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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성 사건을 아십니까?
 
정문순
{IMAGE1_LEFT}최근 인터넷을 한창 달구고 있는 '이은성 사건'이라는 것이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지난 해 과외비를 주지 않는다고 하여 어머니를 살해했으며, 자신이 다녔던 학원의 원장 살해 사건에도 개입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대입 준비생을 말한다. 그러나 이 놀라움은 올해 초 인터넷에 그의 동생이 그 동안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실명으로 제기하면서 불러온 충격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 글은, 차마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 꺼려질 정도의 경악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동생 이정민 학생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창 꿈 많을 나이인 은성의 영혼을 짓눌렀던 존재는 다름 아닌 그의 아버지다. 평화로워야 할 가정을 폭력의 공포와 불화로 얼룩지게 하고,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릴 나이의 딸들로 하여금 '지옥' 같은 집을 떠나 사는 것을 유일한 소원으로 품도록 만든 이가 아버지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내의 돌연한 죽음 이후 딸을 범인으로 무고하고 경찰을 매수했다는 사람도, 차마 믿을 수 없는 성폭행까지 딸에게 서슴지 않았다는 사람도 동일인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놀라움을 표현할 말을 찾기 힘들다.1)

벼랑에 서 있는 아이들

물론 정민 학생의 주장 중 가정폭력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증언이 확보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의 말을 성급하게 믿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정민의 글에서 일말의 진실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글에서 넘쳐나는, 언니에 대한 강한 연민과 신뢰마저 거짓으로 의심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 이 학생으로 하여금 언니가 구속된 이후 집을 나와 방황하며 오래도록 학교도 갈 수 없게 했는지, 그 나이 또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절망을 호소하고 죽음의 충동을 말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헤아려보는 것마저 불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민은, 친지나 학교를 비롯하여 주변의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등을 돌린 어른들로부터 절망만을 얻었다는 데 대해, 이들이 워낙 터무니없는 주장을 한 탓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은성은 진작에 언론으로부터 존속살해를 저지른 '짐승' 같은 패륜아로 단정되었다. 그리고 피살된 학원장의 주변에서, 학원장 살해를 은성과 공모했다는 과외 교사와, 그를 따르던 은성을 비롯한 동료학생들과의 관계에 대해 근거 없는 매도를 가해온 점은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사 당국 역시 자매를 외면했다고 한다. 정민에 따르면, 은성은 아버지에게 매수된 경찰에 의해 가혹행위를 당하여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거짓 자백을 했으며, 검찰에서도 공정한 수사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중 검찰의 태도에 국한하여 말하자면, 정민의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것이 아니다. 구속 중에 은성은 아버지를 가정폭력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바 있는데, 그것이 무슨 영문인지 사기고소 건으로 변경되어 각하 처리된 것으로 나중에 드러났으며, 게다가 정민이 검찰에 보낸 진정서가 검찰 기록에 누락되어 있다는 주장이 그것인데, 이는 물증으로 밝혀질 수 있는 만큼 소홀히 넘길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한 여성단체의 '입장'과 관련하여

그러나 정민 학생이 아무도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지목한 사람들이나 단체는 비단 국가 기관이나 주변의 어른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민은 사건을 의뢰한2) '인천여성의전화' 측이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언니 말을 믿을 수 없다. 아빠에게 일 당한 다음에 연락해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사자가 잠자코 있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인천여성의전화 명의로 나온 글은, 문제의 발언이 근거 없음을 해명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엄한 판관의 논조로 쓰여진 이 글에 자매가 또다시 받게 될 상처를 헤아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글에는 의뢰인인, 은성의 또 다른 과외교사와 정민이, 사건의 원인을 가정폭력으로 지목한 주장에 대한 이 단체의 판단과 함께, 은성이 변호인단과 마찰을 빚다 그들을 해임한 경위와 사유가 소개되어 있다.

..."본회와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이 가정폭력이 주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갖게 되었다. 가정폭력은 과외문제로 가족갈등이 커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성폭력은 기소된 후 주장된 것이다."  
                     「이은성사건에 대한 인천여성의전화 입장」 중



이 자리에서, 가정폭력과 사건과의 연관성에 관한 한, 이들의 판단 자체에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난마처럼 얽힌 의혹 투성이인 이 사건의 특성 상 일반인으로서는 사건의 본질에 대해 추측하는 것 이상의 접근은 쉽지 않으므로, 이들의 판단에 논평할 근거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증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바, 가령 가정폭력을 단순히 과외문제(고3때 은성의 부모가 본인의 뜻과는 달리 학원 수강을 중단하게 한 일)와만 결부시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정민이 초등학교 시절에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다가 추락하여 장애를 입었다는 사실로 보아, 이 가정에 드리워진 가정폭력은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으로 보아야 타당하다. 또한 이들이 성폭력 피해 주장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에도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 판단이 최소한의 타당성을 가지려면, 다음 2가지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IMAGE2_RIGHT}우선 앞에서 언급했듯이, 은성이 검찰에 아버지를 상대로 고소한 가정폭력 및 성폭력 건이 슬그머니 사기 고소로 둔갑되고, 정민이 검찰에 보낸 진정서가 검찰의 기록에서 누락된 이유가 밝혀져야 한다. 그러나 이 글에는 그것과 관련하여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졌는지 의혹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이들이 은성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시점이 미묘하다는 점을 들어 주장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도 일면적인 추정에 근거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은성이 아버지를 고소한 것은 처벌을 위함이 아니라, 홀로 남은 동생을 보호하기 위해 친권을 박탈하고자 하는 데 있다는 주장이 정민의 글에 나오는데, 이러한 주장을 전혀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들로서는 은성의 해명이 타당하지 않음을 반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가장 큰 문제는 인천여성의전화가 자신들과 변호인단의 '판단'이나 '심증'을 굳이 공개적으로 드러내었어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의뢰인 측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이들의 의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재판 중인 상황에서 사건 당사자에게 일말의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고 말하면 지나칠까. 아마도 이들은 이은성 사건을 다분히 철없는 아이들의 믿을 수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이는 데 기울어져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이 '여성 단체가 성폭력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성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경우는 생전 처음 본다.'며 분개하던 모습에 동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인천여성의전화 측에서는, 은성의 진술 번복과3), 관련 문건과 은성의 주장이 일치하지 않는 점 때문에 변호인단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한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급기야 이들이 선임한 변호인단을 은성이 해임하는 것으로 표출되었다. 이들이 정민에게 말했다는 문제의 극언도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런 갈등과 불신의 배경에서 도출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경위야 어떠하든, 이들과 변호인단이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어린 학생의 탈진에 가까울 심적 상태를 고려했더라면, 변호 과정의 어려움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을까. 은성 자매는 "아빠가 언제 방에 들어올지 몰라 방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라고 했다. 이들이 은성 자매와 갈등을 표출한 데에는, 가장 가까운 어른인 아버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극도의 불신에 처해 있을 어린 자매들의 처지에 대한 둔감이 작용하지 않았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정민이 인터넷에 호소한 이후에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을 개탄하며 끝내 자살 기도라는 막다른 선택에 내몰리는 지경에 이른 데 대해, 이 냉혈한 여성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어린 학생의 감정적 태도를 참아내기보다는 조직 보위 논리에 급급한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

그들에게 부디 관심을

현재 이 자매는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해져버린 사고무친의 처지에 있으며, 친척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앞으로 사건의 진실이 어떻게 밝혀지든 이들이 의지가지 없는 처지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상담소와 인터넷을 찾아 하소연할 수밖에 없는 데 대해 우리 어른들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의 말에 귀기울여주거나, 법정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은성이와 정민이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선 절망'에서 한 걸음이라도 물러설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 정민은 종교단체의 쉼터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은성의 변호사도 새로 선임되었다. 자매를 돕기 위한 방도 사이버 공간에 꾸려졌다.

풋풋한 봄날, 개학을 맞아 정민이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궁금하다.  

[각주]
1) 은성 학생은 검찰에서 어머니에 대한 살해 혐의는 부인하고, 과외교사가 주범이라고 알려진 학원장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민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과, 검찰에 보낸 진정서에 학원장 피살 사건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자매는 어머니의 죽음이 있은 후, 학원장이 어머니를 핍박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을 뿐 아니라, 은성을 범인으로 몰았다고 하여 그를 고소한 바 있다.

2)  인천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자신들을 찾아온 은성의 또 다른 과외 교사와 정민 학생은, "사건이 가정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중 어머니의 죽음에 가정폭력이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의 근거는 지금까지 공개된 기록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은성 자매가 학원장을 상대로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 등 관련 기록에 따르면, 생전의 어머니가 학원장으로부터 내막을 알 수 없는 협박을 지속적으로 받아왔으며, 어머니는 그러한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질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한다.

    학원장 살해 사건을 말하자면, 이 사건을 다룬 바 있는 텔레비전 시사프로에서 용의자인 과외교사는, 학원 운영을 둘러싸고 빚어진 학원장과의 갈등이, 학원장이 그는 물론이고 자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던 학생들마저 음해하는 데까지 미치자, 범행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은성은,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하여 학원장에게 품고 있는 복수심에다, 그가 자신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과외교사를 부모에게 비방하여 입시 준비를 방해한 것에 대한 불만이, 살인 가담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은성이 과외교사를 신뢰한 것은 자신의 유일한 꿈인 대학 입학을 이루어줄 수 있는 존재로 믿었기 때문이며, 대학 진학에 대한 그의 집착은 아버지의 폭력으로 얼룩진 집을 떠나고 싶다는 소망의 산물이라는 것이 동생 정민의 주장이다. 결국 어린 학생의 살인 공모와 가담이라는 놀라운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 배경에는 가정폭력이 근본적으로 드리워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3)) 경찰에서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했으나, 검찰에서 번복한 것을 말한다. 이에 대해 은성은 경찰의 가혹행위를 주장하고 있는데, 변호인단이 이 부분을 조사해보았을까.





기사입력: 2002/03/07 [21:05]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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