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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는 미국 네오콘의 꽃놀이패
[주장]부시와 네오콘은 김정일을 이용할 만큼 이용한 후 풀어줄 것이다
 
소환   기사입력  2004/05/02 [01:18]

북한 핵개발로 인해 불거진 한반도의 긴장상황이 6자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과 북한이라는 두 이해당사자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앞으로 개최될 3차 회담의 결과가 어떠한 모습으로 구체화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올 11월로 다가온 미국의 대선과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사태의 악화로 어려움에 빠진 부시행정부의 현상황이 북핵회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쉽게 예측하기는 힘듭니다. 먼저 이를 논하기 앞서 북핵회담의 이면에 깔린 힘의 역학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냉전체제의 붕괴 이후 변화된 사회주의체제의 모습과 미국과 연관된 한반도의 현대사적 흐름을 잠시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무너진 공산주의와 건재한 사회주의

1989년 베르린장벽의 붕괴로 시작된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은 결국 소련연방의 해체로 이어지면서 오랜 기간 지속되어왔던 냉전체제에 종말을 고했습니다. 세계는 더 이상 서로 다른 이념을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지 않습니다. 세계질서는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자리잡은 미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었습니다.

유럽에 있는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는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민주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이제 NATO에까지 가입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유럽에 있어서 사회주의 국가는 없어진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공산주의국가는 없어졌을지언정 사회주의 국가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경쟁력 있는 국가로 재탄생하면서 말입니다. 자본주의가 공산주의를 누르고 승리한 것은 확실하지만 자유민주주의는 사회민주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두 단어는 매우 큰 차이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바로 경제학과 정치사회학적 개념의 차이입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정치학적으로는 사회주의적 공화주의를 경제학적으로 공산주의를 채택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냉전체제 속에 존재했던 사회주의 국가들은 엄밀히 말하면 공산사회주의 국가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반세기정도 시간이 지나자 유럽의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은 붕괴하기 시작했습니다. 체제의 핵심 가치였던 사회주의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산주의에는 큰 결함이 있다는 것을 민중들은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공산주의 계획경제는 매우 비효율적이었으며 생산성이 떨어져 국민들의 경제적 상황을 오히려 더욱 악화시키고 있었습니다. 다당제가 아닌 일당제를 채택하고 있던 공산사회주의국가에서의 정치적 폐쇄성은 개혁개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지연시켰습니다. 반면 다당제를 채택하고 있던 서구사회는 분배라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나름대로 해결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유주의 정당들과 사회주의 정당들을 공존시키고 있었으며. 결국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맞추며 체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편 유럽과 달리 아시아 지역의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의 상황은 조금 달랐습니다. 공산주의의 문제점들이 체제불안요인으로 작용하며 커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체제몰락을 가져올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제안정도가 높았던 이유는 유럽처럼 단순한 사회주의적 욕구만 가지고 혁명정부가 들어섰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지역의 많은 국가들은 서구 열강들이나 혹은 근대화에 성공한 강대국들의 식민지화 정책에 저항하며 상당기간 고통받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서구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이 반외세적 저항주의 사상과 결합하며 서구와는 다른 토대에서 외세저항적인 사회주의 국가를 탄생시키게 됩니다. 이들에게 공산사회주의 정권의 수립은 무산계급의 승리인 동시에 외세로부터 국가를 지켜낸 민족세력의 승리기도 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을 뛰어넘어 민족과 국가자존의 입장에서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시켜야 할 충분한 사상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이념적 특성을 체제결속을 위해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공산사회주의 국가들은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체제이념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개혁개방의 추진 중 붕괴한 서구 공산권과는 달리 개혁개방에 성공하거나 비록 추진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들 국가들 중에서 중국의 경우는 대표적인 성공케이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에 있어 가장 주요했던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주적을 소련으로 삼고 있었던 미국의 전략적 지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소련과 중국이라는 두 군사대국을 동시에 상대할 수 없었던 미국이 중국과 손을 잡으면서부터 중국의 성공적 변신은 이미 예정되어있던 것입니다.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도 존재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중국공산당은 사회민주주의의 일당체제를 유지시키면서 공산주의 경제체제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더 이상 공산사회주의국가가 아니며 이제 시장사회주의국가라는 새로운 국가체제를 시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사회주의 국가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자본주의 국가의 범주에 속합니다. 결국 지구상에서 공산주의체제는 사라지고 만 것입니다. 그렇지만 중국이 유지하고 있는 변형된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시장자본주의와 결합되어 경쟁력을 갖추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비록 시험단계이긴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체제를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시장사회주의 국가들은 여전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이 고집하고 있는 단일정당제라는 사회주의 정치체제는 개발성장기라는 과도기적 상황 하에서는 정치적 안정 때문에 매우 효율적일 수도 있지만 경제가 성장해 부가 축적되면서 나타날 시민사회의 정치적 욕구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면 매우 큰 사회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성장동력이 고갈됨에 따라 선진기업환경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성장의 한계점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사회주의 단일정당체제라는 작아보이는 그릇에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숙된 자본주의 선진사회를 담아내기 위해서는 매우 큰 고통이 뒤따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인민공화국은 한국의 운명이었다

미국이 냉전체제의 시작과 함께 한반도문제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남북이 통일되어 조선인민공화국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이나 중국 등 다른 아시아의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해방직후 조선노동당이 이미 군단위 지역까지 인민위원회를 꾸려놓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본국에 기반이 없었던 임정측에서 건국을 위해 준비해놓은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미군정은 보다 손쉽게 친미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임시정부측 인사들 보다는 이미 꾸려져 있는 일제 때의 행정조직과 일부친미항일인사들 그리고 친일인사들에게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토지개혁을 주장하고 있던 임시정부측 인사들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 안에는 좌익성향의 인사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임시정부가 오히려 친미정권수립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해 견제하기에 급급했습니다.

해방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각 세력들의 관심은 서로 완전히 달랐습니다. 일부 항일친미인사들이나 친일인사들은 친미정권창출에만 관심이 있었으며 좌익인사들은 공산혁명정부수립에 몰두해 있었습니다. 반면 민족주의진영은 주로 친일청산이나 공동정부수립이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한편 미국과 소련은 공산권의 팽창을 막기 위해 그리고 자본가들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해 이승만과 김일성을 각각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임시정부측 인사들을 제외한 나머지 정치세력이나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정권수립에만 몰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남북이 갈리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좌익과 우익으로 갈린 정치세력들은 상대방이 서로 한반도에서 완전히 제거되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건국만을 고집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결코 같이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승만과 김일성은 38선을 기준으로 남과 북을 차지하고 자신들의 정적이었던 김구, 여운형, 박헌영 등 민족주의 인사들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그렇게 남과 북은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분단의 길에 접어들고 말았습니다.

반세기 전 한반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일제로부터 해방 이후 한반도의 공산화는 시간문제였습니다. 당시 공산주의는 분명히 시대의 진보적 흐름이었기 때문에 시민혁명의 경험이 없었고 외세에 시달려온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근대화와 함께 대부분 공산주의체제로 갈 수 밖에 없는 불가피성을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미국을 포함한 서부유럽국가들은 공산주의를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본가들이 정치권력을 잡고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오랜 기간 시민들의 힘으로 축적되어온 민주주의의 역사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들은 사회주의와 자유주의를 공존시켰습니다. 한편 2차대선 이후 냉전체제 하에서 소련과 본격적인 체제경쟁에 돌입한 미국 사회에서는 매카시즘이 등장하면서 사회주의 사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미국 사회는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팽창을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아시아 각 지역에서 공산국가들과 계속 충돌했습니다. 그들은 아시아가 공산화되어서는 절대 안된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들의 팽창주의 정책과 결합되며 그러한 믿음은 많은 희생과 대가를 치루면서까지 실천되었습니다. 결국 미국의 전쟁수행능력에 따라 공산화를 위한 해방전쟁이 진행되었던 아시아의 각 국가들의 희비가 교차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국민당정부를 지원했지만 결국 공산화를 막치못한 채 대만이라는 국가를 존립시키는 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또한 한반도는 반쪽의 승리를 통해 한국을 계속 유지시킬 수 있었습니다. 물론 베트남에서는 패배했습니다.

한국은 미국의 필요성에 따라 공산화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한반도가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에게 가치없는 지역으로 여겨졌다면 아마도 지금쯤 한국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선인민공화국만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북한처럼 선택을 강요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행선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미국 클린턴 행정부 당시 제네바합의에 의해 잠시 봉합되었던 북한 핵문제가 10년 가까이 끌어지며 계속 한반도 둘러쌓고 있는 각국을 긴장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국처럼 자유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여 체제를 안정시키려 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북한을 테러지원대상국에서 빼주지 않는 등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은 체제가 붕괴되거나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사회주의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비록 개혁개방을 통한 시장사회주의로의 전환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 때문에 그렇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체제전환을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설령 그것을 용인한다 해도 그렇기 위하여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제조건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이미 개발했거나 할 수 있는 핵무기와 핵시설에 대한 비가역적이고 완전한 폐기입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 기술의 폐기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미국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예 협상을 무기한 연장시키며 북한의 체제붕괴를 유도하려는 양면전략을 선택하고 있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실제 미국 정책당국은 북한의 체제붕괴시기를 계속 예측하며 기다려 왔으며 그들의 예측이 빗나가며 북한이 예상외로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체제를 유지하자 봉쇄정책에 대한 무용론도 일부에서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은 북한이라는 꽃놀이패를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매우 유용한 카드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이미 미국은 북핵을 빌미로 각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중인 미사일방어체계를 한국과 일본에 도입시켜 강매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군을 이라크에 파병토록 하는 데에도 효과적으로 써먹었습니다. 이에 대해 소련과 중국은 아무런 반대조차 못하고 그대로 묵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핵문제가 없었다면 미국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북한은 네오콘이라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꽃놀이패로 인식되고 있음에 분명해 보입니다. 그들은 북한을 이용할 만큼 충분히 이용한 후에나 풀어주려 할 것입니다. 설령 풀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에게는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시장사회주의로 성공적으로 체제를 전환한다고 해도 미국에게 도움이 될 것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이라는 존재는 미국에게 있어서 아예 없어지는 것이 최선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그들이 모를 리 없는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 현상황은 매우 불리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의 봉쇄정책은 북한의 경제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북한 당국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북한의 당국자들은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미국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미국의 위협으로 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는 유일한 무기체계를 포기할 만큼 대담하지도 않습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의 첫번째 목표는 우선 시장사회주의국가로 전환할 때까지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김정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소련이나 동구권의 경우처럼 체제전환의 과정 중에 정권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미국은 가장 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정권은 안정적 체제전환을 위해 점진적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의 경제사정이 마냥 시간끌기를 허용할 만큼 느긋한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것 또한 그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이 반세기동안 반공주의에 의존했던 것처럼 반미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적인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바로 이점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주된 이유입니다. 김정일은 핵을 포기함으로써 미국에게 굴복하는 자세를 쉽게 보일 수 없습니다. 그것은 곧 체제붕괴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과 같은 자주권을 포기는 모습을 보이려면 북한 인민들을 납득시킬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자주권에 대한 포기는 결국 북한노동당정권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북한의 핵포기를 어렵게 하는 것은 미국의 군사적 위협입니다. 북한은 초기 한반도에서의 인민해방을 목적으로 해방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시켜왔습니다. 그리고 조국의 완전한 해방이야 말로 과도기적 혁명정부인 북한노동당정권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남한과 북한과 경제력 격차가 커지고 이에 따른 군사력 균형도 깨어지자 부족한 재래식 무기체계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개발과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가는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려 국방정책을 바꾸었습니다. 결국 북한은 노후한 재래식 무기를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생화학무기나 핵무기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할 수 있는 군사력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았습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은 대량살상무기야 말로 자유민주국가인 대만을 누르고 성공적인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며 앞으로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주독립국가로 성장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의 끝없는 평행선 행보는 쉽게 깨어지기는 힘듭니다. 다만 두 국가가 모두 시간을 오래 끈다고 자신들에게 계속 유리할 것이라고 상황을 낙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한국의 보수정치세력의 연이은 패배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은 미국의 도움이 없이도 개혁개방에 성공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미국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능가한다면 앞으로 북한은 중국과 남한을 통해 해결의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정한계수준에 부딪칠 수 밖에 없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북한에게 있어서의 돌파구 마련은 다시 미국으로 하여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가할 것이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미국의 전향적 자세를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방문은 북한의 버티기 전략을 위한 돌파구 마련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일은 부시가 북한에 사용하는 것처럼 미국에 대해 두 가지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당근과 채찍입니다. 한편으로는 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며 협상과 타협을 유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협상을 거부하면 우리의 길을 계속 간다는 강공책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에게 난감한 고민 상황을 계속 유발시키며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양국의 갈등적 모습들이 결국에는 서로 문제를 좋은 쪽으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과 중국은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협상의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균형추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중국이 균형감각을 잃게 되면 6자 회담은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두 나라는 협상에 소극적인 국가로 하여금 적극성을 갖도록 심리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늘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미 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교 역할도 충분히 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는 분명히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입니다. 다만 그 시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올 11월에 치러질 미국대선이 상당히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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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5/02 [01:1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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