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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비와 집세 위해 성매매도 서슴치 않는다?
[책동네] 2006 프랑스 학생투쟁의 배경이 된 <나의 값비싼 수업료>
 
백시나   기사입력  2008/07/22 [17:31]

 
2008년 1월 프랑스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매춘을 할 수밖에 없던 여대생 로라(19세)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면서 프랑스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나의 값비싼 수업료(원제 Mes chères études)’라는 제목의 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이 나오자 프랑스의 대학생들은 프랑스 대학가의 집값이 얼마나 높으면 여대생이 매춘을 할 수밖에 없냐며 주택난을 해결하라며 대대덕인 시위를 하게 되었다. 프랑스의 대학가 원룸은 월세가 보통 150 유로 정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 많은 학생들이 학생 외에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프랑스 중산층 이하 학생들에겐 매우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꿈은 크지만 현실의 나는 너무나 보잘것없다

로라는 응용외국어학과에 입학할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다. 학교는 로라의 집과 다른 도시에 있었기 때문에 머물 집을 구해야 했다. 그러나 노동자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의 수입은 넉넉하지 않았기에 집세와 생활비를 내줄 수 없었다.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살기로 하고 텔레마케팅 등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남자친구는 집세와 공공요금 지불을 요구했으며 먹을 음식조차 따로 구입하자고 제안했다.

대중교통을 부정한 방법으로 이용하고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한 채 하루하루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터넷으로 돈 벌곳을 찾던 로라에게 매춘 사이트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딱 한번뿐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한번 시작한 이 일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에서는 ‘프랑스 최악의 주택난’ 문제와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 현장에 뛰어든 내용, 그리고 문제의 발단이 된 소설 ‘나의 값비싼 수업료(원제 Mes chères études)’를 집중 조명했다.     © MBC

“나는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배가 고팠고, 집세를 내야 했으며, 냉장고를 채워야 했으니까요.”
 
로라와 공동 저자인 에바 끌로에는 이러한 매춘 문제에 대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프랑스의 젊은이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한다. 책 뒷부분에 있는 에바 끌로에의 연구서 ‘인터넷을 통한 여학생들의 매춘행위’에서는 설문조사를 통해 여학생들의 매춘 동기와 그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러한 상황을 영국의 BBC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방을 구하기 위해 관련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조건에 따라 무료로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그 조건이란 집청소, 설거지 등과 같은 순수한 서비스들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

놀랍게도 성관계가 서비스일 경우도 많다. 방을 빌리기 위해 성을 제공해야 한다. 젊은 여성들, 특히, 가난한 여성이라면 방을 구하는데 몸을 바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안 하면 되지? 그 정도로 방이 없고, 방 구하기가 어려울까? 그렇다. 이것이 현재 프랑스 부동산 시장의 현실이다. 특히 파리에서는 수요와 공급의 조화가 완전히 깨진지 오래다.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집 없어 살던지, 파산을 각오하던지 해야 한다.

민중들의 투쟁에 의해 세워진 프랑스 공화국. 이제는 집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시위대들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집문제를 안고 있는 신세대 시위대들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전개하고 있다.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장관조차 시위대들의 요구를 인정하고 있고, 주택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2008년 3월 12일 영국 BBC
 
- 나는 전철을 타면 검사관을 만날까 떨고, 끊임없이 한 달을 어떻게 지낼까 걱정한다. 마누가 아무렇지도 않게 집세를 달라고 할 때면 두려움에 떤다. 나만 이런 삶을 살아가는 것일까? 모든 상황들이 너무나 수치스럽다.
 
- 파스타, 파스타, 언제나 파스타만 먹었다. 식사준비를 하면서 그것들을 바라볼 때면 오늘 저녁에도 또 파스타냐고 변변치 못한 재료들조차 나를 비웃는 듯했다. 그러나 먹을 만한 다른 것이 없었다.
 
- 그는 지금 팬츠를 발치에 걸친 채 내 앞에 서 있다. 속옷 바람으로 나는 그와 오랫동안 마주 보고 있다. 그가 1분도 안 되어 나에게 자기 옆에 앉으라고 요구할 것이며, 그 후 내 몸은 그의 손에 맡겨져 더 이상 내 것이 아닐 것임을 안다. 한 시간 동안, 100유로의 몸값을 받는 한 시간 동안 말이다.
 
- 로라, 오늘 너를 다시 보게 되어 무척 기쁘다. 우선 네가 샤워를 했으면 한다. 그런 다음 내가 와서 문을 세 번 두드리면, “들어오세요, 주인님.” 이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침대로 가 누워, “안녕하세요, 주인님. 당신 앞에 있는 모든 것은 다 주인님 거예요.” 라고 말해주기를 바란다.
 
- 욕실로 가서 움직이지 않고 15분 동안 몸 위로 물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목욕타월로 몸을 문질렀다. 너무 세게 문질러 살이 금방 빨개졌다. 상관하지 않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모든 더러운 때를 제거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하고 싶었다. 250유로를 위해 어제 나는 마누와 자존심, 모든 것을 잃었다.
 
- 둘로 나뉜 것 같다. 검은 것도 아니고 흰 것도 아닌, 완전히 매춘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적으로 여대생도 아닌, 나의 삶은 모순적이다.
 
- 내가 살 만한 아파트를 구할 수 있을까?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다시 매춘행위를 하지 않을 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섹스로는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기에 그것을 외면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것이 현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 꿈은 크나 현실의 나는 너무나 보잘것없다. (본문 중에서)

집세와 학비를 몸으로…

이것은 비단 프랑스 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공공연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학교에 다니면서 매춘을 하는 여대생의 사례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돈도 벌고 외국어도 배울 수 있다는 ‘워킹홀리데이’를 악용해 매춘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매춘이 더 이상 일부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에 따른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는 내 일이 아니라고 눈을 감고 외면하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방안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 매우 높은 학비와 집값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우리가 이 책에 주목을 하는 것은 이 이야기가 바다 건너 단지 로라의 이야기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도 이미 이런 유사 매춘 사이트로 넘쳐나고 있다. 매춘 사이트 뿐만 아니라 노래방, 마사지, 룸사롱 등 수 없는 여대생 매춘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속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아주 하수에 그치지 못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집값을 안정시키고 매년 10%씩 뛰는 학비를 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사회는 프랑스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부디 한국인에게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는 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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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7/22 [17: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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