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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과 한미FTA, 그리고 국민투표
[비나리의 초록공명] 그렇게 자신있다면 개헌과 한미FTA 동시에 하라
 
우석훈   기사입력  2007/02/23 [12:30]
‘87년 체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는 아홉번째로 개정한 9차 개정 헌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헌법은 5년 단임제이며, 의회정치적 요소를 안고 있고, 또한 제헌 헌법의 정신을 가장 많이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하고 지혜로운 호민관’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한다면 잘 움직일 체제인데, 여기에도 몇 가지 약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지난 4년 동안 개헌에 대한 내부 논의와 연구가 있었다. 대체적으로 실무자 사이에서 지금 개헌을 하면 더 좋아질 경우보다 나빠질 경우가 많기에 헌법 연구는 하되 개헌은 안 좋다는 암묵적 합의를 가지고 있다. 헌법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서 환경권과 같이 새로 변화된 상황이 반영될 가능성보다는, 경제민주화(119조 2항)와 경자유전(121조 1항) 조항 등 전경련 등이 삭제를 주장하는 조항이 실제로 삭제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국민투표에 부칠 권리를 대통령에게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경주 방폐장과 제주 특별도에서 보았듯이 지역의 사안을 주민들의 발의와 투표로 결정하는 현 단계에서, 국민적 관심사안을 투표로 결정할 길을 보장하지 않는 우리 헌법에는 분명히 시대와 맞지 않는 요소가 있다. 실제로 스위스 등 몇 나라가 자유무역협정을 국민투표에 올렸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포인트 개헌으로 4년 중임제 조항에 대한 개헌을 하자면서, “개헌 발의권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리”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같이 “기타 국가 안위에 대한 중요 정책”은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표현되어 있어 선택사항이다. ‘고려대 표결 사건’과 같이 기술적 문제인 경우도 투표로 처리하는 것이 우리나라인데, 불완전하지만 지방에서 대학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투표로 결정할 정도까지는 우리나라가 성숙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을 원하는 국민보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국민투표를 원하는 국민이 더 많고, 대체적으로 절반 정도의 국민이 국민투표 같은 것을 통해서라도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고, 자신들의 결정권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이미 서명에 참가한 사람이 100만명이 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촛불시위의 기원이 된 미군 장갑차 사건 이후 소파 개정에 서명한 사람의 수를 넘어서는 최대 규모다.
 
개헌 발의는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많은 국민이 원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민투표를 ‘그건 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권리 남용 같다. ‘기타 국가 안위에 대한 중요 정책’이라는 것을 누가 판단할 것인가? 대통령인가, 국회인가, 법원인가, 아니면 국민인가? 대통령은 이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중요 정책’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은 무엇인가? 여론조사인가, 국회의 가이드라인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깊은 마음속’인가?
 

대통령과 국정홍보처가 “미래를 위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지금까지 외친 것은 그것만으로도 ‘중요 정책’이라는 증거가 아닌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하고는 ‘중요 정책’이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면 헌법적 모순이다. 개헌발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 국민투표 부의를 하나로 묶어서 한 번의 투표로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무자비하게 강행하면서 자신의 개헌 발의권만 강조하면 독주라는 소리를 안 듣기 어렵다. 민주적 절차를 찾아보자.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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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3 [12:3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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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소금 2007/02/23 [18:29] 수정 | 삭제
  • 박통.전통과 다른 게 뭔가.국민과의 대화는 없고
    잘못된 확신과 미국의 강압(?) 땜에 국민투표 가능성 없으나
    이는 참여정부가 독재 정권과 같다는 걸 말한다.
    유연한 진보.더 이상 거짓말 맙시다.국민투표로 당신네들 정당성을
    확보하시오.아니면 독재정권이며,fta 청문회에 서게될 것이
    뻔합니다.미국에 나라 팔아먹는 일이 아님을 국민을 설득 시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