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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진압에 정권명운을 걸라
[논단] 정부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상향하고, 인상시기도 앞당겨야
 
이태경   기사입력  2005/06/15 [11:31]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정한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쉬운 문제를 풀고 논의를 전개하자! 아래의 기사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 은행 가계대출이 올 들어 5개월 동안 10조원 이상 불어나면서 부동산 과열을 부추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8일 발표한 ‘5월 중 금융시장동향’에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1839억원으로, 2003년 10월 4조2594억원 이후 1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285조4936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10조1338억원 늘어났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은 6조6972억원으로, 전체 증가분 66%를 차지했다.

둘, 2001년 말 86조원에 불과하던 주택담보대출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2년 만에 두 배로 불어났다. 이때부터 정부는 주택담보대출(LTV) 비율 규제에 나섰지만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가파르게 늘었다.

'2003년 10.29 부동산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지역에 따라 40~60%로 규제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미 시중 금리가 연 4%대로 내려와 있었기 때문이다. 소비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지난해 8월과 11월 한은이 콜금리를 연 0.25%포인트씩 추가로 내리자 자금의 단기 부동화는 더욱 심화됐다. 5월 말 현재 만기 6개월 미만의 부동자금 규모는 400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셋, 지난해 풀린 판교의 토지 보상금 2조4787억원 가운데 일부가 판교 주변을 맴돌았다. 용인시 상현동 J공인 관계자는 "판교 보상금을 받은 원주민 중 분당. 용인의 50평형 이상 아파트를 사들인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넷, 건교부는 서울 강남지역의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보다 6천 가구 가량 증가한 1만 5천 가구에 육박해 1982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구별로는 강남구 8077가구, 송파구 3857가구, 서초구 3035가구 등이다.

 
▲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앙지 노릇을 하고 있는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서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고, 건물에 대해서만 민간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자보

… 이 물량 가운데 절반 이상은 중대형이다. 2007년에도 1만 가구 이상이 공급될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아파트도 2008년에 12만가구가 공급되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46만 7천 가구의 입주 예정 물량이 대기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물량이 많다.

특히 강남 재건축은 소형 평형을 중대형으로 늘리는 경우가 많아 중대형이 늘어나면 늘어났지 특별히 부족한 것도 아니다. 기존에 있는 아파트도 강남권 3개구는 30평 이상이 63%로 서울 평균(54%)보다 높다.

40평 이상은 강남구는 27%로 서울 평균(16%)의 두배에 가깝고 서초(31%), 송파구(24%)도 훨씬 많다. 강남권 안에서 중대형으로의 이동도 어렵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 눈 밝은 독자들은 금방 알아챘겠지만 위에서 열거된 기사들은 유사이래 가장 강력하다는 참여정부의 각종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분당, 과천, 용인 등지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들이다.

요약하자면,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기적 가수요가 400조 이상의 부동자금과 매년 발생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토지보상금으로부터 끊임없는 수혈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별다른 효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부터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투기적 가수요가 도화선이고, 저금리로 인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은 화약임을 잊지 말자!

아울러 내년 이후 강남권에 공급될 중대형 아파트의 양이 충분하다는 위의 통계는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이 부족해서 가격이 앙등한다는 자칭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것인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하겠다.

물론 참여정부도 부동산 가격 폭등에 많은 책임이 있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대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10·29부동산 대책을 만들어 놓고도 입법과정에서 크게 후퇴했다.

또한 정부는 기업도시 건설로 대표되는 각종 개발 정책을 무분별하게 남발함으로써 전국 각지의 땅값을 폭등시켰다. 아울러 여당 내에서조차 경기활성화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위와 같은 정부와 여당의 난맥상은 시장참여자들로 하여금 정부가 내놓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시장참여자들이 정부 정책에 대해서 신뢰와 두려움을 갖지 못하니 정부에서 아무리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 값을 잡겠다고 호언장담해도 시장의 반응은 차가울 따름이다.

한편 부동산 부자들과 전문적인 투기꾼들의 힘만으로 전국의 땅값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앙등한다고 생각하면 그건 심각한 착각이다.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고 자신의 집을 담보로 혹은 모기지론 등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아 가격이 더 오를만한 곳에 부지런히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중산층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땅값과 집 값이 세계최고 수준일리 만무하다.

최근 기사에 소개된 것처럼, 운명 상담소를 하면서 강남 등지에 36채의 아파트와 상가 4채를 사들였다는 김아무개씨의 예와 영세사업자들을 상대로 하여 고리대금업을 하면서 사업자들의 집에 매매예약가등기 등을 설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도권지역에 아파트만 무려 56채를 가지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경우는 다소 특이한 사례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중산층들과 서민들도 투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듯 광범위한 투기적 가수요에 가격이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집주인들의 심리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온통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이 혹독한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도리가 없게 될 것이다.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꺾는 것이 핵심

사정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정부에서는 세무조사, 기준시가 인상, 주택담보대출자금 출처조사 등의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시장에서 통할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고민스러운 것은 현 시점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이 별로 많지 않다는데 있다. 금리인상은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생각할 때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고, 부동산 담보대출 비율의 축소도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할 성 싶지는 않다.

특히 낮은 금리 탓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니 금리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는데 이는 별로 온당한 해석과 처방이 아니라고 여겨진다. 본디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을 펴는 이유는 기업들로 하여금 이자에 대한 큰 부담 없이 설비 및 생산 투자를 하게 하려는 데 있다. 기업이 설비를 늘리면 자연히 고용이 창출되고 이는 소비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민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이 저금리 정책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시중의 유동성이 한사코 부동산으로만 몰리는 작금의 현상이 문제인 것이다. 물론 시중의 유동성이 결사적으로 부동산에만 몰리는 이유는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 때문임은 긴 말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과 같은 투기광풍을 수수방관 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인가? 다행히도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꾼들을 익사시키고 불로소득을 쫓아 투기에 가담하는 불나방들을 공포에 떨게 할 비장의 무기가 아직 정부의 수중에 있다.

이제 부동산 투기를 확실히 근절시킬 수 있는 비책을 공개하겠다. 아래 내놓는 대책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참여자들의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철저히 꺾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 환수를 겨냥하고 있음을 명심하자!

첫째, 정부는 부동산 소유 현황에 관한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 IT초강국인 대한민국에 아직 부동산 소유 현황에 대한 통계가 구축되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역대 정권이 부동산 소유 현황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은 것은 그 사안이 지닌 폭발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토지와 건물에 대한 소유 구조가 한 줌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집중되어 있음이 서민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닥칠 파장을 염려했다는 말이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양극화 해소를 위한 토지정책 방향’이란 논문을 통해, “2002년 종합토지세 과세자료를 분석했더니 우리나라의 토지는 상위 1%가 전체의 45.3%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상위 5%는 59.1%, 상위 10%까지 넓혀보면 전체의 72%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전 교수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3년까지의 3년 동안 땅 가진 사람들이 거둔 평가차익이 물경 212조원에 이르고, 땅부자 상위 1%인 10만명이 땅값 상승분의 45%를 차지한다고 볼 때, 이들의 평가익은 96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주택에 대한 소유편중도 만만치 않다.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2002년 말 기준 세대별 주택소유현황을 보면 전체 세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841만 세대(50.3%)가 무주택자이다.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1세대 다주택은 276만 세대(전체 세대의 16.7%)로, 이들이 차지한 집은 모두 814만호(전체 아파트의 71%)에 이른다.

점입가경은 것은, 이들 집부자 중에서 집을 5채씩 차지한 세대가 11만5천 세대, 6채~10채를 차지한 세대는 14만 세대에 이르고, 3만 세대는 11채에서 20채가지 독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전체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내 집도 없이 여러 곳을 전전하는데 반해, 전체의 1.7%에 불과한 29만 세대가 집을 적게는 다섯 채에서, 많게는 스무 채까지 독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대강 드러난 토지와 주택에 대한 소유 집중도만 보아도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의 실체는 공급부족이 아니라 투기적 가수요임이 명백하다. 현금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자칭, 타칭의 시장주의자들은 위의 통계에 대해서 어떻게 항변할지 자못 궁금하다.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서민들이 피땀 흘려 벌어놓은 사회적 부가 고스란히 부동산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옮겨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가 진정으로 부동산 투기를 진압할 마음이 있다면 부동산 소유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국민들로 하여금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알 수 있도록 해야한다. 부동산 소유 통계를 접한 국민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힘을 실어 주어야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현재 부동산 가격 폭등의 진앙지 노릇을 하고 있는 판교 신도시 개발과 관련해서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고, 건물에 대해서만 민간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도시와 향후 건설될 신도시에도 이와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 불로소득은 본디 토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토지만 공공임대로 하면 족하다. 일부에서는 토지와 건물 모두를 공공임대로 하자고 주장하는데 이는 정부의 역할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큰 정부를 지향하게 된다는 점, 비능률과 부정부패가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 등에서 적절치 못한 방식으로 생각된다.

만약 판교 신도시에서 토지는 공공임대로 하고, 건물에 대해서만 민간 분양하는 방식을 취하는 분양이 이루어진다면 판교발 투기 열풍을 상당히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불로소득을 쫓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거나 호시탐탐 뛰어들 기회를 엿보는 이들에게 향후 부동산에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신호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셋째, 정부는 5.4 부동산 대책에서 제시한 바 있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좀더 상향하고, 그 인상시기도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시가 대비 보유세 실효세율 3% 달성과 참여정부 임기 내 1%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이 옳을 듯 하다.

한편 정부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상향하는 대신 취, 등록세 등의 거래세와 양도소득세에 대한 감세를 병행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고, 추후 보유세의 담세율이 높아져 타 조세에 대한 감세 여력이 생기는 때에는 부가세 등에 대한 감세조치를 과감히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보유세 실효세율을 상향시킬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토지와 건물을 분리해서 토지에 더 많이 과세하고 건물에 대해서는 적게 과세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토지에만 과세하고 건물에 대해서는 면세하는 것이 옳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진리를 정책당국자들이 잊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만약 보유세율 현실화에 대해서 서민들이 많은 부담을 느낀다면, 정부는 1가구 1주택 소유자들 중 일정 시가 이하에 해당하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서민들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보유세 감세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강구함직 하다.

일부에서는 가파른 보유세율 인상에 비명을 지르는 것은 부자들이 아닌 서민들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부동산 소유자들로부터 거둔 막대한 규모의 보유세를 교육, 의료, 실업, 노후, 육아, 장애 등의 사회복지부문에 아낌없이 사용한다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서민대중에게 돌아갈 것이 자명하기에 위의 주장은 단견에 불과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최근 불고 있는 부동산 폭풍은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 규모의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불길한 예측을 내놓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지금 전국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부동산 투기의 불길을 잡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암울한 회색빛으로 물들 것이 자명하다. 이제 부동산 문제는 단지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인 것이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 진압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 편집위원
 
* 필자는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kimc.net)에서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대자보> 편집위원, 토지정의시민연대(www.landjustice.or.kr) 사무처장, 토지+자유 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블로그는 http://blog.daum.net/changethecorea 입니다.
대자보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한국사회의 속살] [투기공화국의 풍경]의 저자이고, 공저로는 [이명박 시대의 대한민국], [부동산 신화는 없다], [위기의 부동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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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6/15 [11:3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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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jgj 2005/06/15 [16:59] 수정 | 삭제
  • 한사람이 여러채의 주택을 소유하는등 가수요가 부동산 투기로 날새는지 모른다면 서민 다수는 이놈들에게 주택을 빼았으면 된다.방법은 혁명이나 폭동이 될수도 있겠다.정부가 나몰라라 한다면 더이상 방법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