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아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 는데 큰 원인이 있는 듯하다. 지역-계층간의 발전불균형에 따라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벌-연고사회와 부패구조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기회를 주지 않는데 따른 배반감도 큰 원인이다.
자녀양육비, 사교육비로 봉급을 몽탕 바치는 현실이 행복감을 앗아간다. 내 집 마련의 기회는 멀어지고 셋방으로 전전하는 신세가 슬프다. 지역-외모차별도 일조한다. 정치권력의 반민주적-반노동적 행태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날로 높아지는 자살률이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증좌이다.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조사가 나왔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0개국 중 최하위권인 25위라는 조사가 그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경제적 자원, 자립, 형평성, 건강, 사회적 연대, 환경요인, 생활만족도라는 7개 범주 26개 지표를 분석한 결과이다.
객관적인 지표를 중심으로 주관적 생활만족도를 더해 행복지수를 산정했더니 비교국가에 비해 행복지수가 현저히 낮다는 조사이다. 행복지수는 복지지출이 높고 교육혜택이 열려있는 스위스,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스웨덴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을 바탕으로 이른바 '친 서민행보'에 나서고 있으나,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OECD 회원국 30개국 중 최하위권인 25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 |
7개 범주 중에서 27위로 가장 낮게 평가 받은 분야는 형평성이다. 공정한 분배가 이뤄지지 않아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는 소리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인가구와 농촌가구를 제외한 도시노동자 소득기준으로 계산한 지니계수가 0.325로 나타났다. 1990년 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얼마나 공평하게 나눠지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게,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게 소득분배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0.35∼0.4를 넘으면 불평등 정도가 아주 심하다는 평가이다. 지난해의 0.325는 이 수치에 상당히 근접해 빈부격차가 심각한 수준임을 말한다.
지난 수년간 빈부격차의 심화는 노동시장의 악화와 유통시장의 붕괴에 큰 원인이 있다. 경제위기로 고용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집단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재벌이 유통시장에 독과점 체제를 구축하면서 구멍가게, 재래시장가 집단퇴출되고 자영업자의 생활기반이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소득상위 20% 가계의 평균소득을 하위소득 20% 가계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소득5분위 배율’도 지난해 6.2배로 역시 1990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다. 상위층과 하위층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됐다는 소리다. 상위층은 자산소득이 늘어나고 하위층은 일자리를 잃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나 노인복지가 취약하다. 지난해 노동계층(15∼65세)의 지니계수가 0.303으로 미국,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65세 이상 세대는 0.396으로 OECD 회원국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산업화의 역군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노인복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취약하다는 뜻이다.
2004∼2008년 5년간 2만9,047명이 자살했다. 그 중에서 21∼30세 자살률이 2004년 8.7%에서 2008년 12.8%로 4.1%포인트나 높아졌다. 또 2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2007년 20대 사망자의 38.6%, 30대 사망자의 25.8%가 자살이다. 이것은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취업난으로 절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친서민 중도실용을 표방한다면 삽질과 이념싸움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