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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 혹은 사기극, 사라진 'UCC 열풍'
[기획취재]UCC와 인터넷선거4.이용자들의 참여는 배제, ‘동영상’에만 매달린 UCC담론
 
이창은   기사입력  2007/09/26 [13:53]

* <대자보>는 한국언론재단 지원으로 [기획취재] <UCC와 인터넷선거>를 17회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이번 기획취재는 올 초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UCC 열풍’의 허상과 과잉보도된 현상을 분석하면서 UCC 본래의 기능인 공론장의 회복 가능성을 진단한 것입니다. 본문 중 일부는 <열린미디어 열린사회> 2007년 상반기호에도 게재된 바 있습니다. 
<대자보> 기획취재는 올 12월 한국 대선, 나아가 총선 등 선거에서의 인터넷을 통한 정치참여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데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기획취재에 누리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환영합니다 <편집자> 


연초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UCC (User Created Contents, 이용자제작콘텐츠)가 사라졌다. UCC 사이트 방문자수도 급증세가 꺾였다. 일부 사이트는 방문자가 현저히 줄었다.

대선의 해를 맞아 대선판도까지 좌우할 거라던 언론의 호들갑은 찾아 볼 수도 없으며, 그나마 인터넷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리라던 기대마저 사라졌다.

2007년 한국 사회, 특히 대선과 인터넷에 새로운 희망으로까지 떠올랐던 UCC는 대선을 몇 개월 앞두고 거의 완벽하게 사라진 것이다. UCC 전문 <판도라TV>는 연초 대선후보의 UCC 코너를 마련했고, <다음>과 <야후> 등 포털사이트도 대선후보 UCC 코너를 개설했지만 지금은 개점휴업 상태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 첫째, 인터넷을 통한 대선 열기가 과거 2002년과 같지 않은 정치적  환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 언론은 UCC가 대선 판도까지 좌우할 거라며 UCC를 띄웠지만 인터넷에서의 대선열기는 실종 그 자체, 그 보다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헤 후보간의 접전으로 진행돼 열기가 없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이같은 정치적 해석보다는 UCC에 대한 진단과 분석, 다시 말해 UCC 담론의 왜곡에서 기인한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UCC가 본래 가진 함의 ‘이용자제작정보’에서 보듯 주체인 이용자의 역할과 위상은 별개로 '동영상 콘텐츠'에만 매달림으로써 UCC를 통한 담론의 전파와 형성, 이를 통한 정치참여의 확대와 방향 등에 관한 논의는 가려졌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터넷 강국으로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선도하고 경험한 한국 언론이 인터넷 후발국인 미국의 UCC 현상을 역수입 하면서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이 소개에 급급한 것은 왜곡된 UCC 현상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먼저 UCC가 어떻게 해석되고 유포되었는가를 살펴보자.

왜곡된 UCC 담론의 전성시대

UCC 열풍이 한참 몰아치던 올 초 민경배(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3월 8일 <언론광장> 주최 “왜곡된 UCC 담론진단 ; UCC 공론장은 가능한가?”라는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당시 언론의 UCC 열풍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 지난 3월 8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언론광장 창립 3주년 기념 심포지엄 "UCC 공론장은 가능한가"가 열렸다.     © 대자보 


민 교수는 "가히 ‘UCC의 전성시대’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UCC 담론의 전성시대’이다. 그리고 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왜곡된 UCC 담론의 전성시대’이다. UCC가 뭐 그리 새로운 것이라고 이 호들갑들을 떤단 말인가? 애초에 한국의 인터넷 공간에 UCC가 아니었던 것이 얼마나 있었다고 새삼 이 난리들인가?"라며 언론의 비정상적 보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당시 언론보도의 유형과 양상을 통해 UCC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UCC 대비하는 자, 12월19일 웃으리 (동아일보, 2007. 1. 13)
UCC를 알아야 대선에서 승리한다..23일 설명회 개최 (아이뉴스24, 2007. 1. 14)
표심 가르는 UCC “대선주자들 배우길” (한국일보, 2007. 1. 14)
2007년 대선 '킹메이커 킬러' UCC가 뜬다 (노컷뉴스, 2007. 1. 14)
새 킹메이커? ‘정치 UCC’뜬다 (스포츠칸, 2007. 1. 14)
“대선 변수될 UCC 이렇게 활용하세요” (동아일보, 2007. 1. 15)
다음 대통령은 UCC에서 나온다 (일간스포츠, 2007. 1. 15)


이들 기사에서 설파하고 있는 메시지는 제목만 대충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리된다.

① UCC가 대선 당락을 사실상 좌우할 결정적 변수이다.
② 여기서 UCC란 곧 동영상을 의미한다.
③ 동영상 UCC가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판을 어지럽힐 것이다.
④ 따라서 대선 주자들은 동영상 UCC를 잘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열기를 반영하듯 올 초부터 이른바 한나라당 빅3라 불리는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후보는 인기 개그 프로그램 '마빡이'를 패러디한 '명빡이'를, 박 전 대표는 자택에서 피아노를 치는 동영상을,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지난해 '100일 민심 대장정'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 대선 주자들의 정치 동영상     © 인터넷 이미지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는 동영상을 통한 홍보 및 타후보 비방 등을 엄단하겠다는 예의 규제론만 강조하다가 실질적인 규제책이 없다는 말에 슬그머니 물러서 탁상행정을 노출, 비아냥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선관위의 규제에 대해 미국 동영상 전문사이트인 <유튜브>(www.youtube.com)에 동영상을 올려놓고 한국 인터넷에 링크를 거는 등의 방식으로 유포시키면 이를 규제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전문가도 아닌 일반 네티즌들의 지적에 선관위는 슬그머니 후퇴한 것이다. 당시 선관위의 UCC 선거운동 규제는 인터넷적 특성 뿐 아니라 UCC에 무지한, 그리고 그만큼 UCC 현상이 매우 컸음을 반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민 교수는 언론들이 UCC를 선거 전략의 핵심적인 수단으로만 간주하고 있을 뿐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생산되는 UCC 본래의 의미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용자제작정보’를 말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이용자’는 사라지고 만 것이다. 따라서 UCC를 통한 네티즌 공론장의 잠재적 가능성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도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 마디로 UCC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왜곡된 인식이 합작해 낸 빗나간 담론들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들 기사에서 지금까지 사용해왔던 UCC란 개념은 이용자 제작정보 아닌 ‘동영상 콘텐츠’란 말로 교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UCC의 무분별한 제작과 유포로 인해 ‘이용자 생산 콘텐츠’가 아니라 ‘이용자 복제 콘텐츠’(User Copied Contents)란 말까지 생길 정도로 UCC의 개념은 혼탁해졌다. 

UCC, 미국 중간선거 판도 바꿔

국내 정치권에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동영상 UCC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 본격적인 계기는 2006년 11월 미국의 중간 선거에서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당락에 영향을 미쳐 민주당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보도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부터였다.
 
사실 미국 중간 선거에서 동영상 UCC의 영향력은 민주당 예비선거 과정에서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코네티컷 주에서 3선을 노리는 민주당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에게 도전한 정치신인 네트 래몬트는 한 동영상 UCC 덕분에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둔 일도 있었다. 이 동영상은 미국 내 보수 인사들이 리버맨 의원을 칭찬하는 장면들을 모아 놓음으로써 그가 평소 이라크 전쟁 등 부시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온 사실을 부각시켜 민주당 대의원들의 반부시 정서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한편 본선 과정에서는 두 가지 사례가 널리 알려져 있다. 먼저 버지니아 주에서는 우세를 보이던 공화당 조지 앨런 상원의원이 자신을 귀찮을 정도로 근접 촬영하고 있는 인도계 청년을 보고 “저 친구는 마카카(macaca, 원숭이를 뜻하는 인종차별적 발언)로군” 이라고 말한 장면이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바람에 인종차별 논란이 일어나 낙선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또 하나는 몬테나 주에서 공화당 콘래드 번스 상원의원이 육류가공단체가 주최한 농장법안 공청회에서 10초 정도 잠깐 졸았던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동영상이 ‘번스의 낮잠’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여론이 악화되어 역전패를 당한 사례이다.
 
미국의 유튜브 사례는 선거 과정에서 동영상 UCC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기에 충분한 사례들이며, 당사자인 미국 뿐만 아니라 이후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맞붙은 2007년 3월 프랑스 대선에서도 UCC는 화두가 되었다.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인터넷과 UCC의 역할을 분석한 목수정(민노당 정책위원)씨는 인터넷과 UCC가 부인할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과 별도로, 이것이 유권자의 투표에 결정적 영향을 행사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평가했다.

2월13일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유권자중 24%만이 인터넷(사이트, 메일, 블로그, 동영상)이 자신의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답했고, 71%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에 48%의 프랑스 네티즌들은 후보들의 생각과 프로그램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했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인터넷이 여전히 프랑스 사회에서 주된 정보 전달의 통로로서 고전하고 있는 것은, 신뢰 할만한 매체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1/3에 해당하는 네티즌만이 인터넷에서 접한 정보를 신뢰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에서 정치 정보를 습득하는 층은 비교적 젊고, 고학력인 경우가 많으며 이미 이들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UCC, 언론과 정치권의 야합으로 등장
 
당연히 올 12월 대선을 앞둔 국내 언론도 동영상 UCC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특히 동영상 콘텐츠는 텍스트나 이미지 형태의 콘텐츠에 비해 훨씬 더 감성적이며 자극적인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정치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면밀히 담아내어 잠깐의 실언이나 실수조차 놓치지 않고 폭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이미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이 <쿠키뉴스> 동영상을 통해 보도되면서 정 의장은 곤욕을 치뤘고 결과적으로 비례대표마저 사퇴하는 등 정치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문제는 인터넷강국인 한국에서 동영상이 아닌 UCC는 텍스트로 댓글로 사진(이른바 디카나 폰카 등)으로 일반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전혀 새로운 현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UCC가 대선의 전부인 것처럼 호들갑을 떤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언론의 선정성을 들어야겠다. 언론은 늘 새로운 것, 새로운 현상에 주목한다. 미국의 중간선거 자체는 밋밋했고 쟁점이라야 이라크전을 둘러싼 부시행정부의 철군에 맞춰져 있을 뿐 특별한 쟁점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언론도 새로운 현상인 인터넷 동영상의 영향력에 주목했던 것이며, 이같은 결과로 <유튜브>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6년 올해의 발명품에 선정이 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물론 여기에는 사실 <유튜브>를 <구글>이라는 인터넷의 최대거인이 16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인터넷산업(진흥)의 논리도 배제할 수는 없다. 사실 <구글>이 사들이기 전까지 <유튜브>는 그저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다가 사라져버릴 스쳐 지나가버리는 유행처럼 생각이 되기도 했었다.
 
따라서 <유튜브> 현상은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미국 네티즌들의 정치참여와 인터넷의 새로운 산업모델 두 가지 점에서 각광 받았던 것이다. 특히 미국 네티즌들의 정치참여가 보수적인 공화당에 비판적이고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라 평가받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현상에 주목했던 것이며, 인터넷을 통한 미 네티즌들의 정치참여가 새롭게 주목받았던 것이다.
 
다른 한가지는 언론의 최대시장인 대통령선거 열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에서 나타난 조바심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여기에는 지난 2002년 대선은 '인터넷선거'라는 강렬한 충격과 인상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열기의 실종은 담론의 실종
 
사실 한국의 인터넷이 인터넷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대선에서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유력 보수신문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아래 조중동이라 약칭) 등 보수신문에 비토당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켰고, 2004년 4월 총선에서는 탄핵당한 노대통령의 열린우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 등 근래 두 번의 선거에서 압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두 번의 선거에서 노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인터넷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비례해 힘을 잃었고,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는 집권여당의 참패, 야당인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인터넷이 더 이상 진보개혁 세력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보수우파 성향의 인터넷매체가 힘을 얻으면서 친한나라당 보수주의를 표방한 사이트들의 약진이 컷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물론 대선과 총선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지방선거를 통해 인터넷의 역할을 평가할 순 없다. 그러나 이보다는 과연 인터넷이 공론장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가를 보아야 할 것이다.
 
노대통령의 취임 이후 행보는 국정이라는 한계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네티즌들의 기대와 상반되는 것이었고,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담론의 상실은 뉴미디어인 인터넷매체의 약화와 분열만 초래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는 새로운 담론없이 인터넷을 통한 조중동과의 대립각만 부각시키는 ‘이미지 정치’만 증폭, 기존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갈등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이를 지지세력 결집용으로만 활용한 측면이 많았다.
 
이러한 정치적 사상적 이념적 대립의 측면이 두드러짐에 따라 소수의 목소리와 다양성을 보장하며 나름대로 공론장 역할을 담당했던 인터넷의 역할을 급속히 축소되었고, 2004년 이후 소수 포털사이트로의 급속한 집중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시켰다.
 
따라서 UCC 열풍은 어쩌면 다시 한번 인터넷의 역할과 기능, 나아가 공론장의 역할을 기대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그 열풍은 각 집단마다 이해가 다르다.
 
침체된 인터넷, UCC가 살릴까
 
뉴미디어인 인터넷에 위축된 보수신문이 인터넷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도 UCC 열풍을 부추긴 것은 나름대로 계산이 섰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 그것은 첫째, 인터넷이 이제 더 이상 지난 2002년과 같이 진보 개혁세력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 실제 2006년 5.31 지방선거 이후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보수우파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인터넷의 주도권은 양분된 상태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대선 국면 자체가 언론으로서는 호기이며 판매부수의 신장 등 영업환경 면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대선을 살리기 위해서는 UCC 현상을 띄울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 것이다. 올 초 보수신문이 집중적으로 띄운 것도 이른바 한나라당 빅3 밖에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진보진영의 답답함은 절실하다. 한나라당 유력 대선후보인 이명박 박근혜 후보의 인기와 지지가 고공비행임에 비해 범여권 후보는 지리멸렬이다. 도대체 인터넷에서 반응이 없다. UCC 열풍에 기댈만한 후보도 없다. 과거 노무현 후보 지지모임인 노사모와 같은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낼만한 후보도 없다. 이 때문에 범여권은 UCC를 만들 생각도 없을 뿐이다. 그보다 범여권에 싸늘한 인터넷의 반응에 전전긍긍할 뿐이다.
 
▲ UCC 동영상 사례들     © 인터넷 이미지


이를 보면 연초부터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UCC는 사실 허상이었다. UCC가 UCC일 만한 내용이 담보되지 못한채 후보 개인의 동영상만 '눈요기감'으로 유포되었던 것이다.
 
정녕 대선에서 UCC가 태풍의 핵이라면 그것은 바로 그 안에 인터넷 공론장의 또 다른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UCC 관련 논의는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었다. 정치권은 고작해야 새로운 동영상 홍보수단으로, 인터넷 업계에서는 수익 창출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로 UCC를 사고했을 뿐이다.
 
UCC, 본래의 뜻 되새겨야
 
물론 UCC가 긍정적인 역할만 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원태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교수는 '미 중간선거의 UCC활용과 한국 대선에의 함의'라는 발표에서 "지난 미국 중간선거에서 동영상UCC가 후보자의 부정적인 면을 잡아 낙선시키는 네거티브 캠페인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면, 우리나라 대선 후보자들은 현재까지 자신의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하고 있다"며 UCC의 정치적 영향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후보간 경쟁이 가속화될수록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내용을 담은 동영상 UCC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영상 UCC의 활성화가 온라인 여론의 분극화를 가져와 사회적, 정치적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하에서 보다 사회적이고 공적인 책임에 기반한 동영상 UCC의 조건과 윤리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왜곡된 UCC 담론진단을 제기한 민 교수에 따르면 오늘날 동영상 UCC에는 3가지가 없다고 한다.
 
첫째, UCC의 주체인 ‘사용자’가 없다. 단지 잘 포장된 상품으로서의 UCC, 선거홍보 수단으로서의 UCC만 있을 뿐이다. 둘째, ‘철학’이 없다. UCC 개념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웹2.0이 표방하고 있는 ‘참여’, ‘개방’, ‘공유’, ‘집단지성’(Collective Inteligence), 그리고 네티즌들 사이의 ‘신뢰’는 사라진 채, 오직 흥행만을 고려한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만 난무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셋째, 사용자와 철학의 부재는 당연히 ‘공론장’의 부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UCC를 비롯한 인터넷 문화는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에서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인터넷 문화는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 촉진할만한 기제를 갖고있지 못하다. 그러면서 UCC를 띄운 것은 주객이 전도된 현상이었던 것이다. 원래 없었던 UCC 열풍이 사라진 인터넷에 지금 필요한 것은 이용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론장의 기능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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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9/26 [13:5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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