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학로의 한 소극장에서는 국내 최대 열린 교육의 산실인 방송대학의 한 학과 행사가 열렸다.
올해 처음 신설된 문화교양학과 학과모임이 그것. 학과답게 학생들의 경력과 직업이 다양할 뿐 아니라 그들의 열정 또한 남다르다.
방송대는 TV를 비롯한 영상매체와 라디오, 인터넷 등 원격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자체 내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강의에 문화교양학과 학생들은 자동 방청자 겸 수강생이 되게 마련이다.
학과명이 말해주듯이 학과에서 다루어지는 과목 또한 만만찮은 흥미를 유발시킨다.
동서양 철학, 동서양 역사 개괄, 생명과 환경 등 생활과 접해있는 과학사, 사회학적 관점, 세상읽기와 논술, 영화로 생각하기, 문화와 교양 등 흥미로운 과목 선정, 다양한 매체 활용, 다각적인 학문 접근 방식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이 필수인 현대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로 자리할 조건을 충족시키고 남음이 있다.
내년 교과에는 고전과 현대를 총괄해 동서양 문학의 흐름을 통시적 안목으로 볼 수 있는 과목이 내정되어 있다.
피부로 느끼든 못 느끼든 현대인은 다양한 매체 문화 속에 젖어 살게 마련이다. 책읽기나 정석적인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영화나 음악엔 마니아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고, 비디오 멀티 세대인 아이들은 게임 중에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오가는 것은 물론 음악을 듣는 것은 기본이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을 통해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세상사를 접하고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비판적으로 쏟아내 놓는가? 이른바 시청각 교육 방식이 아니면 젊은이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는 역부족인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 세상의 흐름에 부응해서 교육의 방향도 전폭 선회를 해야 할 시점이 되었고, 발 빠른 세상의 흐름을 잡아 낸 것이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열린 교육의 산실 방송대가 지닌 역량이라 할 것이다.
한 교수의 열정과 교양학부 교수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문화교양학과의 신설은 방송대에서 가장 획기적 발전을 이룰 잠재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나름대로 진단을 해 본다.
늘 교육의 문제점들이 지적되어 온 것은 입시위주의 지극히 편향된 지식 전수, 점수 매기기 식 입학방식 때문일 것이다.
입시제도에 점진적인 개혁과 혁신을 위해 중장기 교육정책인 ‘대장금 정책’의 첫 번째 안이 발표되어 곧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골자는 개인과 대학의 재능과 개성과 특성을 살린 전문화. 특화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은 교육혁신위원회 위원장이 주장하는 교육 개혁이 막연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음은 교육의 주역들인 꿈나무들이 이미 기성세대와는 판이하게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데서 드러난다.
그들은 이른바 인기학과, 일류대학에 시험점수로 무 자르듯이 주르륵 잘라 아무렇게나 들어가는 입시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중학생인 조카아이들은 중학교 때 이미 자신들의 진로를 정해서 한 아이는 상당히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특성대로 공고로 진학을 했고, 한 아이는 요리전문 학교를 가겠다고 방과 후 요리학원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
결국 교육 마인드를 변화시켜야 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아니라 욕심 많은 어른들인 셈이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한풀이, 신분 상승, 아이를 통한 부모의 지위획득 같은 망상에서 벗어난다면 아이들의 교육은 훨씬 더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유쾌한 장으로 펼쳐 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방송대의 문화교양학과라는 한 학과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문화교양학과 학생들은 공부와 재미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았을 뿐 아니라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이론에 치우친 학문이 아닌 현실의 삶 자체가 생각하고, 되돌아보고, 함께 즐기고 고민하고 풀어나가는 어울림 마당이 되는 그런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미니인터뷰] 삶과 접목된 학문의 산실 문화교양학과?
한국 최초로 신설된 방송대 문화교양학과 학과장 송찬섭 교수와 미술사 김정락 교수와의 대담을 통해 평생교육과 특성화 교육의 의미를 되짚어 보기로 하자.
방송대에 문화교양학과를 신설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 방송대는 평생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생교육으로서 담을 수 있는 특별한 분야를 위해서 만든 과라고 할 수 있다. 평생 교육을 포괄하기에는 교양학과의 스무 개 남짓한 학과가 너무 부족한 듯하여 평생교육이면서 어떤 학문을 하더라도 기반이 될 수 있고 삶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그런 학과를 한번 만들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인문사회나 예술, 과학, 생태환경 등 삶과 관계되는 분야를 포괄하여 학과를 만들고 이름을 문화교양학과라고 했다.
과목이 동서양 철학, 동서양 역사, 생태와 환경, 영화로 세상읽기. 세상읽기와 논술, 예술의 이해와 감상 등 전반적으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던데 그 밖에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할 계획인지. - 일단 4학년까지 한차례 진행을 해보고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보완을 논의할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예술 부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있다.
새해에 신설되는 교과목은 무엇인가? - 새해는 동서양 문학고전 산책, 세계의 풍속과 문화, 유럽 바라보기 등의 과목이 있다.
과가 신설되어 이제 한 해가 지났는데 수업방식이나 과목 선정에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예정인가? - 처음 진행하는 과정이니만큼 학생들의 반응이 교수들에게 상당히 중요한 피드백 자료 인 셈이다. 앞으로 과목이나 강의 방법 보완 시 수렴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이고 참여하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포괄하여 결정할 것이다.
문화교양학과의 입학을 권한다면 누구에게? - 다양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한 면만 이야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앞으로 각기 개인의 특장을 살려서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을 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우리 사회를 좀더 이해하고 문화를 폭넓게 즐길 수 있는 생각을 가지신 분들을 환영한다.
* 미술관이 놀이공원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될 수 있다고??? 놀이공원보다 더 재미있는 갤러리를 꿈꾸는 미술사 김정락 교수에게 듣다.
미술관이 놀이공원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 한때나마 화가를 꿈꾸었고 지금은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림이나 조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옛날에 비해서 다양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미술을 접하는 곳은 대부분이 미술관이나 개인 화랑이다. 일반 대중들은 여전히 화랑은 고급스럽고 발길이 시원하게 가지지 않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은 고급스럽고 이해나 감상이 어렵다는 사고 때문일 것이다.
나는 문화가 갖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재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일반인들이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만들기도 어렵고 즐기기도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 한 가지를 예로 들자면 예술 종사자와 감상자간에 서로 거리감을 좁히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미술 등 예술 종사자들이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서거나 다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감상자들에게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시킬 수 있어야한다. 또 감상자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의 자세를 점점해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아는 것만큼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대중적이지 않았던 부분을 생활 속에 재미있게 접목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 지금까지 대학에서 미술사는 학점 따기 좋은 교양수업의 일환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나는 삶에서 문화 종사자로 한 몫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술사를 가르치고 학생들을 대해왔다. 모든 매체가 다양한 방법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한다. 다행이 젊은 기자나 학자들이 이제 서서히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
내가 방송대에서 했던 수업은 너무 학술적이지도, 매너리즘에 빠져 쉬운 것도 아닌 중간도의 수업방식이었다. 예술의 이해나 감상은 일방적인 감상 방법의 전수가 아닌 감상자의 요구가 예술에 반영되는 즉, 상호보완적인 그런 문화체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감상이나 이해도를 측정하는 평가방식은 다른 과목과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하나? - 예술은 주관성이 강한 문제고, 특히 감상에 있어서는 백 명이라면 백 명의 주관적인 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을 위한 보편성 있는 인식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미술의 이해도 특별한 전공자를 위한 이해가 아닌,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즉 고대나 중세 유럽의 미술이라 할지라도 시대적 상황,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그림이건 조형물이건 시공을 초월한 공감대가 형성되리라 생각한다.
단지 시대나 사조에 묶인 미술사 수업방식을 고집한다면 더 이상 진정거리를 줄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