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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한민국에 정말로 원하는 것은?
[홍기빈 칼럼] 북한 핵실험, 미국의 지정학 전통과 동아시아 위기
 
홍기빈
1. 들어가며: 한미동맹은 동아시아외교적 목표로서의 "불안정성 증대"
 
북한에 핵무기가 생겼다. 아직 몇 가지 의문이 있으나 북의 핵보유가 기정 사실이 될 경우 이는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에 근본적인 구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 때에 남한의 선택은 어떠한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그리고 심지어 현 정권의 일각에서도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한미동맹의 강화이다. 미국은 어떠한 형태로든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동아시아의 안정을 이루려 할 것이다. 가급적 그 방법이 온건하고 평화적인 것이 되도록 한국 정부가 노력해야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라는 새로운 상황이 온다면 이런 식의 "포용 정책"은 한계가 온 셈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우리도 강경한 압박 노선에 동참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은 엄중하다. 근본적인 지정학적 구도의 구조 변화 상황에서 관성적인 태도를 그대로 가진다든가 조금이라도 감정이나 고정 관념에 붙들린 사고를 하게 될 경우 상황을 타개할 지혜를 갖기 힘들다. 위와 같은 주장이나 그 대극점에 있는, 이럴 때일 수록 민족 공조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이나 곰곰이 음미하면서 냉철하게 그 현실성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위의 주장에서 한 가지 검토해야 할, 당연시 된 전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동아시아의 안정이며 이를 위태롭게 할 북핵은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특정 지역의 불안정성 증대"가 외교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대단히 낮설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만약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동아시아의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동아시아 여러 나라 사이의 긴장 증대와 안보 질서의 불안정성 증대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 본국을 심각하게 위협하지만 않는다면 북한의 핵보유는 오히려 더 달가운 사태로 받아들이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라면? 그때에도 "한미동맹 강화"가 우리의 선택이 되어야 할까?

도대체 미국은 어째서 동아시아 6대 강국이 모여 몇 년간의 진통 끝에 겨우 이루어진 9.19 합의를 도무지 우스꽝스럽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액수의 통장 계좌 - 잘나가는 미국 CEO 의 연봉에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 하나를 빌미로 삼아 북미 관계를 다시 대결구도로 몰아간 것일까? 

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의 목표로서의 "불안정성 증대"의 가능성은 대단히 많은 양의 증거와 엄밀한 논리를 통하여 제출되어야 할 큰 주장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위의 주장을 재고하기 위한 계기의 역할 정도로서, 미국의 외교 정책 밑에 가장 중요한 흐름으로 내려온 지정학적 전통을 살펴보고 이것이 현재의 동아시아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살펴본다.
 
2.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장기판: 냉전의 지정학

알프렛 마한(Alfred Mahan) 이후 해양 세력으로서의 팽창이라는 제국주의의 길을 걸어온 미국의 세계 전략에 좀 더 복합적인 사고를 더해주었던 것이 영국 지정학의 거두인 맥킨더(Halford J. Mackinder)의 저작이었다. 맥킨더는 1919년에 출판된 그의 저서 [민주주의적 이상과 현실(Democratic Ideals and Reality)]를 통하여 이후 미국의 지정학 전략 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친, "심장지대(heartland)를 장악한 자가 유라시아 땅덩이를 지배하고, 유라시아를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가설을 제기한다.

첫째, 현재 지구는 지리적 발견과 열강의 영토 분할의 완결로서 하나의 닫힌 세계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전 세계의 패권을 결정하는 지역은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또 물질적 정신적 문명이 집중되어 있는 유라시아라는 "세계섬(world-island)"이라고 주장한다. 둘째, 인간의 역사 특히 유럽의 역사는 이 유라시아 내륙에 자리잡은 대륙 세력(land power)과 바다를 통해 세계를 경략하는 해양 세력(sea power)의 투쟁이었다. 콜롬부스 이전의 시기에는 몽골의 침입이 그 예가 되듯이, 중앙 아시아의 대륙 세력이 우위였었다. 그런데 이 동방의 핍박에 견디다 못한 유럽인들이 콜롬부스 이래 해양 세력으로서 세계 경략에 나서면서 전세는 역전되었다. 하지만 산업 혁명 이후 최근 다시 우위는 대륙 세력으로 돌아가고 있다.

여기에서 셋째의 명제, 즉 그렇다면 해군력으로 도저히 닿을 수 없으면서 또 모든 해안 지대로 한달음에 도착할 수 있는 오지의 내륙 지대, 즉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의 땅덩이("중추지대(pivot-land)")를 쥐는 대륙 세력이 나타난다면 그것으로 유라시아 나아가 전 세계의 패권은 결정이 되고 만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면 유럽 열강과 그 "중추 지대"의 사이에 놓인 동유럽 지역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충 지대가 되는 셈이다. 이 동유럽과 "중추 지대"를 합친 전체가 바로 그가 말하는 "심장지대"인 것이다.

이렇게 지구본 전체를 놓고서 세계 패권을 염두에 두고 사고하는 방식은 이미 나찌의 독일과 파시즘 일본의 지배 세력에도 만연해 있는 것이었고, 그들은 2차 대전을 전후하여 이 엄청난 계획을 실천에 옮긴다. 즉 알타이 산맥 정도를 경계선으로 하여 러시아와 아프리카와 유럽을 독일이, 만주 몽고와 중국과 동남 아시아를 일본이 가져가 버리는, 스스로를 해양 세력으로 자리 매김하는 영국과 미국의 지배 세력에게 있어서는 실로 악몽과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 된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세계 전략은 어떠한 지정학적 사고의 틀을 따라야 할까. 이후의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에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대답을 내놓은 저서가 네델란드 출신의 예일대학 교수 스파이크만(Nicholas J. Spykeman)의 [미국의 세계 정치 전략(America's Strategy of World Politics)]이었다.

그는 매킨더의 생각과 또 [심장 지대]라는 개념도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대단히 극적인 반전을 담은 수정을 가한다. 매킨더의 사고에서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우위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틀은 인력과 물자를 어느만큼 신속하고 원활하게 동원할 수 있는 기동력이냐 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막상 매킨더가 말한 [심장 지대]를 들여다 보게 되면 성기기 짝이 없는 인구 밀도, 산업의 낮은 개발 수준을 보게 되며 특히 시베리아 지역을 보게 되면 몇 줄기 나 있는 철도를 빼면 거의 아무 교통 수단도 없는 상태이다.

반면 그 [심장 지대]를 둘러싸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언저리를 보면, 이곳이야말로 인구와 교통과 문명 문화가 집중되어 있으며 특히 현대 산업 문명의 주요한 중심지는 러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이곳에 밀집해 있다. 따라서 이 [언저리 지대(rimland)]야말로 핵심적인 요충 지대이며, "[언저리 지대]를 장악하는 자가 유라시아를 나아가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스파이크만은 유라시아 전체 규모에서의 거대한 대륙 세력이 등장하려고 하는 40년대 상황의 미국의 처지와 19세기 이전 몇 세기 동안 유럽의 복잡다단했던 세력 균형의 변동 속의 영국의 처지와의 뚜렷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주지하듯이, 영국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은 유럽의 여러 강국들 사이의 세력 균형(balance of power)을 고르게 유지하는 [균형추(free-wheeler)]의 역할이었다. 만약 합스부르크, 부르봉, 나폴레옹 등의 단일 세력이 유럽 전체를 제패할 경우 섬나라 영국은 꼼짝없이 고립되고 만다. 따라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항상 그러한 패권 세력이 나타날 때마다 상대적 약자들의 동맹을 부추기고 거기에 금전적 군사적 힘을 보태는 것이 그 역할이었다.

비록 고립주의 시절의 미국은 "대륙"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유라시아 땅덩이라는 "거대한 체스판"을 놓고 세계 패권이 오가는 40년대의 상황에서 미국은 이미 하나의 "섬나라"가 되었다. 따라서 독일이든 러시아이든 일본이든 거대한 대륙 세력이 유라시아의 패권을 잡는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하며, 따라서 2차 대전에의 참전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스파이크만은 이러한 전통적인 영국식의 수동적인 균형추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제시한 셈이니, 그것이 바로 이 [언저리 지역]을 장악하라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스파이크만의 생각의 연장에서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기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의 기초가 된 케난(George Kennan)의 "저지(containment)" 전략의 의미를 음미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유럽에 이르는 유라시아의 [언저리 지대]에 대한 [심장 지대]를 장악한 공산주의 세력의 공세를 "저지"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냉전기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의 기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 탈냉전 시대: 다시 [심장 지대]로
 
냉전이 끝난 90년대 향후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 소위 [거대 전략(Grand Strategy)]가 어떻게 될 것이며 또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수많은 보고서와 저서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문서들만 가지고서 실제 미국의 지배 세력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 지나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후 십오년간 펼쳐진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이 이제 더 이상 [언저리 지대]의 유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안으로 깊게 들어가는 공세적인 것임은 지금 확연해진 상태이다. 물론 미국은 지난 몇 년간의 전쟁이 알 카에다와 기타 위험한 테러 분자들을 소탕하고 "민주주의를 확장"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일 뿐이라는 수사를 둘러쓰고 있다. 또 이러한 수사를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이는 "부시 대통령과 네오콘이라는 특수 세력"의 소행일 뿐이지 미국의 장기적인 지정학적 전략을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이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리라. 여기서는 두 가지 주장에 대해 각각 한 가지 반증만을 언급하도록 한다. 첫째,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를 거쳐 이란 혹은 시리아로 확장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련의 전쟁의 계획은 90년대부터 일관된 '네오콘'의 입장이었다. 98년 럼스펠드의 주도로 클린턴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도 사담 후세인을 제거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체니, 럼스펠드, 울포빗쯔 등을 위시한 '네오콘' 인사들이 조직한 씽크탱그 [미국을 위한 새로운 세기 프로젝트(The Project for a New American Century:PNAC)]가 2000년 8월에 낸 유명한 보고서 "미국국방재건(Rebuilding America's Defense)"에서도 이 나라들에 대한 대응 수단은 군사적인 것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으며, 그를 위한 급격한 군사 증액을 국내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제 2의 진주만과 같은 끔찍한 재난"이 필요할 것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둘째, 자주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지만, 미국이 중앙 아시아의 옛 소련의 공화국들인 카자크스탄, 우즈베키스탄,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잔 등과 군사 협약을 맺어 본격적으로 군사 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기간이라는 점이다. 물론 2000년 말 미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이후의 미국의 지정학적 전략의 공세가 진행되는 방식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유라시아 대륙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전략의 기조는 적어도 민주당 정권 시절에도 뚜렷하게 존재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햄프셔 대학의 클래어 교수의 견해를 여기서 음미할 만하다. "내가 믿기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태는 미국의 엘리트 들이 유럽과 동아시아의 유라시아 [언저리 지대]는 확고하게 미국의 손에 들어왔거나 중요성이 덜해졌거나 혹은 둘 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들이 보는 바로 지정학적 경쟁의 새로운 중심은 남부 중부 유라시아로서 이는 전 세계 석유의 3분의 2를 가지고 있는 페르시아 만 지역과 그 나머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카스피아 해 연안, 그리고 이를 둘러싼 중앙 아시아의 여러 나라이다".

어느 쪽이 이기게 될 지 또 누가 새로이 상황에 개입할 지 아니면 대결적인 상황을 벗어나 화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의 미국의 행보로 볼 때, 그 지정학적 전략이 "유라시아 땅덩이"를 향하고 있다는 것은 확연하다고 보인다.
 
4. 결론: 거대한 체스판과 동아시아의 역할

미국 지배 세력의 지정학적 전략의 역사적 변천을 간략하게 일별하여 보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들의 전략은 동아시아 특히 남한의 역사와 운명에 어떠한 함의점을 가지고 있을까. 스파이크만의 동아시아 전략에 대한 충고는 흔히 지정학이라는 학문이 막연하고 거시적인 이야기만 하는 학문이라는 오해와는 달리 상당히 정교하고 미묘한 것이었다. [언저리 지대]의 여러 나라들이 혹시나 서로 협력과 화해를 이룩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거나 하는 경우에 이는 미국에 직접적인 재앙이 된다고 직접 경고한다. 예를 들어 상상해보자. 만약 중국 일본 남한 북한이 서로 간에 경제적 군사적인 공동의 틀을 마련하여 "범아시아 공동체" 같은 것을 만들 경우, 태평양 서쪽 연안에 대한 미국의 발판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만에 하나 그 두 덩어리가 관계가 악화될 경우, 미국은  태평양의 절반을 잃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스파이크만은, 옛날 로마 시대로부터 내려온 오래된 기술 즉 "이이제이(divide and rule)"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나아가 그는 태평양 전쟁이 시작된 상황에서 미국이 일본과 "힘을 합쳐 연대해야 한다"는 상상외의 충고를 한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대륙 세력이 아니라 미국이나 마찬가지로 항상 중국 또는 러시아와 같은 대륙 세력의 발호를 두려워할 수 밖에 없는 해양 세력이다. 지금 비록 전쟁 상황에 들어가 있지만, 조만간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일본과 힘을 합쳐서 함께 [언저리 지대]를 평정하고 또 대륙 세력의 발호에 맞서야 할 공동의 이해를 논의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미국에게 있어서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위치는 유럽에 대한 영국의 위치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유라시아 대륙에 안정된 질서가 형성되고 하나로 화합하는 사태이다. 냉전 기간 자본주의 공산주의 이념 대립이라고 하는 명분으로 미국은 [언저리 지대]를 [심장 지대]에서 효과적으로 분리해낼 수 있었다. 미국은 지금 다시 본격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이라고 하는 "거대한 체스판"의 선수로 뛰어들고 있다. 이 뛰어든 샘 아저씨가 그런데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실로 오리무중이다. 석유? "민주주의 레짐 수립"? 군비 지출? 물론 이 모두 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이 중동과 중앙 아시아에 가져온 분명한 효과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불안정성의 증대"와 그로 야기되는 구조 변화이다. 즉 90년대의 "평화 배당금"의 시대에 철도 고속도로 각종 수리 시설 등 온갖 큰 사업으로 번영과 안정의 가능성이 논의되던 유라시아 대륙이 지금 다시 지정학적 재구조화의 흐름에 휘말리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는 이와 정반대로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통한 공동 번영을 자신들의 전략적 목표로 삼고 있을까. 지난 15년간의 상황을 돌아보면 오히려 그 옛날 스파이크만의 지정학 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미일 동맹 한미 동맹의 강화와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아시아 해양 세력을 연합시키고 남한을 대륙 세력 견제의 "교두보(bridgehead)"로 확보하는 흐름 속에 IMF 위기에서 현재의 FTA 논의 등의 경제적 변화와 작전 통수권 환수와 미군 기지 이전 등의 군사적 흐름도 놓아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흐름의 연장에서 2002년의 2차 북핵 위기 발발과 미사일 방어 체제(MD System)의 추진 등이 있었고, 6자 회담의 성쇄가 있었다. 그리고 엊그제 벌어진 북한의 핵 실험이 이 흐름 위에 있다.

부시 정권 출범 이후 미국이 곳곳에서 벌여온 외교 정책에는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장기판을 흐트러 놓아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 의도한 것이든 결과적인 것이었든 - 존재하였다. 2차 북핵 위기 이후 미국은 북한의 체제 인정과 핵시설 해체의 동시 교환이라고 하는, 진정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뜻이 있다면 합리적이라 아니할 수 없는 방법을 한사코 거부하였고 6대 강국의 몇 년간의 진통 끝에 나온 9.19 합의를 그야말로 몇 푼 되지도 않는 돈문제를 들어 파탄내버렸다.

여기에서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과연 미국은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바라는가 아니면 동아시아가 끊임없는 불안정성에 휘말려서 계속 태평양의 서쪽 기슭에서의 자신들의 존재 근거를 확인하고 강화해나가는 것을 원하는가. 만약 후자라면, "맹목적인 한미동맹"의 결과는 이러한 미국의 동아시아 불안정화 전략의 최전선으로 한반도 사람들의 삶을 몰아넣는 것이리라. 그래서 더욱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샘 아저씨가 지금 정말로 동아시아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 본문은 월간 <인물과 사상> 2006년 11월호 기고문입니다.
*홍기빈은 진보적 소장학자로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며 캐나다 요크대에서 지구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와 <칼 폴라니의 정치경제학-19세기 금본위제를 중심으로>, <미국의 종말에 관한 짧은 에세이>(개마고원 2004),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녹색평론, 2006) 등 경제연구와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사입력: 2006/10/26 [16:4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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