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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수호 올인한 박대표, 지금 뭐하나?
[논단] 10.26 재선거 전 체제수호에 모든 것 걸겠다는 구국운동 어디갔나
 
이태경   기사입력  2005/11/20 [21:08]
나라를 구하겠습니다!

"체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

10. 26 보궐선거를 얼마 앞두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결연히 토해낸 일성이다.

비장함을 넘어 삼엄한 기운까지 느껴지는 박 대표의 외침은 계속 된다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을 폐지하겠다는 의도 아래 검찰을 무력화시켜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것"이고, "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를 온몸으로 막아낼 것"이다.

청와대나 정부 여당이 강 교수의 주장에 찬동한 것도 아니고 법에 따른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밝힌 것뿐인데도, 체제 수호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것은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우리의 비판과 요구는 정당한 것으로 결코 색깔논쟁이 아니다"라며 "이런 중요한 문제를 정치공세라고 한다면 큰 잘못"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나라의) 근본인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지면 국민의 자유와 모든 것이 어디로 가겠느냐"며 "그러니 여기에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의 백미는 역시 "국가 체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한나라당이 중심이 돼 국민과 함께 구국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라는 박 대표의 선언이었다.

강정구 교수 구속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소동은 마침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구국운동으로까지 번졌고, 그 중심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우뚝 서 있었던 것이다.

한편 박 대표의 '구국운동'선언이 나온 배경을 둘러싸고, 보궐선거를 앞두고 보수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선거전략 이라는 식의 해석에서부터 누란(累卵)의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구국의 결단이라는 옹호까지 참으로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다.

그러나 '구국운동'에 대해서 폄하하는 사람들이건, 옹호하는 사람들이건 일치하는 바가 있었는데, 그건 '구국운동'이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박 대표가 구축해온 덕목(?) 가운데 핵심이 바로 '언행일치'였기 때문이다.

'언행일치'를 자신의 주요한 덕목으로 쌓아온 박 대표가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할 말을, 그것도 단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내뱉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구국운동'선언을 접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구국운동'의 시점(時點)이 알고 싶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10.26 보궐선거가 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지 한 달이 가까워오는데도 한나라당이 구국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고작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무너질 만한 위기가 해소되었을 리는 만무할 것이고, '언행일치'를 생명으로 하는 박 대표가 '구국운동'을 선거전략으로 이용했을 가능성도 적다고 보면 아직까지 '구국운동'이 본격화되고 있지 못한 이유는 정작 다른 데 있는 듯 하다.

혹시 '구국운동'을 전개하기에는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라는 것이 그 유일한 이유가 아닐까? 아마도 그 '때'라는 것은 박근혜 대표만이 알 성 싶은데, 그 '때'가 언제인지 정녕 궁금하다.

'목 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궁금한 사람이 먼저 물어볼 밖에. "박근혜 대표님! '구국운동'은 언제 시작하시나요?”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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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11/20 [21: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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