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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이자 딸, 손녀이기도 한 그들만의 가족이야기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임순혜   기사입력  2019/10/07 [11:08]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 부산국제영화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2018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일본을 벗어나 연출한 가족영화로 올해 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작품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그녀를 사랑하고 찬미하는 남자들, 새 연인과 전남편 그리고 그녀의 매니저 사이에서 여왕처럼 군림하는 프랑스 영화계의 대스타 파비안느가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그녀의 자서전을 영화로 만들고 직접 출연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영화다.

 

어머니의 자서전 출간을 앞두고, 고압적인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던 딸 뤼미에르가 남편과 어린 자녀를 데리고 프랑스로 돌아와 모녀가 재회하면서 일어나는 격렬한 대립과 소소한 일상을 다룬 영화다.

 

어머니역으로 프랑스의 대표적인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딸 뤼미에르역으로는 줄리엣 비노쉬가, 뤼미에르의 남편으로는 에단 호크가 맡아 열연을 펼치는데, 대스타의 위선적인 일면을 모녀의 갈등과 대화를 통해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낸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애초에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으나 파비안느와 가족들의 심리 변화를 섬세히 묘사하면서 제목을 더욱 구체화해 바뀌어졌다.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파비안느는 40여 년 간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 내면에서는 경쟁자였으나 일찍 세상을 뜬 사라라는 인물에 대해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파비안느와 뤼미에르의 사라에 대해 기억은 각기 다른 관점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다.

 

뤼미에르가 보기에 파비안느의 회고록 속 '어머니'로서의 모습은 엄마가 새로이 만들어 낸 가상의 이미지다. 유명배우의 딸의 외로움을 몰라주었던 엄마에 대한 감정과 딸의 감정을 몰라 보았던 두사람의 간극을 영화는 세밀하게 묘사한다.

 

파비안느는 40여 년 간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그 내면에서는 경쟁자였으나 일찍 세상을 뜬 사라라는 인물에 대해 복잡 미묘한 감정을 품고 살아간다. 파비안느와 뤼미에르의 사라에 대해 기억은 각기 다른 관점에 따라 다르게 묘사된다.

 

그러나 파비안느는 촬영하는 작품 속에서 어머니와 딸에 대한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좀 더 일찍 내 마음을 말했어야 했어"라며 뤼미에르와 뜨거운 화해를 하나 어설픈 화해일뿐이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고급스러운 유머와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의 연속이다.

 

70이 넘은 카트린 드뇌브의 적당하게 살이 쪘으나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가을의 풍취와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중년이 된 줄리엣 비노쉬의 까칠하면서도 다정한 딸의 모습은 영원한 모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임순혜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시사회가 끝난 후인 105일 오후 해운대 신세계 백화점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서 내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어머니와 딸의 모습이 등장한다다. 때로는 상황이나 입장이 역전되고, 연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연기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라이벌이 등장하기도 한다. 정원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딸의 목소리로 착각하기도 한다

다양한 장소에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묘사하고자 한 게 컨셉이었다고 설명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2년 전부터 줄리엣 비노쉬와 쭉 친분을 쌓아왔다. 가끔 그녀와 만나며 교류했고, 2015년에 완성된 이야기를 줄리엣 비노쉬에게 전하고, 카트린 드뇌브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임순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엔 가족 드라마라기 보단 연기란 과연 무엇인가로부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영화엔 다양한 딸과 어머니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들의 관계가 역전되기도 하는데 어머니이자 딸, 손녀이기도 한 그들의 모습을 다층적으로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 제목처럼 '진실'을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해서 거짓과 허구가 뒤섞인 자서전을 쓴 어머니가 있고, 그를 찾아오는 딸의 이야기인데 딸 역시 자신을 속이는 부분이 있었다어머니와 보내는 일주일의 시간에 그들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연기하기도 하고 마법을 사용한다. 그렇게 서로 도달하고 싶었던 진실을 찾게끔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에서 촬영할 땐 집이 작은 편이라 구조가 머릿속에 감각적으로 들어와 있는데 프랑스 집은 매우 넓어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시나리오 완성 직전 이틀 밤을 촬영지인 집에 머물며 직접 걸어 다니며 대사를 읊어 보았다. 집이 넓어서 대사량을 더 늘려야 했다는 일화를 전했다.

 

 

▲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고급스러운 유머와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의 연속을 드러낸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연출한 도쿄 출신 고레에다 히로카즈 (KORE-EDA Hirokazu)는 와세다대학교를 졸업하고, 작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TV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시작해, 이후 극영화 연출로 전환했다.

 

 

대표작으로는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하나>(2006), <걸어도 걸어도>(2008),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세 번째 살인>(2017), 2018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은 일본에서는 오는 10월 중순에 개봉하며, 국내에서는 오는 12월 개봉한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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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한신대 외래교수, 미디어기독연대 집행위원장, 경기미디어시민연대 공동대표이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