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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가 합헌이라고 우기는 남성들에게 고함!
[기고] 여자를 인간취급 않을려는 고약한 심통은 그만 내려놓으시라
 
고은광순
* 본문은 지지부진한 호주제폐지법안 상정을 위한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의모임 운영위원이신 고은광순님의 특별기고문입니다. 옥고에 감사드립니다-편집자 주.

2000년 호주제폐지를위한시민연대는 헌법재판소에 호주제의 위헌심판제청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만4년이 된 지난 12월 9일 헌법재판소는 5차에 걸친 공개변론을 마무리 지었다. 동성동본금혼에 간한 위헌심판도 변론을 끝낸 후 2년 후에나 판결을 내렸다고 하니 호주제의 위헌시비에 관한 것도 내년 봄이 판결이 날지, 1~2년이 걸릴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5차 공개변론에서 합헌론측 대리인단은 <호주제는 도저히 헌법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호주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되는 것으로 가계(家系)계승을 기본으로 하는 호주제를 폐지한다면 전통문화 보존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호주제폐지를 반대하는 단체들     ©대자보
합헌론자인 경찰대학의 정기웅교수는 금산법학 창간호(1998)에서 <부계혈통주의는 우리 가족법의 기본개념이며, 이는 성불변의 원칙으로서 나타난다. 그리고 인간 누구나 자기의 혈통이 면면히 이어가는 것을 원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살펴보면 그들이 말하는 인간에는 여자가 포함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남편이 바람피워 낳은 아들이 법적 아내와 그의 딸들의 호주가 되는데, 법이 모든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고, 남자만 씨가 있고 여성은 대를 잇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그 행간에서 말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여자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된다고 우길 수는 없는 일, 필시 저들이 말하는 인간에는 여자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정의해야 문맥이 통하게 된다.
 
결혼한 여성이 낳은 아이는 남자집안의 성씨와 남자집안에 내려오는 목화토금수 항렬에 맞추어 이름을 짓고 남자집안의 호적과 족보에 올렸던 바, 저들이 말하는 성불변의 원칙, 면면히 이어지는 혈통불변의 원칙은 하지만 남자인간만을 기준으로 하여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저들의 인간이라는 단어에 여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니, 저들의 단어뿐 아니라 저들의 의식에서도 여성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다.
 
호주제가 합헌이라는 그대들에게
 
인간은 누구나 자기의 혈통이, 자기의 성씨가 면면히 이어가는 것을 원한다고, 그러니까 호주제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합헌론자, 그대들에게 조언을 드린다. 굳이 다른 혈통의 여자를 데려다가, 성씨가 다른 족보 밖의 여자를 데려다가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말고, 복제를 하거나 근친상간하시라고. 그래야 당신들이 끔찍이도 아끼는 한줄기 혈통은 보존되느니...
 
그러나 이를 어쩌나. 남자인간만을 인간의 범주에 넣고 있는 당신들이 좋아하는 ‘전통문화’, ‘관습’등의 엽기적 질서는 근대, 현대를 들어와 법치국가로 바뀌면서 새롭게 바뀌었다.
 
모든 권력은 (여성인간을 포함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1조 2항). 모든 (여성인간을 포함한)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제 10조). 모든 (여성인간을 포함한)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제11조). 혼인과 가족생활은 (여성인간을 포함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제 36조).
 
보라, 당신들이 여성인간이 빠진 전통문화와 관습에 코를 박고 있을 때, 헌법은 여성인간을 포함하는 헌법조문들을 만들었다. 모든 국민 속에 여성인간은 제외되어야 된다고 차마 말은 못하리라.
 
부계혈통주의가 우리 가족법의 기본개념이라고?
 
맞다. 그랬었다. 그러나 그것은 남자들만 씨가 있다고 믿었던 무식한 시절, 여자는 밭만 있는 도구라고 무시했던 시절, 한 줄기 혈통은 보존된다고 믿었던 어리석은 시절의 이야기다. 이제, 남자만 씨가 있다고 무식하게 계속 우겨대는 것을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기본개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고쳐서 세상의 상식이 우리에게도 상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 바뀔 때가 되었다. 기본이 잘못되어 있으니까.
 
지난 12월 3일 국회 공청회에서 구상진 변호사를 비롯해서 호주제 합헌론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정상적인 가정을 허물어뜨리려느냐? ‘주체적 시각으로 난자를 평가하자’는 것은 북한 공산주의 식이며 가족해체는 소비에트 식이다. 소수의 결손가정을 구제한다는 명분으로 법체계 전체를 파괴하지 마라.”
 
맞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가정’은 여성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남자들만 여러 가지 반찬을 올려놓은 상위에서 밥을 먹고 여자들은 방바닥이나 부뚜막에서 바가지에 밥을 담아 먹는 가정을 의미하므로, ‘씨받이’를 데려다가 낳은 아들을 호주로 내세우는 가정을 의미하므로 그런 가정은 허물어뜨려야 한다. 그런 가족구조는 해체해야 한다. 부부차별, 부모차별, 딸 아들차별을 당연하게 여겨왔던 법체계도 파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자, 여자 모두를 인간의 범주에 포함시켜, 상호존중의 성평등한 가정을 ‘정상가정’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어야 한다. 부부차별, 부모차별, 딸 아들차별을 금지하는 문화와 법체계를 새로이 세워야 한다. 
 
▲호주제 폐지 및 여성관련 책 출판회에서의 고은광순씨 모습     ©이명옥
주체적 시각으로 난자를 평가하자는 것이 북한 공산주의 식이라고? 박정희의 통일주체국민회의는 빨갱이집단이라고 왜 안 부르는지 모르겠다. 자기가 가진 기득권이 무너질 것 같으면 상대를 ‘빨갱이’, ‘북한 공산주의’로 몰아대며 국민을 호도하려는 못돼먹은 버릇은 이제 그만 내던지시기를 바란다. 여자를 인간의 범주에 끼워주고 싶어 하지 않는 그 고약한 심통도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라.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다.
 
유엔은 1979년 여성에 관한 모든차별철폐협약을 제정하고 각국에 비준을 요구했고 우리나라도 비준했다.  (Convention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 CEDAW)  그 법에는 당신들 같은 수구꼴통들은 확실하게 혼내주라고 써있다. 꼭 읽어 보시라.
http://www.un.org/womenwatch/daw/cedaw/text/econvention.htm 
기사입력: 2004/12/10 [18:4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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