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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20대는 왜 더 민족주의적일까?
[비나리의 초록공명] 주변부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분열증적 증세인가
 
우석훈   기사입력  2007/01/23 [12:01]
프랑스 대선은 세 달 정도 남았는데, 요즘 한참 재밌게 진행되는 중이다. 딱 50%로 엎치락 뒤치락 중인데, 정말 한치 앞이 안 보이나 보다.
 
세르코쥬는 젊은 엘리트 분위기이고 전형적인 프랑스 우파들을 대변하는데, 작 시락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합리성의 분위기보다는 온실 속에서 자라난 극우파 엘리트 분위기가 더 강한 느낌이다. 세르코쥬를 지지하는 어느 여고생이 "일 하는 프랑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경제에 관한 얘기들을 죽 하는데, 머리에서 등골이 쭉 서는 느낌이었다.
 
고용이라는 질문은 중요한 질문이기는 한데, 프랑스 극우파로 통하는 문 하나가 이 고용에 관한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참 애매한 문제이다.
 
나는 사회당의 루아얄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루아얄의 경제노선을 그대로 지지하지는 못한다. 좀 듬성듬성 보자면 제3의 길 얘기하던 시절의 토니 블레어보다 더 우파 쪽으로 많이 이동한 상태이다.
 
내가 루아얄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동거 1세대라는 점이다. 그녀도 역시 프랑스 최고 엘리트 기관 중의 하나인 에나 출신이다. 그 시절에 동거를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세대들이 점차 성장하여 드디어 대통령 후보가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지금의 프랑스 대선을 보는 또 다른 눈의 하나이기도 하다. 남의 나라 대선이라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최근에 프랑스에 갔다온 사람한테 들었는데, TV 토론을 하면 할수록 루아얄은 표가 떨어진다고 한다. 루아얄은 정책통은 아닌 셈인데, 그런 게 문제가 조금 되는 모양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면서 지금의 우리나라 20대가 더 민족주의적인가라는 작은 질문을 던져봤는데, 사회학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덜 민족주의적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유신헌법이라는 것이 워낙 민족주의적이고, 그래서 아래 세대로 내려가면 정치적으로는 조금 보수적이라는 데이타가 나오지만 더 민족주의적이라는 데이타가 나오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예전 경제사 듣던 시절에도 선생님들이 창문을 바라보면서 언젠가 만주로 다시 가야한다고 했던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북간도라는 땅에 대해서 생각하면 이상하게 애절한 느낌이 든다. 어저께 윤동주에 대해서 잠깐 다시 회상해볼 시간이 있었다. 나에게 북간도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윤동주와 관련된 의미들로 다가오는 것 같다. 잘 모른다는 말과 같은 말이다.
 
2년 전에 우리나라에서의 민족주의에 대한 상당히 광범위한 종류의 질문을 하고, 글을 쓰려고 해보던 시절이 있었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책을 준비했었는데, 그 시절 쇼비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좀 공부를 했었는데, 결국 결론을 맺기가 어려워서 출간은 못했다. 출판사에는 미안해서 그 대신 쓴 책이 "아픈 아이들의 세대"였다.
 
그 시절에 몇 가지의 질문들을 했었는데, 여성주의와 민족주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청와대에 고위공무원으로 간 어느 여성운동하던 선배가 "무궁화의 꽃"이라는 단체에 대해서 좀 공부를 해보라고 약간의 힌트를 주었다.
 
황우석 사태가 나기 1년 전의 일이다. 이런 단체가 있기는 한데, 우파 여성단체 연합회 비슷한데, 정식으로 엄청난 활동을 하는 곳은 아닌 것 같다. 자료만으로는 잘 확인이 안되었다.
 
우리나라는 워낙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에 해당하는 것 같다. 역사적인 흐름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보통 민족주의자들의 경우에는 상징들도 그렇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별로 그렇지는 않다. 한복을 입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국악도 듣지 않는다. 민족주의가 갖는 긍정적인 기능들에 대해서도 경제학자 입장으로서는 좀 생각해볼 수 있는데,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내 주위에서 극성으로 교회다니는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극우파 조합과 일치한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명품족이 거의 없는데, 이 사람들은 내 주위의 유일한 명품족들이고, 수입에 비해서는 소비 규모가 좀 큰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민족주의 분석의 틀이 딱 떨어지게 맞는 것은 아니다. 변형된 소비주의와 국가주의 같은 것들이 결합이라고 하면 약간 설명이 되기는 하는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제학에서 내세우는 경제적 합리주의와는 좀 거리가 있다.
 
경제적 합리주의는 기본적으로 극단적일 정도로 이기주의적인 주체를 설정한다. 결국은 자신에게 무엇인가 이해가 있기 때문에 지지하고 또 소비를 한다. 그런데 별로 자신에게는 직접적 이익도 없는데도 열광하는 현상은 경제학 용어로는 잘 설명이 안 된다. 유럽의 극우파들은 경제적 이해관계로 대부분 설명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꼭 그런 경우도 아니다.
 
합리성 보다는 Hirschman의 용어를 빌리자면 '정열'에 해당하는 얘기들이 조금 더 그럴듯한 설명들을 제공한다. 20대의 열정과 합리성... 갑자기 낮에 본 제일기획에서 만든 '영타깃 마케팅'과 관련된 "20대는 정열"이라는 마케팅 카피가 생각난다. 아름답게 하나의 포뮬라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는다. 주변부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분열증적 증세라고 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나에게는 제일 일관된 설명틀 같아 보인다.
* 글쓴이는 경제학 박사,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강사, 성공회대 외래교수, 2.1연구소 소장입니다.

* 저서엔 <88만원 세대>, <한미FTA 폭주를 멈춰라>, <아픈 아이들의 세대-미세먼지 PM10에 덮인 한국의 미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촌놈들의 제국주의>, <생태 요괴전>, <생태 페다고지>, <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등이 있습니다.

*블로그 : http://retire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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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23 [12:0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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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아블로 2007/02/18 [23:00] 수정 | 삭제
  • 한국의 20대는 정신병자들이란 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