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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후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은 필연이다?
[이태경 칼럼] 신자유주의 극복할 사민주의 정당 창당, 정치지형 흔들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8/12/22 [18:38]
심각하고도 엉뚱한 질문 하나. 4년 후에 치러질 총선과 대선의 승자는 누가될까? 답은 한나라당이다. 단,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이 계속 유지될 경우에 말이다. 언뜻 이런 예측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수준이 참혹하리만큼 낮은 데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맞은만큼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필패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차기 총선 및 대선에서 필승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감안하면 그같은 생각이 한낱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첫째, 이명박 정부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실정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30%를 훌쩍 넘는다. 반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렇다할 반등의 기미조차 없다. 다른 정당들의 지지율이야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패악(悖惡)을 부린다 한들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다른 정당을 한나라당의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꺾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한나라당에 표를 던지는 유권자들이 전체 유권자 가운데 30%내외는 족히 된다는 점을 절대로 잊어서는 않된다.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과정과 결과를 복기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이기는 일은 참으로 어렵다. 외부 환경(외환위기, 남북관계 경색 등)과 대내적 역량(DJ와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지도자, 호남 및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적 지지기반, 진보개혁진영의 전폭적 지지 등)이 구비됐음에고 불구하고 이인제와 김대업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한나라당을 패배시키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CBS노컷뉴스

둘째, 경제위기도 그리 믿을 것은 못된다. 이번 경제위기가 미증유의 것이긴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선거는 아직 4년이나 남아있다. 선거 전에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97년 대선은 IMF구제금융이 결정된 직후에 치러진 터라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번 경제위기가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4년 후에 경제위기가 수그러들고 회복되는 국면이라면 여당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할 것은 없다. 경제위기가 외부에서 기인했지만 이를 주체적 역량으로 극복했다는 식의 주장에 동의할 유권자들은 의외로 많을 것이다.
 
셋째, 여론지형도 한나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촛불집회로 혼쭐이 난 한나라당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방송장악시도를 계속하고 있는데다 조중동 및 재벌들의 방송 겸업도 허용하려고 하고 있다. 만약 정부와 여당의 뜻대로 미디어 환경이 재편되면 가뜩이나 비대칭적인 여론지형이 더욱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형성될 것이다. 현재도 과점신문들이 미치고 있는 해악이 하늘을 찌를 지경인데 방송마저 이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신자유주의 모델을 극복할 사민주의 정당의 창당이 필요
 
그렇다면 희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위에서 열거한 한나라당 필승론의 근거들은 지금과 같은 정치지형이 4년 후까지 온존하고 제 정당들이 한나라당의 실수에 기대 집권을 도모할 경우를 상정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한나라당을 극복할 대안으로 유권자들에게 인정받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사정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정당이 출현해 기존의 정치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정당이 정당혐오증에 걸린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한국사회의  각 부면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프로그램을 갖추고 이를 실천할 의지를 지닌 정당이 바로 그런 정당이 아닐까 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공과(功過)가 혼재하는 탓이다. 수구진영과는 다른 차원에서 만약 지난 10년을 실패로 규정한다면 이는 신자유주의를 발전적으로 극복할 국가발전모델이 부재한 데다 이의 추진을 담보할 정당이 변변치 않았던 때문이었다고 평가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MB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걸었던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좌절된 데 따른 퇴행적 반응 때문이었다.
 
새로운 정당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넘어서지 못한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희망의 구심점이 될 수 있고 한나라당을 대체할 대안정당으로 유권자들에게 각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MB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도리 없이 포획당한 신자유주의 발전모델을 발전적으로 지양할 수 있는 국가발전모델은 현실적으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정도일 것이다. 물론 이른바 노르딕 모델이 흠이 없는 것도 아니고 한국적 특수성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류가 고안한 국가 발전모델 가운데 북유럽식 사민주의만큼 성장과 분배, 형평과 효율을 아우르면서 인간적 존엄을 보장하는 모델도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유럽식 사민주의가 지니고 있는 단점이나 한국적 상황과의 적합성 등의 문제는 비교적 사소한 부분이다.  
 
북유럽식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정당을 어떻게 구성할 지도 쉽지 않은 문제다. 현실 정치지형을 살펴보면 진보신당과 민주당 좌파, 여기에 시민사회진영까지 아우르는 사민주의 정당의 창당이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진보신당과 민주당 좌파의 차이점이 생각보다 훨씬 클 수도 있을 것이고 시장에 대한 진보신당의 시선이 지나치게 차가울 수도 있을 것이며 시민사회 진영 내에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민주의 정당에 참여할 능력과 의지를 지닌 그룹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과 민주당 좌파, 시민사회 진영이 손을 잡고 사민주의 정당을 조속히 창당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을 방법이 전혀 없고 이는 대한민국이 희망마저 사라진 동토의 왕국이 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민주의 정당 창당 논의를 시작하자
 
난마처럼 얽힌 현 정국에서 누군가가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사민주의 정당을 만들어 국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지금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를 줄 수 있는 정당의 창당이 긴절하다. 당장 사민주의 정당 창당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꿈과 희망을 조직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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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12/22 [18: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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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스코프스키 2008/12/29 [21:11] 수정 | 삭제
  • 진보신당 분들이 결론부분을 보고 뿔날만도 한데 어째 반응이 없었군요. 아니면 수위가 너무 높아서 삭제한 건지... 어쨋거나 저 제안은 진보신당이 응하지 않을 제안이라는 것은 명약관화 하죠...^^
  • 보스코프스키 2008/12/29 [01:17] 수정 | 삭제
  • 민주당 좌파 라는 말은 시사인에서 민주노동당 관련 인터뷰때 나왔다가 실체도 없는 일이라고 민주노동당 내에서 먼저 나온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위기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이러기를 소원해야 하는 점이 있을 지 모릅니다만 국지적인 것이 아닌 전 세계 적인 것입니다. 게다가 1년 6개월 정도의 지방선거나 내년도부터 있을 재보선은 생각에 없고 더욱 퐝당한 건 사민주의 정당을 대안으로 결론 낸것이 뚱딴지로 들립니다. 이미 프랑스에서 반자본주의당을 결성한 마당입니다. 이미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 상황인데 자본주의 일각에 발을 담근 사민당이라? 아직 우리를 비롯한 비중남미 주변부에선 이른 지 모르겠습니다(이르다는 것 자체가 어떤 시점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의 생각입니다)만 이미 다수의 세계에서는 사민당 좌측의 대안들도 다수 있고요 요번에 폭동으로 번진 희랍(그리스)은 공산당, 시나스피스모스, 사회주의노동자당 등이 이런 좌측 유권자들을 놓고 경쟁을 벌이기도 한답니다.
  • 안일규 2008/12/24 [18:54] 수정 | 삭제
  •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약간 다른 생각이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동의.
  • 지푸라기 2008/12/23 [21:34] 수정 | 삭제
  • 안타깝기는 하지만 4년뒤 다시 환란, 경제대란이 있지 않고는 한나라당이 집권하게 되어있습니다. 더구나 한나라당 실정에 기대어 정권이 탄생한다면 우리 국민에게 가혹한 일이기도 하구요.(철학없는 정권일 테니까요.)

    차라리 한 번 더 내준다는 심정으로 이 혹독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호흡을 길게 잡는다면(조급해 하지 않는다면), 9년뒤 사민당이 집권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민주당의 한계는 이명박이 실정하면 4년뒤 자기들에게 기회가 올줄 안다는 겁니다. 한나라당도 처음에는 김대중에게 진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실수로 생각했지요. 그 뒤 노무현에게 지고서야 현실을 인정하고 태도를 바꾸고 구체적인 집권 전략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