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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라크전의 이면, CNN은 한국언론의 '교주'?
한국언론은 골리앗도 다윗도 아니다
 
양문석   기사입력  2003/03/28 [23:17]
한국처럼 미친 듯이 우상을 숭배하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들 것같다. CNN은 한국언론의 '교주'다. 교주께서 한 말씀하시면 아무런 의심 없이 한국에 전파한다. 그리고 교주 CNN이 숭배하는 부시 미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비롯한 일부의 이해관계만 관철시키는 미국정치인들은 한국언론의 '우상'이다. 우상께서 한 마디 하시면 교주는 전도사인 한국언론에 전한다. 그러면 전도사는 그것이 길이요 진리인양 한국민에게  전파한다. 혹여 '잘못된 말씀'이 있어도 '신의 무오류성'를 강요하며 '수정보도'도 '사과보도'도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이라크전에 대한 한국언론의 보도매카니즘이다.  

후세인 사망설, 이라크군 51사단 집단 투항설, 미군에 의한 이라크 남·중부 함락설, 화학무기공장 발견설, 심지어 바스라 민중봉기설 등에 대해 한국 언론은 미국의 발표와 그 발표를 전하는 CNN 등 미국언론을 보고 들으면서 '받아쓰기'만에 열중이다. 자체적인 사실(facts) 확인에 대한 노력도 없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 내용에서 수정도 사과도 없다.  

역편향도 나타난다. CNN에 대한 반감, 미국에 대한 거부감, 한국주류 언론에 대한 혐오감이 이슬람권과 이라크에 대한 동조, 그리고 알 자지라 방송에 대한 찬사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개혁적인 언론에서 부분적으로 보이는 경향이다. 특히 인터넷은 장기전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글이 속속 등장한다. 오로지 미국에게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반미심리'가 저변에 흐르기 때문이다.  

이런 역편향은 이해 못할 바 아니다. CNN을 필두로 미국의 거의 모든 매체들이 '선한 미국, 악한 이라크'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거의 유일한 아랍권 방송 알 자지라가 미국의 시각을 거부하고 아랍권의  관점을 보도하는 것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미국의 언론매체가 '골리앗'이면 아랍의 언론매체는 '다윗'이기 때문이다. 작고 힘없는 다윗을 응원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미국과 CNN 등 미국매체가 골리앗이든 이라크와 알 자지라 등 아랍매체가 다윗이든 상관없이 한국과 한국언론은 골리앗도 아니고 다윗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골리앗을 편들 이유도 없고, 다윗을 편들 이유도 없다. 오로지 '전쟁의 참상'에 대해서 알리고, 현재의 전쟁은 끝나야 하고 또 다른 전쟁은 막아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 한국언론의 사명이다.  

전쟁이 별 것 아니라는 시각이 한국민들의 의식 저변에 뿌리 내릴까 두렵다. 한국민이 전쟁에 따른 어이없는 죽음의 행렬을 바라보면서 만화의 한 장면이거나 '게임소프트웨어'에 나오는 가상현실의 한 장면으로 착각할까 두렵다. 전쟁을 '놀이'나 '운동경기' 정도로 받아들일까 두렵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언론은 전쟁의 참상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군의 폭격에 의해서 12살 짜리 이라크 아이의 머리가 반쯤 없어진 사진 정도가 겨우 보도됐다. 전쟁이 낳은 참혹한 현장이 과연 이것 밖에 없는지 의심스럽다. 전쟁의 위협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요 한반도다. 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지금의 전쟁터가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는데도 침묵한다.

또 반전 목소리를 정면으로 다룬 적도 거의 없다. 그 수많은 방송과 신문이 반전여론을 첫 기사로 다룬 적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전이 뭔가. 학교교육에서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던 인류애, 인간의 존엄성, 생명중시사상의 실천적인 태도와 행동이 반전이다. 그래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한다고 말만할 것이 아니라 실체 옹호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국내외 반전시위와 반전여론을 방송과 신문은 적극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특히 전쟁을 지지하고 파병을 주장하는 언론들이 국익운운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기호품'을 사용하는데 경계한다. / 논설위원

* 본문은 '진보정치(http://kdlpnews.org/ )'에 기고한 글입니다.
* 필자는 언론학 박사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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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3/28 [23:1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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