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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언론 국제부 간부의 미담과 추문
미국의 의식화교육에 참여하는 언론사 국제부장들
 
양문석   기사입력  2003/07/16 [18:35]

한반도 전체가 폭탄과 폭격의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서 미국은 자국의 주요 언론에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심화시키는 정보를 끊임없이 흘리고 한국 언론은 이를 정신없이 받아먹기에 급급하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이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비공개로 브리핑한 내용이 다음날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정치권은 한반도의 운명을 정쟁의 대상으로, 언론은 상업적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자 발간 '기자협회보'에서 중앙언론의 '국제부'를 다룬 두 기사가 실렸다. 하나는 4면「"기사로 후배들과 선의 경쟁"-기사 쓰는 국장, 선재규 연합뉴스 국제뉴스국장」이고 다른 하나는 7면「"효순이 미선이를 생각하라"-대한매일 노조원이 국제부장에 쓴 소리」가 그것이다.

연합뉴스와 대한매일 국제부 간부의 차이

▲ 기자협회보에 연합뉴스 국제뉴스부장이 쓴 글     ©기자협회홈페이지
연합뉴스의 선재규 국제뉴스국장은 "국제경제 분야를 오래 취재하다보니 이제 큰 흐름이 좀 보이는 것 같아요.…인력도 모자라고", 그러면서 "외국기자들이 4-50년 넘게 기사를 쓰는 것을 보면 참 보기 좋더라. 그런데 우리는 차장급 이상만 돼도 기사를 안 쓰는 분위기"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리고 "데스크의 지시를 받고 기사가 나간다. 오·탈자가 많다는 지적도 받는데, 창피하니 더 분발하게 된다"며 국장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직접 기사를 쓰고 또한 부하직원인 부장이나 차장의 지시를 받는 모습이 아름다울 정도다. 

▲기자협회보에 게재된  대한매일 노조원이 국제부장에 쓴소리라는 제목의 글 ©기자협회홈페이지
한데 대한매일의 국제부장은 전혀 딴판이다. 지난 6일 이기동 부장이 6박7일 일정으로 하와이로 출장을 갔다. 미국 대사관이 초청하고 미 태평양 사령부가 주최하는 '한미관계와 언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기자협회보에 의하면 "지난해 말부터 편집국원에게 적용되는 원칙 중 하나가 '주최측 부담 출장은 휴가로 처리하라'는 것이고 이것은 외유성 출장에 대한 경계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다녀온 사례도 있다. 하지만 국제부장은 휴가로 처리하지 않은 채 출장을 갔다"는 대한매일의 소식지를 인용한다. 그러면서 "불과 한달 전이 효순이 미선이 추모 1주기였다. 그런데 언론사 국제부장단이 미 대사관 주최 세미나에 따라가야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는 어느 기자의 목소리도 전한다. 

한반도의 핵 위기가 스멀스멀 현실로 다가오는데 어떤 간부는 그 동안 전문성도 살려 국장이라는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기사를 쓰고 있는데 어떤 국제부 간부는 회사의 사규까지 어겨가며 미군의 의식화 교육을 받으러 외유를 떠난다. 전자의 감동이 후자에 이르면 참담해진다.  

한국언론 국제부장을 대상으로 한 미군의 '의식화교육'

한데 더 심각한 문제는 미 태평양 사령부가 주최하는 '한미 관계와 언론'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방송과 신문 등 중앙언론사 국제부장 18명의 참석이다. 미 태평양 사령부는 2001년부터 매년 국제부장단과 부국장단을 번갈아 초청하여 이런 세미나를 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미국발 오보가 터지기도 하는 한반도에서 미국대사관과 미 태평양 사령부가 모든 경비를 부담해서 한국의 중앙언론사 국제부 간부를 초청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미국의 침략적 관점에서 본 한반도 안보 현황, 미국의 세계 제패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는 대(對)테러정책의 정당성, 반미면 모두 테러라고 규정하며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소위 '세계 테러활동의 심각성' 등을 제외하고는 또 어떤 것이 있겠는가.

이를 한국 언론의 국제부 간부들에게 주입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미국 중심의 국제보도를 종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미군으로부터 '의식화교육'을 받고 온 국제부 간부들이 한미, 북미, 남북관련 보도를 어떻게 하겠는가. 받아먹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데…. '미영-이라크전'에서 선 보였던 미군의 종군기자프로그램(임베드)의 폐해를 익히 보아왔던 우리는 국제부 간부들을 통해서 다시 한번 임베드의 심각성을 볼까 두렵다.

연합뉴스 국제뉴스국장의 미담과 18명의 중앙언론사 국제부장의 추문은 앞으로 한반도 핵 위기 증폭이나 해소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기에 추문의 대상이 된 18명의 국제부장들로 인해 한반도 핵 위기가 더 증폭되는 일은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켜볼 것이다. / 논설위원

* 필자는 언론학박사로 전국언론노조 정책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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