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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빛낸 별, 김근태님을 기리며
[김근태님 기림글] 나라와 겨레를 뜨겁게 사랑하고 실천한 사람
 
리대로

2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이름패는 모두 한자였다. 내가 13대 국회 때부터 한글국회를 만들려고 드나들면서 가장 힘쓴 것 가운데 하나가 한자로 쓴 국회 휘장과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하는 일이었다. 13대 국회 때 이철용 의원이 한글로 이름패를 써야 한다고 하는 것이 고마워서 14대 국회의원 선거 때 그가 나온 삼양동 선거 유세장까지 간 일이 있고, 14대 국회 때에 한글운동 뜻벗(동지)인 원광호 의원을 내세워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쓰게 하려고 돕기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15대 국회의원이 된 김근태 의원이 한글이름패 쓰기 운동에 나섰다. 참으로 고마웠다. 그래서 16대 국회 때 통합민주신당 원내 대표가 된 김 의원이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는 길을 열었다.

 

김근태 의원이 나와 함께 한글국회를 만들게 된 인연은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근태 의원이 스스로 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달겠다고 국회 사무처에 요구하니 안 된다고 했을 때였다. 그가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소속 당 원내 총무인 박상천 의원에게 제 이름패를 한글로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때 박 원내총무가 김근태 같은 거물이 시시하게 한글 이름패에 신경을 쓰느냐? “며 면박을 주더란다. 그 말을 듣고 김근태 의원이 화가 나서 나를 찾았다. 그래서 국회에 갔더니 그대로 물러설 수 없다. 꼭 한글이름패로 바꾸겠다.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라고 내게 물었다. 내가 만나자고 한 것도 아니고 스스로 한글국회를 만들겠다며 나를 찾은 김 의원이 고맙고 반가웠다.

 

▲ 김근태 의원 후원회에서 눈꽃열차 여행 했을 때 김 의원 가족과 우리 부부가 함께 찍그림.     © 리대로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법 문장이 일본 법 토씨만 한글로 바꾸어 베낀 것인데 그 법전을 읽고 판검사와 공무원이 된 이들은 일본처럼 한자를 혼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이름패를 한글로 하는 것을 가장 반대한다. 한자혼용은 일본 식민지 찌꺼기다. 그래서 친일파 청산을 하지 않으면 안 되어 나는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를 만들기도 했다. “라고 말하고 세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서두르지 말자고 했더니 공감하면서 앞으로 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며 함께 손잡고 가자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김근태 후원회 회원이 되어 그와 자주 만났다. 그리고 15대 국회 때에 쉬운 일부터 하자면서 국정감사를 할 때에 감사를 받는 기관에 김근태 의원 이름패는 한글로 써달 것을 요구하라고 했더니 그는 그렇게 했다. 국정감사를 받는 곳이긴 하지만 김근태 의원 이름패만 한글이었다.

  

▲ 국정감사장에 다른 의원들 이름패는 한자인데 김근태 의원이 요구해 김 의원만 한글이었다.     © 리대로

 

그리고 2002년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을 하는 김근태, 신기남 의원들 19명이 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어 달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던 중 김근태 의원이 16대 국회 끝 무렵에 통합민주신당 원내 대표가 되었고 한글날을 앞두고 나를 만나자고 했다. 그 때 나는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하고 김근태 의원에게 한글날에 그 당 소속 의원들 이름패를 한글로 만들어 가지고 의장실을 찾아가 한글로 바꾸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언론에 보도 자료를 내라고 제안했더니 좋다고 했다. 그래서 2003년 한글날에 그 당 소속 의원들이 한글이름패를 가지고 박관용 의장을 만나 한글이름패로 바꾸어달라고 요구하니 박 의장도 거절하지 못하고 응했다. 행동하는 김근태 의원 승리였다.

 

▲ 한글이름패를 만들어 가지고 박관용 의장을 만나러가는 의원들과 박 의장과 담판하는 통합신당의원들     © 리대로

 

그리고 17대 국회가 열리기 전에 나는 한글단체 이름으로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라고 건의문을 보냈고 국회 사무처는 당선자들에게 이름패를 한글로 달고 싶은 사람과 한자로 달고 싶은 사람을 조사했더니 299명 가운데 30여 명만 빼고 모두 한글 이름패가 좋다고 해서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뀌게 되었다. 이 모두 김근태 의원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김 의원은 한글날 국경일 제정운동과 법률문장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운동, 한자로 된 국회 휘장 한글로 바꾸는 일에도 앞장을 섰다. 그리고 그는 내게 한반도재단 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겠다고 직접 내게 전화를 했고, 내가 중국 대학에 갔을 때 출판한 우리 말글 독립운동 발자취란 신기남, 백기완 선생과 함께 와 축하해주었다.

 

▲ 2008년 내 책 출판기념회 때 온 김근태 의원(왼쪽) 2011년 그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바친 패.     © 리대로

 

그런데 20111230일 그가 갑자기 이 땅을 떠났다. 그는 대통령을 지낸 정치인들보다 더 훌륭한 정치인이었고, 참 사람이고 참된 한국인이며 애국자였다. 그는 나와 동갑이고 나보다 몸집은 작지만 언제나 나는 그 앞에 서면 내가 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나를 믿어주었고, 나도 그를 믿은 뜻벗이었고 고마운 분이었다. 그가 민주화운동을 할 때에 겪은 고문으로 몸이 좋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 훌륭한 정치활동을 더 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하늘나라로 갔다니 참으로 슬펐다. 그래서 그가 돌아가셨을 때 한글을 빛낸 큰 별이란 패를 내 스스로 혼자 만들어 그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는데 벌써 그가 떠난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 이 나라와 겨레를 뜨겁게 사랑하고 실천한 그는 이 땅에 없다. 그는 한글사랑이 겨레와 나라를 사랑하는 것임을 알았고 실천했다. 그가 살았을 때에 그를 모시고 따르던 이들이 민주주의 투쟁 업적뿐 아니라 한글을 사랑하고 빛낸 김근태 정신과 꿈을 이어받고 살리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 살아있는 내가 그 대신 나라와 겨레를 뜨겁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한글나라를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면서 고마운 그에게 우러르며 절을 한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2/01/01 [23:2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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