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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대한민국은 경제가 다가 아냐!
2007대선은 다른 모든 가치들이 함몰된 '경제 만능 선거'
 
장동만   기사입력  2008/01/02 [19:00]
"경제, 경제, 경제..."
"돈, 돈, 돈..."


이번 17대 대선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 무엇에 앞서, 표심을 사로잡은 절대적인 가치였다.

그리해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클린턴) 라는 슬로건이 100% 먹혀 들어간 선거였다. 그리고 이 경제 슬로건에 다른 모든 가치들이 함몰된 '배금(mammon) 선거' '경제 만능 선거' 였다.

이리해서,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만은 꼭 살리겠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표가 몰렸다. "잘 살게 해 주겠다", 이 달콤한 한마디 말이 "좀 더 잘 살아 보자"를 염원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적중, 표심이 다른 그 무엇을 생각할 겨를도 틈새도 주지 않은 '실리(economic) 실용(practical) 선거'였다.

일찌감치 이 같은 표심을 꿰뚫어 본 'CEO 대통령'은 그 실현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아무러한 구체적인 방안 제시도 없이, 엄청난 공약들을 쏟아냈다. 1인 당 GNP를 3, 4만 달라로 올리겠다, 일자리 3백만 개를 새로 만들겠다, 증시 지수가 5천이 되게 하겠다, 기업 투자 환경을 개선해 경제 성장 동력을 키우겠다... 돈(資)이 만사의 근본(本)이 되는 資本주의 시대/사회에서 이 얼마나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약속들인가.

그 마력에 홀린 사람들의 눈엔 다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아예 보려고 하지를 않았다. "윤리/도덕이 밥 먹여 주나" "도덕성 그까이거, 마, 개안타", "내 집 값 올리면 도장 '꽉'!" "부패가 무능보단 낫지...". 오직 경제만이 최대의 관심사이고 목표였다. "진실이 말살되고...도덕성에 대한 무감각과 상식의 실종 속에 대선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원로 7인'의 말은 사람들의 귓전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리해서 "속는 셈치고..." "밑져야 본전..." 하는 심리로 경제에 몰표를 던졌다. 이식위천 (以食爲天)이라 했으니 그 같은 표심을 나무랄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사람들이 온통 이렇게 돈/경제만을 절대 가치로 떠받들고, 그 것만을 사물의 판단 잣대로 삼는다면, 그리해서 인간 삶의 기본인 윤리/도덕성, 정직/성실성-특히 정치인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다- 같은, 보다 값진 가치가 완전 무시되어 버린다면, 그 같은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 것인가.

우리가 정말 배가 고팠을 때엔 경제 제일주의가 그런 대로 타당성이 있었다. 돈/경제가 그 무엇에 앞서는 절대 가치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배고픈 사람들에겐 그 것이 어필했다. 그런데 이제 경제 규모 세계 10위 권, 1인당 GNP 2만 여 달라,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된 이 마당에 와서도 사람들이 이렇게도 "돈, 돈..." 하며 돈독이 들고, 소위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경제, 경제..." 하며 이를 더욱 부채질, 우리 사회를 이렇게도 극도의 배금주의(mammonism) 사회로 몰아 가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조차 우리가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것 같은 가치 전도 현상은 좀처럼 그 예가 없다. 정치인은 조그마한 윤리/도덕적 흠결/결함만 드러나도 그 정치 생명을 잃게 된다. "변혁의 리더십에는 경제적 번영뿐 아니라 대중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가치와 도덕이 필수적이다". 이 당선자가 요즘 정독하고 있다는 '변혁의 리더십"의 저자 '제임스 맥그리거 번스'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사람들은 도덕/가치에 앞서 경제를 택했다. 하기야, "보수당에서 개를 내세워도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the Conservative could put up a dog and still win)" 라는 외신(로이터)의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갈아 치워야 한다"는 민심의 대세, 그 대세 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니 '최악 아닌 차악'을 선택할 수 밖에는 없었을 거다.

어느 특정 후보, 특정 정치인을 비난, 매도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 오로지 말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 / 인생관이 이렇게 돈과 경제가 절대적 가치, 지상의 가치가 될 때, 그리해서 돈/경제보다 우위에 있어야 할 다른 모든 가치가 완전히 무너져버릴 때,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우려다.

사람들의 이 같은 사고 방식/인생관이 바뀌지 않는 한, 새 정부의 공약인 '747 시대'가 실현된다 해도,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100 이하 권을 벗어날 수 없을 거다. 왜냐하면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 것, 가진 것이 많을수록 거기에 비례해 하고싶은 것이 더욱 더 많아지는 법, 그 것을 다 채울 수 없는 욕구 불만에서 오는 사람들의 불행감, 절망감은 탈피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구호도 요란한 '국민 성공 시대'에 한 마디 아니 할 수가 없다.

"바보야, 경제가 다가 아냐!"

*e-랜서 칼럼니스트>
http://kr.blog.yahoo.com/dongman1936
저서: "조국이여 하늘이여" & "아, 멋진 새 한국"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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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8/01/02 [19:0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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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람의 흐름 2008/01/07 [20:53] 수정 | 삭제
  • 경제나 정치의 일개 영역이나 이분법적인 착시를 벗어난 문제라고 봅니다. 아마도 공동체의 역사적, 도덕적 맥락 혹은 총체성으로 보아 문화라고 해석해야 될 듯 합니다.

    맥킨타이어의 '덕의 상실-부활'이라는 텍스트가 서양에서 이미 1970년대 등장했는데, 한국의 먹물들이 철지난 근대 '계몽기획'의 낡은 패러다임에 갖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긴가민가 혹은 같기도의 혼돈과 혼동속에서 소통에 무능한 공약불가능과 도더적 불일치라는 양극단이 현상화 된 것이 아닌가 여깁니다.

    맥킨타이어는 역사성과 공동체적 덕의 부활에 방점을 두었지만, 나아가 동서고금의 공약가능성의 핵심은 중도사상이고, 이분법과 소소한 차이를 넘어 공동의 실천에 유능한 길인데...

    중도 혹은 중용이라는 것 자체를 두고도 양극단이 생겨버리는 듯 합니다. 하나는 기회주의니 배격해야 한다하고, 다른 하나는 탈이데올로기나 융합의 경향성이나 현상만을 강조하여, 탈도덕으로 착각하는 극단입니다.

    요번 대선에 (소통에)무능보다는 닥치고 경제라는 얼척없는 이분법이 나온 까닭이 아닌가 합니다.
    실은 이명박 현상 뿐 아니라, 신정아, 황우석 등으로 이미 그 결과주의나 도덕적 불일치의 현상이 나타났었고, 작지만 큰 차이는 한 분은 대통먹고, 나머지는 죄값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지요.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