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의대안만들기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절반의 성공,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
[논단] 차기 대선주자들은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성과와 한계 숙지해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6/12/25 [13:49]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해야 하는 이유

추석 이후 급등세를 보이던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물론 내년 초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중대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안심하기는 아직 이른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투기 및 가격 상승이 특히 놀라운 이유는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아랑곳 하고 있지 있다(?)는 점 때문이다.

기실 노태우 정부가 도입했던 토지공개념 3법을 제외하고는 가장 강력하고 정교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고 보면 이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평가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과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수구언론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헐뜯는 데만 혈안이 됐고 일부 시민단체들도 그와는 다른 차원에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날카롭게 비판하곤 했다.

반면 청와대와 정부는 자신들이 입안하고 추진한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과도한 상찬(賞讚)과 자신감을 표명하기 일쑤였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닌 성과와 한계를 정확하게 점검할 수 있겠는가? 무릇 개인이건 국가건 과거의 성과와 한계를 냉정하게 평가해서 성과는 계승·발전시키고 한계는 극복해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는 법이다.

부동산 문제가 중요한 화두로 부각될 것이 분명한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지금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룬 성과와 한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과들

(1) 경기 불황기에도 부동산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은 점

역대 정부들은 경기불황기에 어김없이 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고 시도한 것이 사실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국민의 정부만 해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취·등록세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려 했다. 이와 같은 부동산 투기 조장정책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폭등의 씨앗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참여정부는 불황으로 인해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의 유혹을 크게 받았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인내했다. 아마 참여정부는 인위적인 경기부양책, 그 중에서도 특히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이 장래 국민경제에 큰 해(害)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를 사용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2) 부동산세제(稅制) 개혁 및 개발이익 환수장치의 정비

부동산 세제 개혁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서 단연 첫손에 꼽힐 만큼 훌륭한 업적이다.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보유세의 현실화를 추구한 점,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를 동시에 추진한 것,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해 양도세를 강화한 것 등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

아울러 개발부담금제 및 기반시설부담금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개발이익환수장치들을 재도입하거나 정비한 것도 참여정부의 치적 가운데 하나이다.

(3)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 제고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 및 등기부 등재 등을 통한 부동산 거래 투명성을 제고한 것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 가운데 칭찬할 대목이다.

(4) 서민용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 추진

서민용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도 참여 정부의 치적 중 하나이다. 참여정부는 2003년부터 지금까지 서민용 장기임대주택 37만 호를 지었는데 이는 역대 정부가 지은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분량이다.

(5) 토지 소유 분포 통계를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공개

토지 소유 분포 통계 등을 공개한 것도 참여정부가 잘한 일 가운데 하나이다. 토지 및 주택 소유 분포 통계를 공개하는 것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대부분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참여정부의 결정이 더욱 값지다 할 것이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한계

가. 정책적 차원에서

(1)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청사진의 부재

참여정부가 출범할 당시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청사진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참여정부가 출범초기에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예컨대 '시장 친화적 토지공개념'과 같은)을 천명하고 이를 그대로 밀고 나갔더라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컸다.

참여정부가 그간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을 보면 부동산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한 성격이 강한데 이는 시장의 내성(耐性)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2) 상호 모순되는 효과를 낳는 정책들의 병행추진

부동산 투기에 대해 상호 모순되는 효과를 낳는 두 가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 왔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과 행정복합도시·기업도시·혁신도시 등 각종 개발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든지, 불로소득 환수정책과 공급확대책을 동시에 발표했다든지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토지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한다면 균형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텐데, 인위적으로 지방에 각종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토지 불로소득을 지방에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철저히 차단하거나 환수할 장치의 마련 없이 추진된 기업도시 등은 천문학적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등의 문제점을 낳았다. 또한 공급확대책은 확실한 불로소득 차단 및 환수대책 없이 추진될 경우 투기의 불쏘시개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 점을 간과하였다.

(3) 미흡한 보유세 현실화

보유세 강화 정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점도 매우 아쉽다. 정부는 작년에 발표한 5·4대책에서 2017년까지 보유세 실효세율을 1%로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는데 이같은 정부의 입장이 슬그머니 후퇴한 것이다.

2005년 9월 21일 재정경제부는 8·31대책의 주택 보유세 시뮬레이션 결과를 일부 공개하면서, 2009년까지 종합부동산세 대상자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89%로, 전체 보유세 대상자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0.36%로 올라가고(2005년 현재 두 비율은 각각 0.58%, 0.20%), 2017년까지는 각각 1.04%, 0.61%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투기라는 망국병을 앓으면서 우리 사회가 이루어온 귀중한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 1% 달성'이라는 목표를 정부 스스로 철회하고 만 셈이다.

소위 '세금폭탄론'을 내세운 수구 언론의 맹렬한 공격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몹시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참여정부는 조세저항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이런 고육책을 마련했겠지만, 보유세의 과세 대상과 실효세율을 지나치게 한정시킨 것은 부동산 보유자는 마땅히 사회로부터 받는 혜택에 상응하는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원칙을 허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토지와 건물의 미구분

토지와 건물을 구분해서 토지세 중심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자 하는 인식이 없다는 점도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 중 하나이다. 보유세가 미미한 현재의 상황에서는 토지와 건물의 구분이 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유세를 강화해 갈수록 건물 공급이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5) 무늬뿐인 조세대체 효과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고갱이라 할 보유세가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 조세의 감면이 병행되어야 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심지어 가장 협의의 조세대체라 할 부동산 취·등록세의 감면조차 실거래가 과세로 인해 세액이 오히려 증가하는 문제점을 노정했다.

(6) 불충분한 개발부담금제

개발부담금제가 다시 도입되기는 했지만, 부과 대상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누락되는 개발 사업들이 적지 않고, 부과율 또한 낮아서(25%) 개발이익 환수의 효과가 작았다는 기존 제도의 결함을 보완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나. 정치의 영역에서

(1) 잇따른 증세정책으로 인해 보유세 등의 정책효과가 상쇄

정부는 비전2030과 같은 증세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선진국에 비해 아직도 대단히 열악한 대한민국의 복지수준을 감안할 때 정부의 정책에도 분명 일리가 있다.

그러나 증세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장 소중하다 할 보유세 현실화 정책이 증세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그 정책효과가 반감된 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만약 참여정부가 토지 보유세는 대폭 올리고 다른 세금, 예컨대 자동차세 같이 국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세금들을 과감히 감면했더라면 이른바 '세금폭탄론'이 저토록 맹위를 떨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각에서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정부라는 부당한 평가까지 들어가면서 보유세제를 안착시키고자 노력했던 참여정부는 부동산 시장마저 안정을 찾지 못하자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게 됐다.

(2) 대통령 이하 정책당국자들의 과도한 장담

참여정부는 자신들이 발표한 부동산 정책의 효과에 대해서 지나칠 만큼 호언장담을 거듭했다. 물론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매우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의 의지만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여건 속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다", "헌법만큼 고치기 어려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자신들이 만든 부동산 정책을 과신했다.

정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자 정부를 믿었던 국민들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실망하게 됐고 정책의 신뢰도는 급속히 추락했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 이하 고위 관료들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국민 여러분들이 도와주셔야 한다. 부동산 투기 없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함께 고민해 보자"라고 하면서 겸손하게 국민들의 동의와 설득을 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선 잠재후보들에게 바란다

위에서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서 조목조목 평가해 보았다. 분명한 사실은 현금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몇몇 미시적 대책이나 대증처방을 가지고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설령 현금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큰 탈 없이 수습된다 하더라도 부동산 문제의 근본원인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주기적으로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 문제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 한국경제의 고질이 된 고비용·저효율 구조, 근로의욕 저하 등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는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없다.

모쪼록 차기 대선에 출마할 마음이 있는 잠재후보들은 이런 점들을 깊이 깨달아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선공약에 반드시 포함시키기를 바란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성과는 한층 발전시키고 한계는 지양하는 내용들이 그 패러다임 안에 담겨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6/12/25 [13:4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시민 2006/12/26 [15:11] 수정 | 삭제
  • 세계 최고의 가격을 만들어놓고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정말 국민 뺨치고 달래는 식의 논조, 언론들 그만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