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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정치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
[양문석의 언론시평] 시민운동의 목표를 대선후보 공약으로 담아내야
 
양문석   기사입력  2007/08/16 [19:52]
한국사회의 모든 문제와 해결책은 정치로 수렴된다. 동시에 시민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를 실현시키는 마지막 관문이 정부의 정책결정여부와 더불어 국회의 입법여부로 모아진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수 많은 문제제기와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실상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질 수밖에 없고, 국회가 법으로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정부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정책들이 숱하게 널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운동의 핵심정책은 결국 정부와 국회를 통해야 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시민사회는 정치자체를 불온시하는 경향이 심화되어 왔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언론들도 시민운동가들의 국회 또는 정부 참여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각을 넘어 불륜의 수준으로 비난해 왔다. 과연 타당한 시각인가?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미신’ 수준에서 참여에 대한 불편한 시각들이 지배적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시 짚어 보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

시민운동가는 ‘순수해야한다’는 전제가 도식화되었다. ‘시민운동만 하면 순수하고, 시민운동을 벗어나 다른 영역으로 활동의 공간을 이전하면 불순하다’는 시각을 역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시민운동진영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과 실현방안을 내놓아도 정부나 국회의 몰이해로 인해 수 없는 좌절을 겪어왔던 곳이 시민운동진영이다. 그렇다면 직접 들어가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상당히 의미 있는 행위이며, 시민운동 성숙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

그래서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정치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아주 용기 있는 행위’라고 평가하는 성숙함도 있어야 한다. 시민운동가에게 정치운동에 뛰어 들겠는가를 물으면 쉽게 나오는 답이 ‘아니오’다. ‘정치하려고 시민운동을 디딤돌로 삼았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예’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지난해부터 시민운동가들이 정치판에 직접 참여해서 시민운동의 정책들을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그 중 일부가 범여권그룹과 민주노동당그룹으로 나뉘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이 자기가 속한 단체 내부에서 혹독한 비난을 받았을 것은 불문가지.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들의 정치행위에 대해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저들을 지금부터 시민운동가가 아니라 정치인이라고 분리할 것인지, 아니면 그들의 정치행위에 대해 일정한 책임을 나누어 갖고, 그들을 시민운동의 영역에서 파견한 ‘활동가’로 합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만약에 시민운동진영에서 파견한 정치운동가로서 규정한다면, 그들이 어떤 정책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들의 정치행위를 지원할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운동 내에서 위와 같은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기 때문이며, 그 과정에서 충분한 내부 합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손 놓고 비난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대선 미디어 감시 활동의 지체 원인 중 하나가 시민운동출신의 정치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합의 부재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바라보는 현실 정당정치에 대한 고정된 시각이 있다. ‘반한나라당정서’가 바로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수구꼴통이고, 이런 한나라당을 수구꼴통으로 존재하게 만든 것이 조중동이기 때문에 이들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는 고정적이고 지배적인 시선이다. 시민운동가들 상당수가 반한나라당정서를 기반으로 범여권그룹에 합류했기 때문에 대선시기 시민운동의 다양한 실천활동이 엉뚱한 오해를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구체적인 실천의 걸림돌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론관계 시민운동의 핵심목표는 미디어공공성 확보며 공정한 보도의 실현이다. 범여권 후보나 한나라당 후보에게 미디어공공성관련 정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는 일이 중요한 실천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다. 또한 모니터 또한 시청자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선 보도를 공정하게 미디어가 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면 된다.

시민운동가들이 갖고 있는 자신들의 정치성향은 비난받을 대상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활동의 내용과 목표가 개인의 정치성향과 혼재되어 나타나지 않으면 된다. 즉 운동의 목표와 방향이 현재 시민운동의 목표를 어떻게 관철시켜야 할까에 초점이 모아지고, 그 목표의 구체적인 내용인 정책을 모든 대통령후보 진영에 제시하여 설득하고 후보의 공약으로 담아내는 노력이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모니터도 유권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보도하고 있는지 여부를 분석하고 지적하는데 초점을 두면 된다. 이럴 때 시민운동가들이 특정정파에 들어간 행위로부터 걸머져야 할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 본 기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발행 <언론노보> 제438호 (2007년 8월 14일자)에도 게재됐습니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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