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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한국군 파병지 ‘디반’은 존재하지 않아
[한상진의 중동통신] 주둔지는 ‘타이르딥바’, 국방부 안일한 대처 드러나
 
한상진   기사입력  2007/04/21 [12:51]
지난번에 메일 드렸던 한국군 레바논 파병지와 관련해서는, 실수가 빚어낸 해프닝인 것 같습니다.
 
한국군 사전 조사단이 현지를 방문하지 않은 상황에서 유니필에서 준 자료만 그대로 발표를 하면서 또한 이 과정에서 도시 이름을 옮기는데 실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니필에서 한국군 주둔지는 샤브리하(Shabriha)와 타이르딥바(Tayr Dibbah) 사이의 구릉지이고 현재 주둔지 조성 공사 중이라서 방문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답변이 왔습니다. 
 
▲레바논 파병 예정지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힌 티르 인근 디반은 레바논 현지조사 그러한 지명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군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서울신문
국방부에서 발표한 디반(Dibban)이란 도시는 레바논에 존재하지 않는 도시였습니다. 군의 해외파병이란 중차대한 문제에 있어서 현장 확인도 하지 않은 국방부의 허술한 일처리가 빚어낸 촌극이었습니다.
 
국방부에서는 이 지역이 안전한 곳이라고 발표를 했습니다. 타이르딥바는 작년 여름 이스라엘의 침략 때 특별한 피해를 당하지 않은 곳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헤즈볼라와 함께 레바논 시아파의 양대조직인 아말당이 관할하는 마을입니다.
 
아말 역시 지난 전쟁때 헤즈볼라와 함께 대 이스라엘 항전을 했었고 많은 전사들이 '순교'를 당했습니다. 한국군의 주둔지로 결정된 타이르딥바 역시 이들 순교자들의 사진이 여기저기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말은 헤즈볼라가 창설되기 전에는 시아파를 대표하던 정치조직으로 레바논 내전 기간 중에는 잔혹했던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내전 당시 아말의 군사조직을 지휘했던 지휘관들은 나중에 보복이 두려워서 해외로 피신을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한 잔혹성 때문에 헤즈볼라가 창설된 후 시리아는 아말에 압력을 넣어서 헤즈볼라에게 주도권을 넘겨주도록 종용하였고, 이후 헤즈볼라가 시아파의 대표 조직이 되었지만,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헤즈볼라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그 조직은 건재합니다.
 
아말은 헤즈볼라와 한 조직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이 협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군사조직을 갖고있는 무장조직이자 정치조직입니다.
 
이런 아말의 주요 거점이 안전하다고요?
 
헤즈볼라와 관련해서 논란이 일자 헤즈볼라만 피하면 된다는 식인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레바논 친구가 넌지시 묻더군요.
 
"한국에서도 레바논처럼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느냐?"
 
'그 사람은 어려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사람이다.' 고 대답을 하자, '아, 그러면 그렇지!' 하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그를 한국인이라고 하기도, 또 아니라고 하기도 힘든... 그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이번 사건에서 한국인은 책임이 전혀 없다는 주장처럼 느껴지고, 한국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참담하고... 미국의 총기법안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바른 시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폭력을 부추기는 국제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로 보여집니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하겠지요.
 
희생자들 애도는 폭력없는 세상이 건설될, 먼 나중으로 미루렵니다.
 
레바논에서 한상진 드림
 
* 글쓴이는 현재 이라크 바그다드 평화교육센터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함께가는사람들(www.ihamsa.net)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이라크 평화교육센터, 팔레스타인 평화팀,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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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4/21 [12:5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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