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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족 공격에 바쁜 터키의 라마단 풍경
[한상진의 중동통신] '이슬람을 위한 종교전쟁'이란 억지 명분도 안돼
 
한상진   기사입력  2008/09/07 [19:43]
9월 1일부터 라마단(터키에서는 라마잔이라고 부름)이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라마단이 뭔지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라마단에 관한 정보를 먼저 드리면서 시작하겠습니다.
 
라마단이란 이슬람력으로 단식월을 칭하는 말입니다. 한달(정확하게 29일입니다. 이슬람력은 태음력입니다.)동안 이슬람 신자는 해가 떠있는 동안 어떤 종류의 음식도 입에 대서는 안됩니다. 담배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입에서 나온 침도 삼키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 중에는 길거리에 침을 뱉는 사람을 유난히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라마단 기간 중에는 나쁜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쁜 생각을 품는 것조차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부부간의 성관계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오로지 성스러운 것만을 생각하고 선행만을 행해야 하는 의무가 이슬람 신자들에게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라마단 기간 중에는 길거리에 구걸하는 사람의 숫자가 늘어납니다.
 
라마단이 끝난 후, 사람들은 특히 가난한 이웃을 초청하여 식사를 나누는 아이드 혹은 이드라고 불리는 3일간의 축제 기간이 있습니다. 우리 태음력의 윤일에 해당하는 기간입니다.
 
터키는 유럽의 영향과 사회주의의 영향 그리고 터키 국부로 알려진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주의의 영향으로 다른 이슬람 국가와 비교해서 라마단을 강하게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에는 이스탄불 등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길거리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거의 힘듭니다. 비록 9월로 접어들었지만, 일부지역은 여전히 35~40도를 넘나들 정도로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목이 마른 사람들, 혹은 담배가 피우고 싶은 사람들은 길거리의 카페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지금 터키에서는 유례없이 카페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라마단을 지키지 않으려는 분위기는 젊은 층으로 갈수록 더 강합니다. 작년까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라마단을 준수하던 한 친구는 올해 부모와 떨어지면서 단식도 접었습니다. 아버지에게서 아침일찍 전화가 걸려오자, '아빠 나 지금 담배피우면서 커피마시고 있어'라고 당당하게 대답한 후, "종교란 개인의 선택이고, 단식을 하고 안하고는 나에게 달려있다."라고 제게 말해오더군요.
 
직장을 다니다가 2년째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있는 한 친구는, "직장을 다닐 때는 단식을 하지 않았었다. 밖에 나가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그리고 누구도 내게 단식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 후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되면서 가족들이 단식을 하는데 나 혼자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어쩔수 없이 2년째 단식을 하고 있다."라고 힘든 목소리로 이야기를 건네 왔습니다.
 
육체미 체육관을 운영하는 한 친구는, 심한 운동을 해야하는 직업인지라 단식을 지킬 수 없지만 단식 첫날과 마지막 날만큼은 지키고자 한다면서, 부모는 성지순례를 다녀올 정도로 신신할 무슬림인지라 부모가 알게되면 슬퍼할 것이니 부모에게는 비밀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시골의 소도시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더욱 보수적이고, 스스로의 사상과 상관없이 가족과의 관계 때문에 단식을 지키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발견됩니다.
 
하지만 최소한 도시 지역에서는 위에서 말한 분위기에서 단식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성스러운 것만을 생각하고 선행만을 행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에도 터키군의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쟁은 알 카에다 등이 내세우는 '이슬람을 위한 종교전쟁'이란 억지 명분이라도 같다 붙일 수 없는 것입니다.

이슬람 신자인 터키군인들이 케말주의자(무스타파 케말의 세족적 민족주의를 추구하는 집단) 군 수뇌부의 명령에 의해서 사회주의 게릴라 단체인 쿠르드 노동자당(PKK)를 라마단 기간에 공격하는 기이한 전쟁이 25번째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마단을 맞아
이슬람과 기독교의 원래 가르침이 그대로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면서...
 
터키에서 한 상진 드림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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