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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문화연구회 박용수 이사장님을 애도한다
[추모] 귀가 멀고 말을 못하는 장애를 이겨낸 인간승리자, 한글운동가
 
리대로

나와 함께 25년 동안 한글운동을 한 한글문화연구회 박용수 이사장이 지난 32588살로 이 땅을 떠나셨다. 박 이사장은 1950년 장티푸스를 앓고 6.25 전쟁 중에 제대로 치료를 못해 귀가 멀었고 그래서 말까지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으나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고교를 중퇴한 뒤 서울에서 이름난 허바허바 사진관에 취직해 사진 찍기를 배우고, 1970년대부터 20여 년 동안 민주화 운동 시위 현장을 누비면서 사진을 8700여 장이나 찍어서 역사 자료집을 냈다. 그리고 시를 써 시집을 내면서 모은 우리 터박이말을 가지고 1989년에 한길사에서 우리말 갈래 사전을 내고 1990년에 한글문화연구회를 만들고 한글운동을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용수 선생과 함께 한글운동을 했는데 돌아가셨다니 슬프고 가슴이 아프다.

 

▲ 왼쪽부터 박용수님의 사진 자료집과 얼굴, 그리고 겨레말용례사전과 우리말갈래사전 겉장.     © 이대로

 

박용수 이사장은 듣지도 못해서 말 못하는 벙어리가 되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시도 쓰고 최루탄이 터지는 민주화 시위현장을 모두 찾아다니다가 경찰에 잡혀가면서도 굴하지 않고 현장 사진을 찍어서 민중의 길이라는 역사 사진자료집도 냈다. 그리고 시를 쓰기 위해 낱말을 모으다가 우리말 활용 말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사람의 몸과 삶, 문화 산업 들들 분야별로 갈래지은 말광을 만들어 글을 쓸 때에 마땅한 말을 찾아 쓸 수 있게 하는 우리말 갈래 사전을 우리나라 처음으로 낸 것이다. 그리고 그에 그치지 않고 우리 터박이말을 살리고 한글을 빛내야 이 나라가 산다고 깨닫고 1990년에는 한글문화연구회를 꾸리고 돌아가실 때까지 한글운동을 하면서 나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1989년에 문익환 목사가 북쪽 김일성 주석을 만났을 때 박용수 선생이 지은 우리말 갈래사전을 김일성 주석에게 주면서 남북이 함께 우리말 말광을 만들자고 약속했다고 1992년인가 마포 한 음식점에서 박 선생과 한겨레신문 김종철 논설위원, 정대철 의원 보좌관이 함께 만난 일이 있다. 그때 문 목사가 북쪽 김일성 주석과 합의한 남북언어사전을 만드는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나에게 함께 하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김종철 위원은 그 전에 동아일보에서 해직되었을 때에 나와 한 마을에 살면서 예비군 훈련을 함께 받으며 가깝게 지내던 학훈단 선배였기에 내가 박 선생님과 함께 그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서 한글학회 허웅 회장에게 그 말을 했더니 너는 이제 이대로라는 개인을 넘어 한글단체 얼굴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라며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때 문 목사가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다고 옥살이를 하고 있었기에 그렇지 않아도 한글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하는 판에 내가 문 목사를 돕는 일을 하면 한글운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때 일본처럼 한자혼용을 하자는 무리들이 한글전용을 못하게 하려고 김종필, 김영삼 정치인과 조선일보를 등에 업고 발광하고 있어 그걸 막는 일이 시급했다. 그래서 그때 남북이 함께 쓸 수 있는 사전을 만드는 일은 못하게 되었다가 노무현 대통령 때에 국립국어원에서 박용수 선생은 빼고 남북통일사전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많은 돈을 쓰지만 문제가 많았다. 현재 남북 언어통일은 불가능하기에 먼저 남북 낱말 모음집을 만들어 남북이 함께 쓸 수 있는 전자검색 사전을 만드는 것이 할 일이라고 보았는데 정부는 엉뚱하게 헛돈만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 내가 세종대왕 나신 곳을 찾자는 1인 시위를 할 때(왼쪽)에도 한글박물관을 짓자고 기자회견할 때에도 박용수 님은 내 오른쪽에 서서 함께 한 한글운동은 고마운 뜻벗이었다.     © 이대로

 

박용수 선생은 몸도 성치 않은데 혼자 처음 만든 갈래 사전을 보완해서 '겨레말 갈래 큰사전'(93), '새우리말 갈래사전'(94), '겨레말 용례사전'(96) 들을 펴냈고, 2003년부터 컴퓨터에서 검색이 가능한 '자연어 검색 전자 갈래사전'을 만들려고 낱말을 모으고 정리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남북통일 겨레말 사전을 만든다고 엄청난 돈을 쓰면서도 박 선생이 하는 사전 만들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나를 데리고 박 선생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던 국회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도 했으나 통하지 않아 괴로워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오덕 선생과 함께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을 만들 때에도, 한글날 공휴일 되찾기 운동을 할 때에도, 한글박물관 짓게 하는 일을 할 때도 함께 하고 도와주었다.

 

▲ 한글날 공휴일 되찾기 서명운동을 할 때도 젊은이들과 함께 한 박용수님(왼쪽에서 네 번째)     © 이대로

 

그러나 터박이말 검색 전자 갈래사전을 꼭 만들고 싶어 했으나 뜻대로 안되니 괴로워하셨다. 그 때 술에 취하면 다른 사람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로 시를 읊고 노래를 하는 데 황소가 울부짖는 거 같았다. 그러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계시다더니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날 밤 나는 오래도록 잠을 못 이루었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면서 그 엄청난 일을 하신 것이 위대하고 고맙기도 한데 내가 제대로 돕지 못한 것이 죄송하고 안타까워서다. 셈틀로 검색하여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전자 갈래사전을 만드는 일은 한 사람이 해내기에는 벅찬 일이고 나라에서 도와주어야 될 일이다. 이제 그 일을 끝내지 못하고 박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살아계실 때에 나라에서 세종문화상도 주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에서 우리말 지킴이로 뽑기도 했지만 전자 검색 사전을 만들지 못하고 떠나시게 되어 한스러웠을 것이다. 나부터 아름다운 박 선생님 삶과 뜻을 본받고 많은 사람이 그 분 뜻을 이어받자고 다짐하고 외친다.

 

 

▲ 우리말살리기 뜻벗들과 거리 서명운동에 나서기도 한 박용수 선생님 (오른쪽에서 세 번째)     © 이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2/03/30 [00:21]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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