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성매매 처벌법이 9월 23일 발효됨에 따라, 성구매가 범죄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남자들의, 다른 말로 말해서 인간의 얼굴을 한 개들의 짖는 소리가 인터넷 곳곳에서 시끄럽다. 개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아무리 너그럽게 봐 주려고 해도 성매매가 범죄라는 것을 모르는 존재를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사람이란 단어를 품고 있는 국어 사전이 얼마나 통곡할 것인가
성매매는 그 범죄의 도덕적 책임이 성 구매자에게 있는 만큼 구매자만 처벌해야 실효성이 있다. 그러나 새 법은 악덕업자 처벌에는 큰 비중을 두면서도 성 구매자 처벌에는 여전히 솜방망이만을 준비했다.
솜방망이라는 것은 맞으면 간지럽고, 일단 맞은 자는 도덕심에 면역력이 생겨서 도덕심이 더 무뎌질 가능성도 있다. 새 법은 그야말로 성구매가 범죄이다 라는 것을 선언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 대신 성노예들의 피해와 인권문제는 한층 심도있게 접근했다는 평도 있다. 이 점에서 약간의 발전을 한 것은 분명하다.
성구매자 처벌에 대해서, 태어난 이후 자기들을 사람으로 여기는데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개들은 여기 저기서 피켓을 쳐들고 자기들이 사람임을 애써 증명하려 애쓰고 있다. 이들의 피켓을 읽어 보자.
"자발적 매춘은 직업이다"
"매춘은 인류 역사 최고의 직업이고 결코 법으로 없앨 수 없다"
"매춘녀들을 인간적으로 멸시마라, 노동조합을 만들어 줘야 한다"
"새로운 성매매 처벌법은 돈 없고 권력 없는 불쌍한 성구매자들의 굶주림을 외면한 법- 고로 악법이다"
또 "페미가 싫어" 라는 피켓은 아예 이들이 달고 다니는 명찰이다. 군사독재 시대에 '공산당이 싫어'를 배워서 패러디한 모양이다.
이들 휘황찬란한 논리로 무장한 다양한 색깔의 피켓들의 공통점은 성공급자들에게 무게중심을 옮겨가게 함으로써 성구매자들이 개가 아닌 사람이라고 어필하고 싶어한다는 것.
이들이 매매춘이란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매춘'이란 용어를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파는 자들이 있어서 샀을 뿐이므로 성구매는 도덕적으로 하자 없다 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성을 팔고 사면 되나, 사랑하는 파트너도 만족시켜 주지 못해서 정력제 찾는 자들이...)
자발적 매춘을 문제 삼는 것은 나는 성을 구매하고 싶지 않았는데, 공급자들이 자발적으로 먼저 접근하여 유혹에 넘어갔다 라는 변명을 숨기는 데 핵심이 있다. 어떤 변명을 하더라도 성구매가 성범죄라는 진실에는 변함이 없다.
성구매가 성매매의 핵심적 도덕위반 사항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지 않고서는 성매매는 절대 줄일 수 없다.
성매매 처벌법이 성매매를 근절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자들은 풍선 효과를 운운한다. 법으로 억지로 억누르면 부작용은 피신을 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한 후에 계속 잔존한다는 논리이다. 이들은 성구매자만 강력하게 법대로 처벌하면 성매매에서 발생하는 인권유린 사태는 줄일 수 있다는 진실은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 진실은 자기들 양심을 따갑게 하여 말문을 막아버릴 것이므로. 이들 피켓을 들고 이 법에 냉소를 보내는 자들은 새 법이 성구매자들 처벌에 대해서 솜방망이만을 장치했다는 부당성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마냥 묵계하고 있다. 그 대신 "법으로 처벌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인데" 이런 스테레오 테이프를 또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일본 정신대 문제에 대해서는 떼거지로 민족주의자로 돌변하여 일본측에 보상을 요구하고자 한다. 자국 여성을 성노예로 만들 권리가 한국 남자에게는 있지만, 일본 남자에게 없다 라는 요지인가.
돈없는 불쌍한 성구매자들의 굶주림을 위해서 일부 여성을 성노예 상태로 인권유린해도 괜찮다는 논리까지 펴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부자들은 성구매를 할 필요가 없어도 욕구 충족이 가능하다. 돈 없고 권력 없는 남자들은 동물적 욕구 충족을 하지 말란 말인가. 우리 욕구 충족을 위해서 우리 딸, 자매들을 성노예로 만들어서라도 하수구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이들의 주장은 정신대를 탄생케한 일본인들의 사고방식 고대로이다. 하수구는 필요하다는 것! 그럼 당신들 딸을 하수구로 만들어 성착취해 보라. 그게 인간이 할 짓인지........(주말마다 파티를 열어서라도 사랑하는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도리이지)
한국 사회는 자발적 성공급자를 도마위에 올릴 단계가 아니다. 성공급자들은 현대판 성노예 상태에 있다. 일부 자발적 성공급자들의 예를 들면서 전체 성노예 상태의 피해자들의 인권 을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성공급자들의 노조 문제는 자발적 성공급자들이 스스로 할 일이지 성구매자들이 자기 변명을 위해서 주장할 문제가 아니다. 자발적 성공급자들이 스스로 나서 자기 인권을 주장할 만큼 이 사회가 개방되어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성공급자들은 법으로 처벌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도덕적인 책임과 사회적 책임(멸시)를 지고 있다. 그들은 자기들이 지은 죄 이상의 처벌을 사회에서 받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직업을 멸시하지 마라'는 성구매자들의 주장 속에는 '나의 성구매 욕구를 죄악시하지 마라'가 도사리고 있다. 빌붙어 먹을 게 따로 있지 빈대의 등에 붙어 개라는 명찰을 떼고자 한단 말인가.
이들은 또한 명예도 없는 페미니스트들의 힘겨운 인권 투쟁을 정당시하려 하지 않는다. 자기들의 민주화 운동은 위대한 것이지만, 하수구까지도 인간성으로 치유하려고 하는 평등주의자들에게는 같은 대우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들의 모습은 수구들의 '국보법 폐지 반대'와 닮은꼴이다. 내가 하면 민주화 운동이고 네가 하는 것은 나의 허물을 밝히는 것이므로 용서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롤즈는 '정의라는 것은, 내가 상대 입장으로 되었을 경우를 전제함으로써 논해질 수 있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 필자는 페미니즘 연구서 '공자를 울린 여자', 동화 '내 마음의 미운 오리'의 저자입니다. 필자의 홈페이지 신정모라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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