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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사상사(史)를 알아야 지리와 공간을 안다
[책동네] 권용우, 안영진의 <지리학사>, 권정화 <지리사상사 강의노트>
 
황진태   기사입력  2007/09/21 [22:54]
학창시절 지리시간에 배웠던 환경결정론이나 가능론 등의 이론은 의례 암기과목이 그렇듯이 기계적으로 암기만 했었지 왜 그 시대에, 그 학자가 그러한 이론을 내놓았을까 하는 궁금함이 잠시 스쳤다. 하지만 입시에서 차지하는 지리의 비중이 적었기 때문에 이내 궁금증은 정말 잠시 스친 바람이었고, 꾸역꾸역 단어들을 외웠던 기억이 난다.
 
인문사회과학에서 익숙한 사상사(史)는 철학정도가 많이 읽혔고 경제학, 미학, 정치학, 지리학 등 여타 학문에서의 사(史)적 정리는 철학에 비해서 아직도 비중이 협소하고 인지도도 적다. 물론 이들 학문과 철학과의 연동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은 유념해야한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지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의 경우에도 깔끔하게 정제된 이론을 공부할 뿐이지 그러한 이론이 어떠한 시대적 배경에서 나왔고, 어떤 학자가 만들었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필자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학부생의 경우 대체로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차분히 진지하게 지리학 이론을 마주하기 보다는 하나의 이론이나마 더 암기하는 데 할애할 시간의 부족을 정신이 없다. 이는 지리학뿐만 아니라 여타 인문사회과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의 경우에도 각 전공보다는 취직을 위해서 토익, 토플책을 펼친 다는 점에서 씁쓸한 대목이다.
 
하지만 취직을 위해서든지 고시를 위해서든지 각 전공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그 전공의 역사를 짚어보는 것은 장기적으로 본다면 결국 전공의 심화된 이해와 함께 전공을 살려서 취직하는 데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권용우 교수, 안영진 교수의 <지리학사>. 지리학이 단순한 지리를 넘어 중세 이전의 지리학 연구 방법에서부터 현대의 지리학 연구법과 프랑스,독일 등 나라별 지역 연구방법, 다양한 철학적 지리학 연구론 등 전반적인 지리학사를 살펴보고 있다.     © 한울, 2002
가령 정치지리의 중요한 이론 중 하나인 매킨더의 심장부 이론은 당시 양차대전과 식민지 쟁탈 등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으며, 근대지리학의 성립에 있어서 독자들에게 익숙한 다윈의 진화론이 이전의 고대지리학과 선을 긋고 근대지리학이라는 가히 인식론적 단절을 초래한 연유는 결코 당대를 알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현대지리학으로 넘어가서 1950년대 실증주의 지리학이 풍미하게 된 게 당시 컴퓨터 발전을 통한 자연/사회과학영역에서 촉발된 계량혁명과 결부되어야만 이해가 되고, 1960년대 급진주의 지리학이 제기되고 맑스가 지리학에까지 소급되는 것은 거리에서의 시위, 사회운동 사건들을 알아야만 한다는 데서 마찬가지다.

 
이번에 소개하는 지리사상사 관련서는 권용우 교수, 안영진 교수의 <지리학사>(한울, 2002)와 권정화 교수의 <지리교육의 이해를 위한 지리 사상사 강의노트>(이하 강의노트, 한울, 2005) 두 권이다.
 
2001년에 먼저 발간된 <지리학사>의 구성은 크게 고대와 중세의 지리학, 근대의 지리학, 현대의 지리학으로 나누어진다. 반면에 <강의노트>는 근대 지리학부터 시작하여 현대 지리학까지 짚고 있다. <지리학사>는 고대와 중세시기의 지리학부터 짚고 있는 만큼 지리학에 대한 처음부터 끝까지 맥을 짚을 수 있다. <강의노트>는 고대와 중세에 대한 지리학사는 없지만, 저자가 강의를 하면서 녹음한 원고를 그대로 활자화한 구어체라는 강점 때문에 자칫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지리에 대해서 첫인상부터가 상당히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장점이 있다. 
 
▲권정화 교수의 <지리교육의 이해를 위한 지리 사상사 강의노트>. 지리학을 배우는 목적은 ‘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과거 거장들의 견해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리학의 고전을 통해서 지리학의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에 접근하고 있다. 지리사상사를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 맥락 속에서 설명하고 있다.     © 한울, 2005
굳이 두 권의 책을 소개한 연유는 이 두 권을 읽으면서 같은 시대를 다루더라도 미묘하게 강조하는 측면이 다르고, 언급이 안 된 내용도 있기 때문에 겹쳐서 읽는 게 상호 보완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언급했었지만 결국 사회학, 철학, 역사, 지리학이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 두 권을 읽으면서 주변학문과 교양지식 습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서평에서는 이 두 권을 통한 전반적인 지리사상사의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점적인 논의를 하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쩌면 서평이 실리는 매체의 성향과 별 상관이 없어 보일지 모르는 지리학 관련서를 꾸준히 소개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공간정치에 대한 중요성을 바라볼 수 있는 개명 때문이다. 사회과학 전반에서 소외된 공간에 대한 연구는 근자에 경부운하, 혁신도시, 신개발주의 등에 대한 맹점으로 퇴화되어 버렸다. 다음에 소개하는 책들을 통해서 이러한 맹점에 빛을 쪼일 수 있는 가능성을 미약하게나마 타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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