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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색깔론' 점입가경…"법원이 좌파 비호"
'우리법연구회' 해체 촉구, 해당 판사는 신변보호…대대적 이념공세 논란
 
취재부   기사입력  2010/01/20 [11:05]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무죄판결로 촉발된 보수진영의 '사법부 때리기'가 판결 자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전방위적 이념공세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이번 판결과 용산참사 수사기록 공개에 따른 검찰의 반발, 일부 보수신문의 '판사 개인성향 언급' 등이 논란의 중심에 섰으나, 이젠 정부여당인 한나라당 마저 전방위적 색깔공세를 퍼붇는 등 법원을 향한 일련의 비판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우리법연구회' 해체 공식 촉구…"법원이 좌파 비호"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20일 당 사법제도개선특위 1차 회의에서 "사법부가 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최후의 보루가 돼야 하는데 국민이 오히려 사법부를 걱정하는 황당한 사태에 이르게 됐다"며 강기갑 대표 무죄판결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공식 촉구했다.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안 원내대표는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까지 촉구, "좌편향, 불공정 사법사태를 초래한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고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를 거론, "법관들의 이념적 서클은 반드시 해체돼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법관과 사법의 정치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른바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안 원내대표는 "최근 일부 법관의 이념편향적 판결에 대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국민적 여론과 함께 법원이 좌파를 비호한다는 비판까지 등장하는 실정"이라며 "제왕적, 독선적 법관에 대한 견제대책이 필요하다"고 사법부를 정면 겨냥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이주영 의원과 장윤석 의원을 각각 위원장과 간사로 정한 뒤 '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19일 발족시켰다. 여기엔 주성영, 차명진, 김성식, 여상규 등 국회 법사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 10명의 위원들을 내정했다.
 
표면적으론 강기갑 대표에 대한 무죄판결에 따라 '사법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살피겠다'는 이유를 내걸었으나, 지난해 부터 시작된 법원의 잇단 '소신 판결'과 관련해 본질과 무관한 이념적 색깔론을 덧붙이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주영 위원장은 19일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양병삼입니다>에 출연, "현재 우리나라 사법부에는 이념편향의 조직체들이 있다"며 "'우리법연구회' 리더들이 개인숭배를 통해 이념적으로 세뇌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조해진 대변인 역시 같은날 논평에서 "배타적 이해관계와 편향된 세계관, 폐쇄적 이념을 비밀결사처럼 공유하는 사조직을 공조직에서 들어내야 한다. 법원 구성원들은 정풍과 쇄신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보수단체, 이번에도 어김없이 '난동'…해당 판사 '긴급 신변보호 조치'
 
일부 보수신문과 보수단체, 보수성향의 변호사 단체들 역시 한나라당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도 해당 판사의 개인 성향 등을 거론하는 등 여당의 '전방위적 색깔공세'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변호사 1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회장 김평우)는 19일 논평을 내고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는 확립된 법리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는 말로 사법부 판결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변협은 이어 "법원 판결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바람직한 지도 이념을 반영하는 것이 당연하고, 우리 사회에는 국회 폭력을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데 국민의 의사가 모여 있다"며 "이번 판결은 향후 국회 폭력의 재발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성향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은 한 발 더 나아가 강기갑 대표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이동연 판사의 자택 앞에서 19일 오전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해당 판사의 자진사퇴와 대국민 사과 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해 9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 이전을 주장하며 '묘소 파헤치기'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희망과 대안' 출범식에서도 난동을 부려 물의를 빚어왔다.
 
▲ 지난해 1월 박계동 사무총장 집무실에서 강기갑 대표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모습.     ©CBS노컷뉴스

이들은 "(무죄판결을 내린 판사가) 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국회에서 업무를 방해했다"며 "(강기갑 의원이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국민정서를 무시한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이동연 판사에게 출퇴근 차량을 지원하고 법원 경비대를 동원해 경호에 나서는 등 '긴급 신변보호 조치'를 결정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보수단체의 항의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조치를 내린 것이다.  
 
'우리법연구회' 전 회장 "빨간색 안경 쓰면, 모두 빨갛게 보이는 법" 일침
 
하지만 이같은 보수진영의 대대적 반발은 사태의 본질과 무관한 이념 공세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향후 사법부 판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훈 전 '우리법연구회' 회장(현 변호사)은 20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판사의 판결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지만 내용을 가지고 봐야지 판결을 한 판사가 어느 소속인가를 보고 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보수진영의 색깔 공세에 대해선 "빨간색 안경을 쓰고 보면 세상이 모두 빨갛게 보이는 법"이라며 "젊은 법관들과 국민의 관심속에서 (보수진영의) '사법부 흔들기'는 실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우리법연구회' 해체 촉구와 관련, "법관들이 학문의 자유를 누리면서 법관의 독립과 사법부 독립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을 가지고 해제하라고 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와 사법부독립을 규정한 헌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민주주의와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법연구회를 갖고 좌파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좌편향적이거나 사법신뢰를 훼손한 판결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연구회를 신군부의 사조직인 하나회에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성"이라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나아가 "헌법에서 사법부 독립을 부여한 것은 사법부를 위해 한 게 아니라, 정부나 입법부가 너무 심하게 나갈 때 그 것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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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20 [11:0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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