에 대해, 어른이 아닌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글이었다. 즉 50세가 넘은 소설가가 20대 후반 소녀의 입장에서 바라 본 이혼과 영어 열풍 그리고 기러기아빠의 탄생을 조밀하게 관찰했다. 그리고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진주는 이혼을 한 어머니와 산다. 이혼의 원인이 아버지의 젊은 여자와의 외도에 있었다. 엄마 친구 아들과 어릴 적부터 사귀어 온 진주도 이혼을 한 논술학원 선배의 전남편을 좋아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 영어 열풍이 끼어든다. 논술학원을 하고 있는 미사 선배의 전남편 준표 선배는 어린 자식(한솔)을 엄마와의 상봉을 위해 논술학원을 자주 들린다. 이혼을 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말이다. 진주는 한솔을 내리고 학원을 자주 찾아온 선배 전남편(준표)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고, 선배의 눈치를 살피면서 그를 만난다.

영어 열풍이 몰아치면서 논술 학원도 위기에 다다르고, 준표와 미사 선배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 어린 한솔(초등학생)이마저 영어공부를 위해 외국으로 보내게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논술학원의 자식까지 영어를 배우기 위해 외국으로 보내야 하는, 그리고 영어 때문에 논술학원이 망해가는 서러움을 당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어린 자식을 미국으로 가는 것을 허락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전개된다.

게다가 엄마와 이혼을 하고 젊은 여자와 사는 아빠도 사이에 둔 어린 자식을 영어 때문에 아내와 자식을 외국으로 보내게 된다. 졸지에 아빠도 기러기 아빠가 된다.

주인공 진주는 이런 현실을 개탄한다. 그러면서도 오랜 엄마친구 아들인 민제와 사귐은 이어지고 마음속에 준표 선배가 자리 잡아 간다. 사실상 진주와 민제는 어릴 적부터 양가 부모 간에 어느 정도 혼인에 대한 간접적인 언질을 해온 사이다. 진주가 언제든지 부르면 모범생 민제는 119다. 이런 진주에게 이혼한 선배가 나타나 그에게 솔리고 있고, 결국 호텔에서 선배와 동침을 하게 된다(합궁은 안했어도).

진주는 사실상의 미래의 남편이 될 민제와 이혼한 선배 남편을 사이에 두고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이혼을 당한 엄마를 생각하면, 이혼한 선배 남편을 사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이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민제도 만나고 선배도 만나면서 시간을 끌어 온다.

민제 아빠가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고, 양가 가정은 아줌마(민제)와 엄마(진주)가 홀로 가장이 된다. 이혼과 죽음으로 인해서 두 가정이 해체 되는 위기에 처한다.

진주와 엄마가 갈등이 있을 때 찾는 곳이 아빠와 이혼하기 전 자주 들렸던 시골집이다. 시골집은 능소화로 담장을 덮은 기와집이었다. 여기에서 능소화는 시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엄마와 주인공 진주를 이어주는 아름다운 추억의 꽃이다. 그래서 진주와 엄마는 마음속 갈등이 있으면 그곳 시골을 찾는다.

하지만 시골집은 누구에겐가 팔렸고 지금은 재개발돼 능소화도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의 맛있는 음식을 해 차려주고 다정다감하게 대해줬던 할머니(고인이 된)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도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이혼한 아빠를 만나 뭔가 설득을 당한 준표 선배는 미사선배와 자식을 만나려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이혼한 아빠도 기러기를 청산하고 자식과 부인을 찾아 캐나다로 떠난다. 갈등의 주체들이 외국으로 떠나면서 진주와 민제가 ‘유쾌한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가정의 해체의 가장 큰 요인은 이혼이다. 이혼율은 이미 우리사회에서 위험수위에 올라 와 있다. 이혼과 함께 이 나라를 강타하는 영어 바람은 기러기 가족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가족의 해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이런 가족의 해체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인간의 본능을 적난하게 파헤치고 있다.

작가는 이혼과 영어 바람 등에 휩쓸려 가정의 해체 위기를 맞은 부모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 어른들의 일로 상처를 받은 자녀들은 어떻게 낮선 관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지 등을 <유쾌한 결혼식>을 통해 그리고 있다.

결국 <유쾌한 결혼식>은 가족 해체와 새로운 관계를 경험하는 작가가 이 땅에 만연한 해체 바람을 극복해 가는 자식들의 시선에서 쓴 이야기이다.


실제 저자가 어려서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또 엄마의 재혼을 지켜봐야 하는 과거를 볼때스물아홉의 주인공과 흡사하다. 아비 잃은 아이에게 어미의 재혼을 감당하게 한 비정을, 저자가 주인공 진주가 됨으로서 그 때의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전개하는 책인 것이다.

소설가 김외숙은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1년 계간 <문학과 의식>을 통해 등단했다. <그대 안의 길>, <아이스 와인> 등 장편 소설이 있고, <바람, 그리고 행복>, <춤추는 포크나이프> 등 산문집을 냈다. 한하운 문학상, 한국 크리스천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미주동포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0/07/25 [12:01]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