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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철학가, '21세기의 사나이' 들뢰즈
'들뢰즈탐험'을 위한 안내서, <들뢰즈 사상의 진화>
 
손봉석
▲\'들뢰즈 사상의 진화\'     © 갈무리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가 우리 곁을 떠난 지도 십 여 년이 지났다.

미셸 푸코가 '21세기는 그의 세기'라고 말했듯이 들뢰즈에 관해 국내에서도 학계를 비록한 문화영역 전반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들뢰즈는 '난해한' 철학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은 고대철학에서 현대철학에 이르는 그의 연구범위의 폭넓음, 물리학, 생물학, 화학, 수학, 역사, 언어학, 미학 등을 뛰어넘는 그의 막힘없는 사고체계에 기인한다.

또한 그의 개념사용의 독특성과 창조성 그리고 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분방한 사색의 흐름이나 자유분방한 문체도 난해함을 더 하는 요소다.

이렇듯 복잡한 '들뢰즈'라는 거대한 철학의 정글을 탐험할 때 도움이 될 '가이드북'이 한권 출간됐다.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 사상의 진화>(갈무리출판사/ 김상운 양창렬 번역)는 들뢰즈 사상전체를 진화의 관점에서 일관적이게 분석한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들뢰즈의 초중기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하트의 Gilles Deleuze:An Apprenticeship in Philosophy (Minnesota, 1993)를 번역한 '들뢰즈의 철학사상'(이미 96년에 <들뢰즈의 철학사상>이란 제목으로 출간이 된 상태다)이 1부로 실려 있고 들뢰즈와 가따리의 공동작업인 후기저작들에 대한 하트의 독해를 담은 '들뢰즈의 사회사상'이 2부로 편집되어 있다.

이 책에서 하트는 우선 들뢰즈의 사상을 베르그송의 존재론, 니체의 윤리학, 스피노자의 정치학, 그리고 분열분석적 사회사상 등에 걸친 일관된 체계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내활적 차이', '내활적 역량', '기쁨의 실천' 등의 핵심적 개념들을 중심으로 들뢰즈의 사상을 설명한다.

특히 최근 제기되고 있는 '제국'을 아래로부터 포위하는 다중의 민주주의라는 실천적 관점에서 들뢰즈의 개념의 타당성을 정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의 1부는 '들뢰즈의 철학적 도제수업의 여정'을 그려내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에 대한 들뢰즈의 초기저술을 선택해 다룬 이유는 '욕망', '리좀', '단독성', '공통성' 등의 개념에 근거하여 자기 나름의 독창적인 사상을 자유롭게 전개시키는 후기 저작들에 접근할 개념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트는 들뢰즈 후기 저작들은 초기의 저작들을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후기의 사회사상을 이러한 초기 탐구의 맥락 속에 위치시킬 때에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부에서는 어렵고 비체계적인 것으로 알려진 보이는 들뢰즈와 가따리의 저작들을 들뢰즈의 초기 사유의 궤적과 연결 지어 정리하면서 현대의 사회정치적 문제들과 대면시키는 체계적인 해설을 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들뢰즈의 철학사상과 사회사상 전체를 관통하는 주요한 개념들의 핵심과 그 발전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들뢰즈의 주요저서인 <안티-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에서 나타난 개념들을 들뢰즈가 이미 젊은 시절 초기 저작에 나타났음을 주목하고 있다. 

저자는 들뢰즈의 삶과 저작 전체를 동해 그이 중심적인 관심이 존재론적인 철학의 영역에서 정치와 사회의 영역으로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난해하고 광범위한 한 철학자의 머릿속에서 있었던 사고의 흐름을 꼼꼼하게 우리에게 전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번역의 완성도와 편차에는 논란이 있지만 들뢰즈의 주요 저작은 이제 대부분 번역이 된 상태다.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들뢰즈가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를 디딤돌로 자신의 시대를 넘어 갔듯이 그를 사고를 디딤돌로 우리의 시대를 건너가 다음 세대를 위한 사유의 길잡이가 되는 것일 것이다. / 문화평론가




 
★ 왜 우리는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 사상의 진화』를 주목해야 하는가? (갈무리 출판사 제공)

철학에 관해 말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에 관해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주 어렵고 낯선 삶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삶들 말이다. 다시 말해 삶이란, 그리고 철학이란 항상 마주침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질 들뢰즈는 우리의 삶은 그것이 특정한 ‘타자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구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탈근대의 철학자, 20세기인 1995년에 ‘고유명’으로서는 죽었으나, ‘보통명사’로서의 들뢰즈는 21세기에 새로운 삶과 힘을 생산하는 공명들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여전히 우리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오늘날 전 지구적 전쟁의 시대에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지?’라는 물음을 자주 되묻게 되는데, 이것은 ‘왜 우리는 다양성과 차이를 긍정해야 하는가?’ ‘오늘을 사는 우리는 어떻게 능동적이고 기쁘게 될 수 있는가?’와 같은 들뢰즈의 초기의 문제의식과 괘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것만큼 들뢰즈의 시대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이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이르는 우리 시대의 긴급한 질문들에 답을 구하는 데 있어서, ‘들뢰즈의 철학’은 다른 어떤 것보다 아주 유용하며 반드시 참조해야 할 것으로 남아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유용한 것일까? 그것은 들뢰즈의 개념적 구조물들이 그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철학이 우리가 뚜렷이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삶정치적인 공명들을 이루어내고 있기 때문이며, 그 공명들을 통해 우리는 충분하게 해방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하트는 이딸리아의 자율주의 사상가 안또니오 네그리와 함께 『제국』을 썼고, 그것으로 지구화 시대의 성격을 둘러싼 국제적 논쟁의 초점에 놓여있다. 그런 하트가 이 책에서 들뢰즈의 ‘포획론’에서 ‘제국의 정치학적 논리’를 발견하는 한편 들뢰즈의 ‘다양체론’에서 ‘다중의 철학적 논리’를 발견한다. 그리하여 하트는, 들뢰즈가 다중의 혁명적인 구성적 힘에 대한 유물론적 정식화를 통해 민주주의로의 정치적 길을 치열하게 모색한 실천적 사상가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준다.

하트는 들뢰즈에게서, 베르그송으로부터 구성해가는 적극적이고 유물론적인 존재론을, 니체로부터 구성해가는 의미와 가치의 지형 위에 놓인 긍정의 윤리학을, 스피노자로부터 구성해가는 능동적 구성을 위한 기쁨의 실천을, 이 모든 것들로부터 개방적이고 수평적이며 집단적인 민주적인 사회의 구성을 개념적으로 추출함으로써, 들뢰즈의 정치철학적 기획의 윤곽을 일관되게 그려 보인다. 이는 들뢰즈에게 가해졌던 오해와 왜곡을 바로잡는 한편 그러한 오해와 왜곡을 낳은 ‘질서의 관점들’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국가철학에 반하고 일체의 제도화, 표준화, 대리주의를 공격하는 들뢰즈, 이러한 공격이 파괴와 부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이고 생산적이며 구성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들뢰즈. 하트는 이러한 들뢰즈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오늘을 긍정하고 바로 이곳에서 장차 올 해방적인 미래를 구성해 갈 힘을 넉넉하게 제시하는 절친한 동료이자 훌륭한 스승으로 들뢰즈를 우리 앞에 살아있게 한다.

이제 한국에서 들뢰즈의 주요 저작들은 모두 번역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들뢰즈를 디딤돌로 우리의 시대를 건너가면서 들뢰즈를 넘어서는 것이다. 이것은 들뢰즈가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를 디딤돌로 자신의 시대를 건너가면서 그들을 넘어섰던 것과 다른 것이 아니다. 들뢰즈를 오늘날의 두 주요한 힘들인 ‘다중’과 ‘제국’ 속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면서, 우리 각자가 그 특이한 일부인 ‘다중’으로 ‘전 지구적 전쟁질서’를 극복하고 ‘제국’을 넘어 나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 사상의 진화』가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강력한 발전의 노선, 점진적인 진화를 식별해내기 위해서 들뢰즈의 초기 작업을 통해 항해를 해왔다. 베르그송, 니체, 스피노자.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철학사에서의 연습이 아니다. 이 연구에서 내 관심의 일부가 들뢰즈의 저술을 통해 형이상학의 역사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이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대안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음은 사실이다.” (297쪽)

기사입력: 2004/07/04 [22:3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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