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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부자들의 의무"
[정연복의 민중신학]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황금 설교
 
정연복   기사입력  2009/09/03 [01:12]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의 황금 설교 - "나눔은 부자들의 의무"
 
공기, 물, 불 햇볕 같은 것들은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든지 맘껏 즐기라고
이 모든 축복을 하나님이 넉넉히 베풀어 주셨거든요.
햇볕은 부자와 가난한 자에게 똑같이 내리쬐고,
같은 공기를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함께 마십니다.
생명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은
모두 함께 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넉넉하게 만드셨는데,
그러면 왜 돈은 그렇지 않을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덕행의 문을 열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공기나 물 따위가
모두 함께 쓸 수 있을 만큼 풍족하지 않다면,
욕심 많은 부자들이 그것들을 가난한 이들한테서 가져갈 것입니다.
자기만을 위해 돈을 쌓아두어야 만족하는 자들이
물이나 공기도 그렇게 하지 않을 리 없지요.
반면에, 돈이 어디에나 넘치도록 있으면 부자 쪽에서는 베풀 기회를,
가난한 자 쪽에서는 감사할 기회를 얻지 못할 것입니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을 물질적으로 약탈하지 않는 한
자기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의 죄는
그들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누지 않는 데 있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재물을 쌓아두는 부자는
실제로는 일종의 강도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재물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따라서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그렇다는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지요.
 
나무와 채소들이 생산해내는 신선한 열매들을 보십시오.
해마다 그토록 풍성한 결실을 거두게 하는 기름진 흙을 보세요.
우리에게 포도주를 제공하는 포도나무의 달콤한 포도알들을 보십시오.
부자들은 열매와 곡식이 자라는 논과 밭이 자기네 소유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그러나 씨앗을 싹 틔워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십니다.
자기 밭에서 나오는 소출을,
거기서 일한 사람들과
그리고 모든 궁핍한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는 것이 부자들의 임무입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토무스·교부, 347-407년)
 
*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감리교 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으로 있다. 민중신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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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9/03 [01:1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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