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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는 방송사를 차리려하는가
[시론] 실패한 외주정책을 외주전문채널로 확대하는 것은 적반하장
 
양문석   기사입력  2004/04/29 [10:38]

지난 해 초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고 인수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임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김성재 당시 문광부 장관이 '방송정책권'을 문광부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시민사회로부터 몰매를 맞은 적이 있다. 방송정책권을 문광부에서 현재 방송위원회로 이관한지 불과 3년밖에 안된 시점에서 '남아있는' 관료들을 위해서 '떠날' 장관이 총대를 메고 나섰던 것이다. 당시 방송위의 노동조합이 발표한 성명서의 한 구절이다.

"마침내 그간 잠복해 있던 구 공보처의 망령들이 되살아나고 있다…김장관의 이번 망언은 해방이후 줄곧 우리 방송을 권력으로 짓눌렀던 구 공보처 떨거지들의 부활을 보는 듯 해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방송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합의'의 범위를 대폭적으로 확대했고, 방송위원회의 '연구소' 설립을 무산시켜 정책기능의 무력화를 시도했다. 또한 전직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방송내용을 시정하겠다'는 월권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독단적인 방송광고제도 개선계획 발표와 아울러 방송정책 전담팀을 구성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외주전문채널, 정책실패의 탈출구

결국 문광부 관료들은 '힘있는' 장관을 통해 방송정책권 장악에 실패하고 또 '떠나는' 장관의 등을 밀어 이루려했던 방송정책권을 갖지 못하자 이번에는 직접 방송사를 설립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한창 총선으로 국민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려 있던 지난 4월12일 고건대통령권한대행에게 업무보고형식으로 공론화시켰다.  

외주전문채널이 무엇인가. 지난 십 수년간에 걸쳐 문광부의 주도한 정책으로 독립제작사의 제작진들을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고 또한 지상파 방송들마저도 대외 경쟁력을 시들게 하였으며 방송의 공공성에 심각한 흠집을 가한 게 외주정책이다. 그 외주정책을 '난장판'으로 만든 主犯 문광부가 자신들의 정책실패를 면피하려는 탈출구로 삼은 것이 외주전문채널이다. 그리고 문광부 산하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이 <외주전문 문화채널 설립 타당성 연구보고서>를 발표하자 이를 설립의 이론적 근거로 삼은 듯하다. 것이다.
 
제목은 '문화채널', 속은 '종합편성채널'

한데 보고서 내용은 하나 하나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제목은 '문화채널'인데 속을 보면 오락과 보도까지 포함하는 '종합편성채널'이고, 전면에는 공익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광고를 한다는 점에서 상업성을 띨 수밖에 없으며, 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료를 일방적으로 책정해주기 때문에 시청율 경쟁의 우려가 없다는 것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소리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지상파전국방송을 준비한다면 그것이 방송시장 및 언론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평가 정도는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이 없다. 일단 광고를 시작하면 라디오방송, 지역민방과 케이블TV 및 위성TV가 일차적으로 '폭탄'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한정된 광고시장에서 새로운 방송사의 출현은 지금도 시들시들하고 있는 신문광고시장을 초토화시킬 것이 뻔한 이치다. 여론의 다양성은 무시해도 된단 말인지….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외주전문채널이 필요하다하더라도 주파수대역은 있어야 할 것이 아닌가. 

지상파채널, 빼앗지 않으면 없다

먼저, VHF에서 찾아보자. AFKN이나 KBS2를 외주전문채널으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글렀다. 미국과 KBS는 문광부가 상대하기에 너무 벅찬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이 8번 10번 12번인데, 그 중 8번과 12번은 지상파DMB 몫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그리고 10번은 국가기관이 '특별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면 문광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외주전문채널을 지상파로 갈려면 8번이나 12번 중 하나를 빼앗아 오는 방법밖에 없다. 가능할까.  

또 UHF에서는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알면서 모른 체 하거나 아니면 무지의 소치다. 지상파 디지털 TV 전송방식 필드테스트를 위해서 정통부가 UHF에서 고심 끝에 끄집어 낸 것이 33번이다. 한데 이 33번은 iTV의 양해하에 정통부가 잠시 빌려 놓은 것이며 테스트가 끝나자마자 iTV에 돌려줘야 할 대역이다.

그러면 사실상 지상파를 이용한 외주전문채널은 불가능하다. 결국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지역은 지상파로 하고 지방의 경우는 케이블TV와 위성TV로 의무전송(Must-Carry)한다고 분위기만 잡다가 헛물 켤 수 있다.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도 그렇게는 안해

그리고 또 하나 짚고 넘어갈 대목이 월권행위다. 최소한 책임감과 양심 있는 관료들이라면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진지한 반성을 통해 비틀어지고 꼬여있는 그러면서 앙상하게 외주비율만 거의 홀로 남은 외주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방송위에 제시하든지, 아니면 이미 방송위로 이관된 정책이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으로 방송위가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한데 이미 방송정책권한이 방송위로 이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는 '방송정책권'을 다시 받아와야 한다고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방송위와 그 어떤 상의도 없이 외주전문채널 설립을 선언하는 월권행위를 별 거리낌없이 자행하는 것은 외주전문채널과 별도로 다루어야 할만큼 심각한 문제다.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회사도 자신이 맡은 영역과 타인이 책임지는 영역을 존중하는데 정부의 핵심부처가 이런 업무분장시스템을 깔아뭉개려 드는 것은 부처이기주의로 무장한 관료들의 못된 습성 외 다른 원인을 찾기 힘들다. 제발 자중하고 또 자중하는 것이 최소한 외주정책에 대한 문광부의 태도일 것이다. / 논설위원

* 본문은 2004년4월28일자 발행 <PD연합회보> 기고문입니다.
* 필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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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9 [10: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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