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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의 어르신들은 자중자애 하소서!
[칼럼] 젊은 유권자 투표독려 내용이 악용, 정당지지율 오락가락은 변덕
 
서태영   기사입력  2004/04/05 [13:11]

 3월 26일 대구시내 한 호텔 앞에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젊은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말을 던진다. 실투였고 주워담아도 득이 안 되는 실언이었다.

"정치행위는, 이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래라구요. 미래는 2030대의 무대라구요.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해도 괜찮아요. 꼭 그분들이 미래를 결정해놓을 필요는 없단 말이에요.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되고....."

  받아쓰기 쫄쫄이 보도의 병폐가 그대로 드러난다. 누구의 주문을 받고 한 발언인지 몰라도 이 말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좀 고약하다. 나는 정의장의 발언내용보다 언론의 여론생성 기능이란 것이 여과없는 배설행위로 대체된 사실에 더 분노하고 싶다.

▲정동영 의장이 업드려 용서를 구하고 있다.     ©열린우리당홈페이지


  그동안 언론은 정치인의 입에 필요 이상으로 집착했다. 손쉬운 뉴스만들기에 주력했다. 그저 돌발고발 일색이다. 지금 벌어지는 논란은 그 참담한 피폐상이다. 좋은 뉴스는 세상을 바꾸는 무기이고 동력이다. 반면에 조용해도 될 일로 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뉴스, 시끌벅적할 일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지 못하는 뉴스는 나쁘다. 나쁜뉴스는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가? 나쁜뉴스는 한쪽에는 유통상쾌한 뉴스지만, 다른 한쪽에는 참기 힘든 불쾌감을 안겨준다. 억지과잉으로 만들어지는 뉴스가 대개 그렇다.  그 빌어먹을 언론의 확성기능은 축소되어야 한다.
 
  한인옥씨의 "하늘이 두쪽 나도......", 송만기씨의 "권양숙여사 비하발언', 정동영 의장 '노인폄하발언'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한 짓들은 사실전달 이면의 무책임한 선동이었다. 막말을 확성기 구실로 밥을 먹고산다면 그 나라는 불행해진다. 엉뚱한 사안을 쟁점으로 만드는 것은 언론역기능이지 순기능이 아니다. 그저 정치인 입만 쳐다보고 쫄쫄 따라다니지 말고 차갑게 가려서 보도하라. 지금 우리가 열나게 노인비하발언으로 논쟁해봤자 얻어지는 것은 겨우 정동영 의장의 선대위원장직 사퇴와 열린우리당의 면피용 노인대책 정도이고, 탄핵당 차떼기당에 대한 심판과 정치 새판짜기는 흐릿해진다.

  탄핵받고 바꾼 정치풍토 말로 망하고, 차떼기로 망한 정당 망언으로 일어서게 하는 악순환은 끝이 나야 한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요행의 정치는 종식되어야 한다.

정의장의 발언은 유독 60살 먹어도 인간 대접받지 못하는 대구경북에서 특효를 발휘하고 있다. 상황은 확실히 나빠졌다. 앞산에 가면 정동영 의장 욕소리가 메아리로 진동한다. 더욱 한심한 것은 자중지란이다. 영주에서 출마한 이영탁 후보는 기자회견을 갖고 정동영 의장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동영 의장이 대구를 방문하면 몸종처럼 따라다니던 후보자들도 멀리하기에 나섰다. 경북은 모르겠고, 다시 또 다시 대구에서는 한나라당이 의석을 싹쓸이할 조짐마저 보인다. 어차피 대구경북으로 대한민국의 변화 욕구에 저항하긴 어렵다. 세상은 변했다.

  손자병법에 이르길, "모든 전쟁은 정공법으로 대결하고, 기습으로 성공한다"했지만 휴식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복병으로 둔갑해 전선으로 향하는 작금의 총선정치판은 여전히 개판이다. 말로 일어선 대통령은 탄핵받고 말로 먹고 산 당의장은 곤욕을 치르고, 독재를 미화하는 대표가 구닥다리 3공4공 향수를 뿌리고 다니며 세를 불리는 나라꼴은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엉망이다.  

  젊은 유권자 투표 좀 해달라고 독려한 내용 가지고 정당의 지지율이 오락가락하는 민심은 변덕이다. 변덕을 보려는 세력들은 이미 역사의 뒷장 아니었던가.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민심도 반칙이 아닐 수 없다. 노인표에 대한 실언이 못 마땅하면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지, 누더기에 담으려는 노인장들 또한 고려장 대상이다. 중대실수보다 단순실수에 발끈하는 노병은 쉬셔도 괜찮다!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노인은 더 이상 어르신이 아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의 청년 기상이 그립다.
 
"아니 여보게, 내가 청년이 되어야지, 그럼 청년들더러, 노인이 되라고 하겠나? 내가 청년이 되어야 청년이 청년노릇을 하는 걸세!" /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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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05 [13:1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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