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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을 계승하자고! 어떤 노무현인가?
[이민의 시대공방] '지.못.미' 못해서 미안...'배반의 정치' 책임 따져야
 
이민
노풍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지.못.미' 망부가가 터져나오고 그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부산을 떤다.
 
분위기가 이러하니 한 때 스스로 폐족이라 칭했던 그의 휘하 '친노'는 정치적 복권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바야흐로 '노짱 정신'은 범야권을 아우르는 헤게모니의 언어가 되었다.

노풍연가

노무현의 정치 궤적은 당선 전과 당선 후를 기준으로 철저히 이중적이었다. 하나의 종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종이 두 장을 놓고 그래프를 그려야 할만큼 어지러웠다. 2002년의 노무현이 '좌측깜빡이'였다면 2003년 이후 노무현은 '나는 좌회전하고 있다!'고 외치는 '우회전'이 아니었는가.
 
사람마다 그의 애석한 죽음을 두고 보내는 애도의 마음이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정서의 흐름을 관찰해보면 방점이 찍혀있는 곳은 '당선 전 노무현'일 것이다.

바보 노무현, 서민대통령을 표방했던 노무현,  상고를 나와 독학으로 판사가 되고 인권변호사로 노동자들의 아픔을 대변하다 민주화운동에 가담하고 국회의원이 되어 불의한 권력과 자본에 저항하고 황당무계한 3당합당에 반대하여 가시밭길을 자청하고 반미 좀 하면 어떠냐? 조폭언론과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 그럼 (장인이 빨치산이라고) 아내를 바꾸란 말이냐?며 한국정치의 스펙트럼에서 상대적 진보를 확실히 대표했던 노무현 말이다.

그러나 그 노무현은 2009년 5월 23일이 아니라, 이미 2003년 2월에... 아니 좀 더 시간을 늦추면 2004년 6월에 죽고 없어졌다. 물론 그 노무현을 죽인 것은 노무현 자신이었다.
 
'서민대통령 노무현으로 돌아오라'는 비주류들의 탄원 앞에 '나에게 혁명을 하란 말이냐?' 역정을 내며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오리발을 내밀면서 말이다.
 
노무현의 서거를 통해 새삼 발견하고 눈물 짓게 되는 가치나 정신이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설마 사람들이 '좌파 신자유주의'나 '친미적 자주' 따위의 '배반의 정치'를 그리워 하며 눈물을 흘리겠는가?
 
꿈의 대화 

새롭게 발견한 것이 아니라 문득 깨달은 것이다. 비록 배반당했지만 한 때나마 뜨겁게 나누었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바보의 꿈'이 있었음을 깨달은 것이다. 그 꿈은 바로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바라는 대중의 진보적 열망이었다.
 
그렇다면 그 꿈은 함께 나눈 '우리가' 복원해야 할 것이지 한때 '바보'였으나 이내 '배반의 왕'이 되어버린 노무현으로부터 계승해야 할 그 무엇이 아니다.

그동안 노무현을 '급진좌파'로 규정하고 경원시 했던 민주당이 '지.못.미' 찬가를 부르며 '노무현 계승과 재평가'를 선언했다. 그러나 노무현 계승 대회에서 친노를 앞설 자 그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퇴임 전 부터 무슨 포럼을 만들어 자기 자신을 평가해 왔던 이들이다.
 
'급진좌파'로 규정되었으니 그들이 진보의 옷을 걸치는 것은 자연스럽고, 서거 이후에 자칭 진보좌파들마저 애도를 빙자한 노무현 신격화에 가담했으니 '좌파 신자유주의'를 들먹이며 친노의 진보성을 부정하는 것도 모양새 사나운 일일 것이다.
 
그렇게 '문화적 좌파' 친노가 '성공한 대통령 노짱'을 부르짖으며 악을 써대고 '민생 우선, 이념 나중' 실용파가 '노무현 재평가'를 말하면, '도로 열린우리당' 말고 나올 것이 없다. 그결과 확대재생산 되는 것은 '배반의 정치'이며 복원돼야 할 그 꿈들은 걸레가 되어버린 참여라는 말처럼 또 다시 하수구에 빠질 것이다.
 
영결식 끝나자마자 '남 탓 말라!'며 오마이뉴스에 띄운 조기숙의 글을 보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다. '계승 자격과 계승 내용'을 놓고 한바탕 난닝구 빽빠지 논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것의 본질은 중도정당의 밥그릇 싸움이기에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지.못.미' 못해서 미안해
 
울었다. 나도 울었다. 며칠을 울었다. 많이 울었다. 그러나 그것은 한 때 뜨겁게 사랑하였으나 비루해진 나를 배반하고 떠난 여자의 비참한 죽음 소식을 들었을 때 흘린 눈물과 비슷한 것이다. 돌아가고 싶은 것은 사랑했던 그 시절이지 배반의 세월이 아니다.
 
'지.못.미' 못해서 미안하다. 함께 나눈 우리의 사랑과 꿈을 지키지 못한 건 내가 아니다. 그러니 '지.못.미' 해야할 사람도 내가 아닌 것이다. 꿈과 사랑만은 간직하겠다. 그 꿈은 노짱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것이었으며 사랑의 추억 또한 내 가슴 속에 담긴 것이기 때문이다.

고인을 향한 애도가 재임 중 정책에 대한 찬반의 입장을 뛰어 넘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고인의 죽음으로 인해 찬반 입장이 달라져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당선 전 노무현과 당선 후 노무현을 구분하고 이후 수많은 혼선과 분열을 낳은 '배반의 정치'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가리는 치열한 논쟁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쉬워보이지 않는다. 노짱은 이미 역사를 넘어 신화 속 주인공이 되었으며 그동안 과학으로 현실을 재단해온 진보좌파들도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민중후보'라는 어떤 진보원로의 객담은 화룡점정이었다.

한동안 어지러울 것이다. 반MB에 눈이 멀어 뭐가 꿈이고 뭐가 생시인지 구분 못하고 모두 한 통 속에 집어 넣고 휘휘 저어댈 것이기 때문이다. 수구들이 곧 말할 것이다. '노무현의 뜻을 받들어 그의 필생의 업적인 한미FTA 비준에 찬성하라'고. 포복절도할 일이지만 현실이 아닌가.
 
어떤 노무현인가? 
 
노무현의 죽음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노무현을 사랑한' 가난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할 것이며 '노무현의 사랑을 받은' 부자들은 계속 풍요를 누릴 것이다. '노짱 정신'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테니 부자들을 향한 노짱의 사랑은 생사마저 넘나 든다.
 
어떤 노무현인가? 우리가 사랑했던 노무현인가 부자들을 사랑했던 노무현인가? 그것을 가려내야 한다. 극복할 것을 계승하고 복원해야 할 것을 날려먹을 때, 짙은 어두움 말고  우리 앞에 놓일 것은 또 무엇이 있을까? 그런 계승은 이명박도 한다. 노짱 떠나고 눈앞이 캄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입력: 2009/06/02 [23:5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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