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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이, 더 많이’가 오세훈 시장의 ‘플랜’인가?
[자료] 전근대적인 한강르네상스 플랜의 도시계획적 문제와 개선 방안
 
황진태   기사입력  2007/07/16 [18:45]
한강종합개발계획 이후, 한강르네상스 플랜의 당위성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전두환 정권이 착수했었던 한강종합개발계획은 홍수예방,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 서울시민을 위한 친수 공간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홍수조절이 어느 정도 효과를 얻었을지는 몰라도 결론적으로 콘크리트로 코팅된 한강변과 박정희 정권시절에 건설된 제방도로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없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서울시민의 한강 접근성은 봉쇄되었었다.
 
한국근대화 반세기동안 경제개발에 매진하기 바빴던 시민들의 자연에 대한 뒤늦은 향수는 최근에 미디어를 통해서 유포되는 ‘생태도시’, ‘웰빙’, ‘녹색’ 등의 수사(修辭)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시민들이 자연에 대한 목마름이 더해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울의 대동맥인 한강을 감싼 콘크리트를 제거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서울시민과 서울시 양자가 공감하는 바이며 이는 시대의 과제로서 ‘회복’과 ‘창조’를 내건 한강의 부활(르네상스)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이번 오세훈 서울시정에서 시행되는 한강르네상스 플랜(이하 한강플랜)의 총체적 취지는 누구나가 인정함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취지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본고는 한강플랜의 도시계획측면에서 ‘악마는 각론에 숨어있다’는 경구를 되새기면서 접근하고자 한다.  
 
초고층 건물 건설의 문제점
 
한강플랜이 발표되기 이전에 서울시는 세운상가 부지, 용산역, 잠실, 마포 상암 DMC, 성동 뚝섬 등에 초고층 빌딩을 세우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선정지역은 세운상가를 제외하고 한강플랜의 워터프런트 대상지와 일치한다.

▲서울시가 구상중인 수변도시 조감도.\'더 높이, 더 많이'라는 과시적 전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 서울시 홈페이지

서울시는 초고층 건물을 짓는 명분으로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기능을 내걸었지만 외국보다 더 높은 건물을 세움으로써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1)은 박정희 시절의 GDP 수치 증가가 곧 발전과 동일하다는 압축적 근대화의 잔재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 지역에 들어서는 초고층 건물들의 조감도를 보면 하나 같이 서울 고유의 장소성, 역사성은 탈각된 흔해빠진 서구도시의 포스트모더니즘 나아가 네오모더니즘, 하이테크 양식 위주 일변인데 이러한 초록동색으로 어떻게 관광객의 시선을 끌 수 있겠는가.

‘더 높은 게 최고’라는 근대적 사고의 발현물은 63빌딩 하나로 충분하지 않을까. 오히려 ‘근대적 사고가 농축된 63빌딩’이라는 역사성을 드러내는 랜드마크로써 63빌딩을 재정비하는 게 더 유효할 전략일 듯싶다. 요컨대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을 구성할 건축양식,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초고층 건물이 랜드마크 기능을 하여 장소마케팅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주장이다. 
 
또한 서울시가 순수하게 랜드마크 기능만을 기대하여 초고층 건물을 세우려는 게 목적의 전부도 아닌 듯싶다. 오히려 개발을 통해서 토건세력에게 막대한 차익을 남기려는 게 본질적인 목적에 가깝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한국사회에서 인기 있는 열쇠단어인 ‘녹색’, ‘생태’, ‘웰빙’ 등의 언술이 아파트 광고에까지 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녹색, 생태에 대한 강조는 근본적인 녹지화, 생태적 공간의 보전,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토건세력이 자신들의 개발주의를 가리기 위한 위장막으로 활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한강플랜에 지정된 워터프런트 대상지를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암-난지는 애당초 디지털 미디어 시티 계획에 따라서 생태공원을 조성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계획의 핵심인 생태공원과 함께 한국의 기후, 지형을 감안할 때 지극히 반(反)생태적일 수밖에 없는 골프장을 ‘생태’ 대중 골프장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주변지역을 매입하여 고급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려는 데 있다. 여기에 더불어 한강플랜이 제시한 수변공간까지 결합된다면 개발열기가 증폭될 것은 자명하다.
 
다음으로 한강 뚝섬에 위치한 서울숲의 경우에도 서울시에서는 “당초 골프장, 승마장 등이 있던 뚝섬일대를 주거업무 지역으로 개발할 경우 약 4조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이 예상되었”2)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을 포기하고 서울숲 부지를 서울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지만, 근자에 서울숲 인근 주상복합단지 건설계획을 허락하고 서울시가 오히려 부지 감정가를 고가에 매각하여 집값 급등을 촉발시켰다.
 
용산의 경우 미군의 용산미군기지 반환으로 막대한 녹지공간을 서울시민에게 돌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미군기지 인근 서빙고, 이태원, 한남뉴타운 등에는 개발계획이 잡혀져 있어서 이 곳 또한 개발열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워터프런트의 가치마저 결합된다면 이곳은 개발열기에서 나아가 개발광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3)
 
결국 필자는 이러한 몇 가지 사례만을 보더라도 워터프런트 공간의 향유가 서울시민이 두루 누리기보다는 초고층 빌딩, 특히 주상복합건물에서 살게 될 일부 특정계층만의 안마당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토건세력의 불로소득을 높이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관적이다.

이는 전두환 정권 당시 한강종합개발계획의 문제점이었던 한강변에 대한 지리적 접근성의 어려움을 한강플랜을 통해서 보행녹도(green way) 등을 조성함으로써 접근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서울시의 반문과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사회경제적 접근성의 차이를 부각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는 더욱 심대하다.  
 
이러한 문제적 접근은 한강플랜을 포함하여 현재 서울시정이 진행 중인 타 사업과 결부시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강플랜에서 언급한 수변공간 대상지중 하나인 흑석에서는 현재 이명박 서울시정부터 시작된 뉴타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강플랜에서도 동작구 흑석을 “뉴타운개발지와 수변의 연계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뉴타운 사업은 본디 강북지역의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됐으나 현재는 한강 아래 동작구에까지 시행되어 사실상 서울전체의 난개발을 초래한 실정이다.
 
강북의 길음뉴타운만 보더라도 본래 거주민의 재정착률이 10% 수준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뉴타운 사업은 서울 부심, 외곽에서 조차도 일반서민들을 더욱 밖으로 주변화 시키는 반면, 뉴타운사업과 결합된 한강플랜은 한강을 중심으로 더욱 상위계층이 쏠리게 되어 -남미도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시적인 경관으로까지 사회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불안정의 촉매제가 될 우려가 농후하다.
 
한강르네상스 플랜, 성공의 관건
 
한강플랜에서는 도심열섬효과, 대기정화를 의도하여 한강주변 건축경관을 차후 ‘바람의 길’ 효과를 도모하는 종합적 관리방안을 진행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의 병풍마냥 한강변을 점거하고 있는 아파트들로서는 바람의 길 효과는 전무하다. 서울시는 차후 건물의 사선배치, 입면 차폐를 고려한다고 밝혔으나 무엇보다도 고층건물이 들어서는 것부터 막지 않는다면 설사 바람의 길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 효과는 매우 국지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바람의 길 효과로 공해도시에서 생태도시로 탈바꿈한 대표적 도시인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시는 물론이고 마을단위 조례까지 시민의 건축허용한도를 법적으로 구속함으로써 바람의 길 효과를 성공시켰다. 한강플랜 또한 향후 바람의 길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 조례제정을 통한 종합적 관리방안을 내세운다고 밝혔는데 이러한 ‘의지’는 한강플랜이 적용되는 모든 지역에서 관철되어야만 한다.
 
앞으로 한강플랜에서 계획 중인 한강변 전략중심지 육성의 일환인 초고층 건물 건설계획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개발열기는 1970년대부터 개발차익을 얻기 위해서 공유수면 매립이라는 얄팍한 상술을 동원하여 지어졌었던 한강변에 세워진 낡은 아파트에까지도 전도되어 결국 초고층 건물의 블록화 확산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조례제정만으로 개발열기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의미한다.4) 한국사회 구성원들에게 체화되어 있는 ‘더 높이, 더 많이’가 최고라는 고루한 근대적 사고를 걷어내는 것 또한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에는 작금의 개발열기를 잠재울 수 있는 제도적 조절기능을 강화시키는 것과 더불어 문화적 의식의 전환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자연성 회복, 동서남북의 소통, 역사성 회복, 도시공간 재편, 이용성 증진, 고품격 시민문화 창조는 한강플랜의 6대 목표다. 이는 홍수예방,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 서울시민을 위한 친수 공간 확보를 내걸었던 전두환 정권이 추진한 한강종합개발계획의 목표와도 상충되지 않는다. 이렇게 명분은 누구나가 거창하게 포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강플랜이 한강종합개발계획의 아류가 아닌 도시계획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기 위해서는 서울의 대동맥 한강이 개발열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는 도시계획을 수정하고, 시행과정에서 그간 거수기로서의 시민사회 참여5)가 아닌 한강플랜에서도 익히 강조하고 있는 거버넌스(협치)를 구축하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되어야만 오세훈 서울시정의 한강르네상스 플랜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황진태,「‘한강르네상스 플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프레시안 2007.7.4 기사참조 
2) http://parks.seoul.go.kr/seoulforest/
3) 한강르네상스 플랜이 언론에 유포 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용산은 물론이고 송파구까지 한강 일대 신규 주상복합아파트는 자그마치 1억부터 11억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어 개발열기는 이미 가열되기 시작했다고 보아야 할 듯하다. 머니투데이 2007.7.11 기사참조
4) 대표적으로 중구청은 세운상가 부지에 220m 상당의 초고층 건물을 세우려고 고도를 제한한 조례를 바꾸려고 했었다. 또한 이명박 서울시정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개발업자로부터 뇌물을 받고 고도제한을 불법적으로 풀어줬다가 서울시 고위관료가 검거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조례를 무시한 개발은 전국적으로 부지기수다.
5) 가령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는 서울시정의 들러리 역할로 전락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과오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객원연구원입니다.
*본고는 7월 16일 서울환경연합이 주관한 <한강 르네상스, 한강의 미래인가 파괴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발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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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7/16 [18: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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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기짝퉁 2007/07/19 [16:00] 수정 | 삭제
  • 전 이명박 시장도 그렇지만 서울 시장들은 무조건 밀어붙이는게 업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