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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얼굴홍보에 세금 ‘펑펑’
[김영호 칼럼] 경제위기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통, 얼굴알리기 그만둬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9/04/30 [18:19]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면 국가홍보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 수려한 경관, 재미나는 축제, 입맛 돋는 먹거리, 전통미 넘치는 문화유산 등등이 흥겨운 배경음악에 맞춰 짧은 순간, 순간을 이어가는 영상미가 보는 이를 유혹한다. 당신도 어서 와서 즐기라는 관광자원을 알리는 광고이다. 어떤 광고는 한번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

 국가 단위를 떠나서 지역 단위에서도 관광홍보에 나선다. 자국 관광객을 넘어서 한국 관광객을 유혹하려고 손짓한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드물지만 국내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하고 공공장소에 벽면광고를 하기도 한다. 중국도 지역 단위에서 더러 그 같은 광고를 한다. 거리도 가깝고 경비도 싸니 우리 고장으로 오라는 광고이다. 온천, 골프장, 특산물을 알리는 광고가 많은 편이다. 

 서울에는 전광판이 정말 많다. 길목 좋은 곳이라면 빌딩마다 옥상에 전광판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는 빠지지 않는 광고가 있다. 그것은 지방자치단체들이 특산물이나 축제를 알리는 광고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왜 그 특산물이 좋은지, 왜 그 축제가 볼만한지 말하기 보다는 도지사나 군수의 얼굴을 알리는 광고라는 점이다.  

 지하도나 지하철역 벽면은 광고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거기에도 지역 정치인의 얼굴로 꽉 찬 광고가 빠지지 않는다. 그 얼굴에 가려 특산물이나 축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투표권도 없는 서울시민에게 얼굴을 알려서 무엇을 얻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국적인 인사로 뜨고 싶다는 욕심으로 내비친다. 그 비싸다는 지상파 방송의 뉴스시간대의 광고에도 똑 같은 모습이 나와 뭐라고 떠든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 전국에서 축제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집계를 보면 937개나 된다. 전국 어디에서인가 하루에 거의 3개 꼴로 축제가 벌어진다는 소리다. 읍, 면 단위의 축제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엄청날 듯하다. 그 중에는 ‘함평나비축제’, ‘보령머드축제’, ‘산천어축제’처럼 성공해 지역경제에 크게 이바지하는 축제도 있다. 하지만 태반이 지역특색이 없는 판박이 동네 잔치로서 예산이나 낭비할 뿐이다. 하지만 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꼭 끼어 마이크를 잡고 악수세례를 퍼붓는다. 축제가 아니라 선거운동장 노릇을 하는 셈이다.

 축제비용이 2003년 3,731억원이었는데 2007년에는 6,912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이 축제를 1~6개를 늘렸다. 특히 인천시는 지난해 축제에 국-도-시-군-구비를 68억원을 지원했는데 올해는 1428억으로 증액했다. 축제는 6개 늘었는데 지원예산은 무려 20배나 늘린 것이다. 대구는 지난해 25개 축제를 개최했는데 그 중에는 ‘국제’라는 거창한 간판을 단 것도 여러 개 있다. 그런데 그 중에 ‘약령축제’만이 문화부가 4 등급으로 나눠 선정한 54개 우수축제 중에 꼴찌인 ‘예비’로 뽑혔을 뿐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얼굴 알리기라면 어디에도 나선다. ‘신문’, ‘방송’, ‘언론’ 따위의 단어를 조합해 만든 엉터리 단체에 돈을 주고 상을 사서 그것을 또 돈 들여 선전한다. 돈을 주고 가짜 상을 사서 치적을 홍보하는 것이다. 업무는 뒷전에 두고 외부강연으로도 바쁘다. 지난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려 78차례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48차례나 강연회에 참석했다. 그 내용도 시정, 도정을 홍보한다면서 자기 자랑이나 늘어놓을 게 뻔하다.

 지방선거가 내년 6월로 다가왔다. 경제위기에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얼굴 알리는 정치홍보에 나랏돈을 펑펑 쏟아 부으며 사전선거운동에 혈안이 되어 있다. 궁핍한 지역경제는 알 턱이 없다는 모습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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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30 [18:1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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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자 2009/04/30 [20:39] 수정 | 삭제
  • 잘 읽었씁니다.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글도 많이 자구 쓰시고요. 선생님은 우리의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