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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 탈출구 찾기
[김영호 칼럼] 올해도 고용전망 불투명, '외국자본 유치'만 기다릴텐가
 
김영호   기사입력  2010/01/26 [10:37]

 정보화-자동화가 무수한 일자리를 파괴했다. 기업의 해외투자-공장이전이 일자리를 뺏어갔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많게는 1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집단도산에 따른 대량실업,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로 거대한 고용파괴가 일어났던 것이다. 10년이 지나서 미국발 경제위기가 또 한 차례 실업한파를 몰고 왔다. 유통재벌이 골목상권을 침탈해 끊임없이 영세 자영업자들을 실업대열로 내몰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5년간 300만개 일자리를 약속했다. 세금감면, 규제완화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해 고도성장을 달성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2년이 지나서 실업대열이 더 길어만 진다. 예기치 못한 세계적 경제위기의 탓이 크다. 그 보다는 성장이 고용을 담보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라는 구조적 요인의 고착화를 무시한 데 상당한 원인이 있다. 늘어나는 일자리라곤 재정투입형 공공근로뿐이라는 사실이 그것을 말한다.

 통계청의 ‘2009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가 연평균 2,350만6,000명으로 전년보다 7만2,000명이 감소했다. 2007년 28만명, 2008년 14만명 증가와 견주면 고용시장 악화를 말한다. 그나마도 민간부문에서 30만개 일자리가 줄었는데 재정지출을 통해 25만개를 메웠기 때문에 감소폭이 준 것이다. 공식 실업자는 88만9,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1만9,000명이 증가했다. 실업률은 3.6%로 1년 전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실업자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은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벌인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30대그룹 간담회를 갖고 고용창출을 당부했다.     © 청와대

 실제 실업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준비자가 59만1,000명이나 되고 일거리가 없어 노는 사람도 147만5,000명이나 된다. 구직단념자도 16만2,000명이나 있다. 1주에 18시간 미만 일하는 취업자 96만3,000명까지 합하면 실업자는 400만명이 넘는다. 여기에다 일은 하지만 최저생계비도 못 받는 근로빈곤층이 2008년 기준 273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30대그룹총수 간담회에서 고용창출을 당부했고 전경련은 7만9,199명의 신규채용을 화답했다. 과연 그 같은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취합한 10대그룹 고용현황을 보면 지난해 3/4분기 44만5,159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에 비해 불과 0.77% 증가한 것이다. 2005년의 43만9,776명에 비교해서도 고작 1.22%, 5,383명이 느는 데 그쳤으니 하는 말이다.

 수출의존도형 대기업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타나 올해도 고용전망은 불투명하다. 대기업들이 인건비 절약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직접투자를 늘리는 바람에 국내에서는 고용창출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국내복귀를 고려하는 대기업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700대 기업(금융-보험업 제외)중에서 해외에 사업장을 가진 491개 기업을 조사한 바 그 같이 대답했다. 응답자의 48.7%는 오히려 해외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고 나머지는 현재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변한 것이다. 

 대조적으로 유럽에서는 국제유가가 폭등세를 보이던 2008년부터 해외투자 복귀가 일어나고 있다. 과중한 운송비에다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세계화의 한계를 판단한 것이다. IT 아웃소싱 회사인 코그니잔트가 최근 조사한 바 지난해 유럽기업의 40%가 해외투자계획을 축소했다. 독일 파운호퍼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해외투자 독일기업 3개중에 1개가 국내로 복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되면 운송비 추가부담으로 해외투자 철수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현지투자에 주력하던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가 30년만에 국내에 공장을 짓고 있다. 소니, 켄우드, 마쓰시타전기 등 전자업체들도 해외생산기지를 국내로 옳기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원가절감형-노동집약형 중소기업들이 경영애로를 겪고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소득세 혜택철회, 노동계약법 개정, 환경오염제품 통제, 가공무역 금지품목 확대, 토지사용권 제약 등으로 폐업하거나 가동을 중단한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복귀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유인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80∼90%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전용산업공단 조성과 함께 조세혜택-재정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서야 한다. 외국자본 유치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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