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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병과는 있지만 생물병과는 없다? 생물무기의 활용성
생물무기 (Biological Warfare Agent) 파헤치기 (2)
 
예병일   기사입력  2003/03/04 [00:58]
군대에 다녀와 보신 분은 알 거다. 대한민국 육군에 화학병과는 있지만 생물병과가 없다는 사실을.

입대 초기에 받은 군사교육과 훈련시 화생방 훈련 등의 시간에 화학무기에 대한 교육은 화학병과의 장교나 하사관이 담당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물무기에 대한 교육은 누가 담당했는지 기억해 보라. 과연 그런 교육을 받기는 했는지도 기억에 가물가물할 것이다.

화학부대, 제독차, 제독병, 탐지병 등 화학 무기를 대비하기 위한 인적 물적 요소들은 편제에 잡혀 있지만 생물무기에 대해서는 내세울 만한 전문인력이나 물적 요소들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 국방부가 생물무기에 대하여 전혀 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군 시절 생물무기와 관련된 직책을 맡았던 사람이며, 보안관계상 군시절에 얻은 정보는 완전히 배제한 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자료들만을 토대로 본 칼럼을 전개해 갈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자. 화학무기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생물무기에 대해서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 이유가 뭘까?

해답은 생물무기의 활용도, 즉 사용가능성이 화학무기 사용가능성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가능성 높은 무기에 더 많이 대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매스컴의 보도 기사, 영화와 소설의 소재 등을 찾아 보면 생물무기보다는 화학무기에 대한 내용이 훨씬 많음을 쉽게 아실 수 있으며, 벌써 오래 전부터 이라크에 화학무기를 사찰하거나 핵무기를 사찰한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지만 (그래봐야 이라크가 계속 거부해서 제대로 실시하지는 못했다) 생물무기를 사찰한다는 이야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라크가 생물무기를 대량으로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있지만 활용가능성이라는 면에서는 훨씬 떨어지며 실제로 이라크가 80년대 말에 투르크족을 몰아내기 위하여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찾아냈지만 생물무기 사용에 대한 것은 걸프전 때 사용했다는 의심만 있을 뿐 증거는 찾아내지 못하고 있고, 미국방부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본 연재를 전개해 가면서 다음 기회에 자세히 올리겠다)

화학병과는 존재하지만 생물병과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미군을 비롯한 여러 나라 군대가 마찬가지이며, 이것은 생물전이 화학전보다는 실전가능성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용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며, 여러 가지 이유로 생물무기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단지 테러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어 민심을 흉흉하게 하는 경우 정확한 대비책이나 행동강령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극미량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으니 엽기적이라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은 커녕 사용자의 의도에 맞장구를 쳐 주는 반응일 뿐이다.
  
생물학 작용제를 사용하는 이유

생물 무기 또는 생물학 작용제는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생물학 작용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인체에 병을 일으키는 모든 미생물이며, 목적에 따라서는 인체에는 아무 해가 없지만 가축에게만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사용할 수도 있다. 과거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페스트나 두창(일본식 이름은 천연두)에 감염된 옷이나 이불을 적군진영에 던져 놓는 것과 같이 미생물 자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이를 미생물 작용제라 함), 9.11 테러 이후 미국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것처럼 탄저(병)를 일으키는 탄저균에서 인체에 작용하는 독성 물질만을 분리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이를 독소 작용제라 함).  

생물학 작용제는 대량 살포로 전세를 한 번에 뒤집기보다는 암살과 같은 테러 등의 목적으로 소량을 사용하는 것이 유력한 방법이다. 1g으로 천만명에서 일억명을 죽일 수 있으니 45-450g으로 전 인류를 몰살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논리에 맞지 않는 엉터리 내용이며, 전세계 어느 나라도 생물무기를 대량 살포에 대비는 할지언정 대량살포로 전쟁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호에 자세히 설명하겠다) 실제 생물무기 관련 야전교범에서는 “무능화와 혼란을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으며, 치명적일 필요는 없다”는 내용까지 발견할 수 있으므로 무서운 무기임에는 틀림없으나 “생물무기는 치명적이므로 무서운 무기”라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다.

즉 생물무기는 전장에서 상대방의 무능화와 혼란을 초래하여 전투력 손실을 의도하거나 민간인들에게 살포하여 민심을 교란시키기 위하여, 그리고 특정인이나 건물에 대한 테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이며, 화학무기는 이와 같은 목적 외에 제2차 세계대전시 독일군이 했던 것처럼 인명살상을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며 활용도라는 측면에서는 생물무기가 화학무기보다 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생물무기가 화학무기보다 활용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기화하려 사용하려는 노력은 20세기를 지나 21세기가 시작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당연히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고, 여러 가지 면을 고려해 보면 사용가능성이 전보다 향상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핵무기, 화학무기,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때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생물무기 사용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첫 번째 이유는 생산비의 경제성 때문이다.

1969년에 UN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장에서 1제곱 킬로미터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 생산비가 생물무기는 1$, 화학무기는 600$, 핵무기는 800$, 재래식 무기는 2000$이므로 무기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효과적인 생물무기를 개발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 기술은 새로운 개념의 생물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므로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 작용제의 침입경로

생물학 작용제가 인체에 침입하는 경로는 네 가지를 생각할 수가 있다. 가장 유력한 경로는 호흡기를 통해 폐로 흡입되는 것으로 생물학 작용제의 대응책을 준비하는 데에도 이 경로가 가장 중요하게 적용된다. 다음으로 음식이나 물에 오염되어 입을 통과하여 소화기로 들어오는 경로가 있으며,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와 피부에 생긴 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경로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중에서 피부와 피부의 상처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는 일반옷이나 특수옷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퇴치가 가능하며, 과거에는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 전염병(장티푸스, 콜레라, 세균성 이질 등)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였으나 수돗물에는 병원성 세균을 퇴치하기 위해 들어 있는 염소가 방어효과를 지닐 수 있으므로 최근에는 큰 효과를 가지기 힘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물물이나 음식 등은 공기중에 오염되어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는 것보다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지금도 적당한 대비책이 없는 것은 문제가 되므로 초기 환자 발생시 조기에 탐지하여 대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호흡기를 통한 전파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입자의 크기이다. 화학 무기와 마찬가지로 생물 무기도 일단 살포되면 바람을 통해서 넓은 지역으로 전파되어야 큰 효과를 지닐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살포되는 입자의 크기가 적당해야 하고, 희생자들이 의심하지 않고 폐로 깊이 들이킬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름 1-5μm 정도의 입자가 가장 사용하기 용이한 크기인데 이보다 더 크면 공기중에서 가라앉거나 목구멍으로 들어갈 때 기도에서 걸러질 수가 있다. 이 정도 크기라면 뭉쳐져도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하며, 이보다 더 작으면 바람에 의하여 쉽게 희석되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상적인 생물학 작용제

이상적인 생물학 작용제의 필요조건을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 에어로졸 상태로 만들었을 때 적절한 크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위 설명 참조)
2. 대량 생산 가능하고 또 쉬워야 한다.
  극미량으로 살상효과를 지닌다고 해서 소량으로 사용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소한의 지역에 사용하려 해도 대량생산 능력이 요구되며, 9.11 테러 직후 미국 여러 지역에 배달된 백색가루를 떠올려 보아도 사망자들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상자 단위로 사용된 백색가루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3. 생산과 운반이 가능한 양으로 인체에 치명적이거나 무능화효과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생물 무기가 대량으로 사용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운반수단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생물 작용제는 말할 것도 없이 독소 작용제도 열에 약하므로 잘 파괴되는데 미사일 개발시 작용제에 열을 전달하지 않게 하고 충돌시 또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탄두에 생물무기를 장착하는 방법이 개발되어 사용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보고되고 있지만 아직 사용예는 없다. 과거에는 소량을 특정 지역에 테러나 심리전의 목적으로 사용하였으므로 때에 따라서는 (콜레라균을 사용한 경우와 같이)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치명적이거나 무능화효과를 보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4. 전파가 용이해야 한다.
  일단 사용된 생물무기는 기상 조건 또는 숙주(사람)에 의하여 타인에게 쉽게 전파되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5. 저장하기 쉬워야 한다.
  미생물의 특성상 배양된 미생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주 낮은 온도에 들어갔다 나온 미생물은 활성화될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므로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저장하기 쉬운 것을 무기로 선택하여야 한다.
6. 생물 무기의 독성이 환경에 관계없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생물무기의 최대단점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 자외선이 내리쬐는 날 아무리 사용해 봐야 그 효과는 기대치에 훨씬 못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에 영향을 적게 받는 것일수록 무기로서의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7. 적군에게는 취약하고, 아군에게는 무해하여야 한다.
  아군은 모두 백신을 이용하여 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적군은 전혀 면역 능력이 없는 미생물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는 없다. 생물학 작용제의 가장 큰 단점이 적을 감염시킬 수 있는 미생물이라면 아군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므로 적군에게는 취약하지만 아군에게는 무해한 작용제를 찾은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이 이상적인 생물학 작용제가 가져야 할 조건이므로 보건이나 의료 관계자들은 당연히 대량살포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 다음 호에는 생물학 작용제의 장단점이 소개됩니다.


더 많은 내용을 원하시는 분들은 다음 내용을 참고로 하시기 바랍니다.
1. Judith Miller 외. Germs: Biological Weapons and America's Secret War, 2001
2. US government. 21st Century Complete Guide to Bioterrorism, Biological and Chemical Weapons, Germs and Germ Warfare, Nuclear and Radiation Terrorism. 2002
3. Manchee R, Stewart W. The deconatamination of Gruinard Island. Chem-Br, 1988
4. McNally RE, Morrison MB, Stark M, et al. Effectiveness of Medical Defense Interventions against Predicted Battlefield Levels of Bacillus Anthracis. Joppa, Md: Science Applications International Corp, 1993
5. Angelo Salvucci Jr. Biological Terrorism, 2000
6. Patrick WC. Overview of Biological Warfare. Frederick Md: Oct 30, 1992; unpublished manuscript
7. 미군 Medical Research of Institute에서 발간한 텍스트북 (http://chemdef.apgea.army.mil/textbook에서 볼 수 있었으나 3월 2일 현재 접속 불가능)


* 필자의 홈페이지로 가시면 유전공학에 관한 더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http://yeh.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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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3/04 [00:5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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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독병 2004/09/13 [21:24] 수정 | 삭제
  • 화학부대라고 화학무기에관해서만 교육받고 화학장비만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한심하네 그냥 아는척하지마시고 조용힘 잠잠히있지~한심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