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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신들으로부터의 해방을 선언함
괴테의 시 '프로메테우스'
 
정연복   기사입력  2010/03/19 [12:09]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잿빛 구름의 안개로 덮어라!
엉겅퀴 머리를 자르는
어린이와 같이
떡갈나무나 산꼭대기에 덤벼 보아라!
그러나 나의 이 대지는
내게만 맡겨야 한다.
그대의 힘을 빌지 않고 세운 내 오두막
그리고 내 아궁이와
그 불을
그대는 시샘하고 있는 것이다.
 
신들이여 태양 아래서 너희들보다
가련한 존재는 없으리라
너희는 째째하게도
희생물로 바친 제물이나
기도의 한숨으로
너희 위엄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어린이나 거지같은 인간이
어리석은 소원을 아뢰지 않으면
너희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으리라.
 
나는 어린 시절에
아무런 사리 판단을 못하였기에
태양을 향해 의혹의 눈을 던졌나니
거기에 나의 슬픔을 들어 줄
귀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나와 마찬가지로 괴로움을 위로하는
그런 마음이 있으려니 생각해서였다.
 
누가 거인족의 폭력으로부터
나를 구해 주었는가.
누가 죽음과 노예 상태로부터
나를 구해주었는가
그 일을 한 것은 성스럽게 불타는
나의 마음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젊고 착하기만 했던 나는
속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하고
천상에서 게으름을 피우는 신들에게 감사했었다.
 
그대를 숭상하라 하는가, 왜 그런가
그대는 한 번이라도 무거운 짐을 진 인간의
괴로움을 가볍게 해 주었던 일이 있었던가
그대는 한 번이라도 고뇌로 몸부림치는 인간의
눈물을 씻어 준 일이 있었던가.
나를 한 인간으로 단련시켜 준 것은
전능한 '때'와
영원한 '운명'이 아니었던가
그것이 바로 나의 주요 그대의 지배자이다.
 
아름다운 꿈의 이상이
완전히 열매 맺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인생을 증오하고
사막으로 도망치기라도 해야 한다고
그대는 망상이라도 하고 있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서
내 모습 그대로의 인간을 만든다.
나를 닮은 종족을 만드는 것이다.
괴로워하고 울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그리고 그대 따위는 숭상하지 않는
나와 같은 인간을 만든다.
(괴테·독일의 작가이며 철학자, 1749-1832)
 
**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 족의 영웅.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어 인간에게는 문화를 준 은인이 되었으나, 그로 인하여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코카서스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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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3/19 [12: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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